벌렁코 하영이 사계절 저학년문고 16
조성자 글, 신가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에서 박하 향기가 나는 아이 '박하영'. 별명은 벌렁코. 눈이 예쁜 하영이는 마음이 더 예뻐 참 사랑스러운 아입니다. 짧은 머리를 양 쪽으로 달랑 묶어 올리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표정이 살아있는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네요.

아빠를 유난히 좋아하는 하영이가 사고로 중환자실에 누워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아빠의 치료비를 위해, 아파트에서 반지하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갈등은 시작됩니다. 주인 할머니를 동네 아이들은 '고양이 할머니'로 여겨 무서워하고 피합니다. 혹시 마주치기라도 하면 '걸음아 나 살려라' 달아납니다. 아이들과 괴팍한 할머니의 얼굴이 너무 실감나게 그려져 있는데다, 아이들이 달아나는 삽화에서는 실실 웃음이 나옵니다.

아이들과 강아지를 싫어하고 어질러져있는 것을 참지 못하는 별난 할머니와 통통 튀는 순진한 우리의 하영이가 화해의 손을 잡게 되는 과정이 아주 따스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할머니의 아픈 과거의 기억과 그 때문에 밤마다 울어 고양이처럼 새빨간 눈을 하고 계섰던 것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되지요.

눈길에 발목을 삐어 누워 계시는 할머니에게 박하사탕 하나를 드리며 살며시 마음 속의 사과를 드립니다. 거짓의 얼굴을 하고는 단 한시도 살지 못하는 우리의 하영이는 이런 마음을 먼저 아빠에게 고백합니다. 병원에 누워 계신 아빠에게 쓴 편지에서지요. 꽉 닫혀있던 불쌍하고 외로운 할머니의 마음은 서서히 문을 열고, 배가 아파 동동 구르고 있는 하영이를 씻은듯이 낫게 해 줍니다. 그 옛날 유괴로 잃어버린 당신의 딸에게도 이렇게 했겠지요.

아이를 싫어한다고 하셨던 무서운 할머니가 눈이 많이 오는 날 집마당에서 눈싸움을 하라고 허락하시고, 강아지는 싫다고 하셨던 까다로운 할머니가 하영이의 생일 선물로 앙증맞은 치와와를 주십니다.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선물은 아빠의 퇴원이었지요.

친구...... 이처럼 다정한 말이 있을까요? 이처럼 편안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 동등한 사이가 있을까요? 세대의 벽도 나이도 뭐도 모두 허물고 정말 친한 친구 하나 있다면, 살아가는 큰 힘이 되지요. 가슴 가득 사랑을 느끼며 웃음도 눈물도 함께 나누어 갖는 친구. 귀를 열어 친구의 말을 마음으로 들어주고 상처를 껴안아 줄 수 있는 사이. 이런 친구가 되어 주시지 않을래요? 우리의 아이들에게. 또 우리의 외로운 할머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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