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삼디기 - 웅진 푸른교실 2 웅진 푸른교실 2
원유순 글, 이현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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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반에는 삼디기처럼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여자아이가 있다. 행동도 또래보다 어리고 반아이들을 언니, 오빠라고 부른다고 한다. 학년초에는 딸아이가 매일 알림장을 대신 써 주었다. <까막눈 삼디기>를 보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아이가 생각났다. 슬며시 딸아이에게 이 책을 건네주며 재미있더라고 한마디했다. 책을 다 읽고 난 딸아이도 그 아이를 떠올려 말했다. 뭐든 잘 못하는 친구는 친절하게 도와주어라고 전부터 말했지만, 내 아이도 이 책 속의 친구 연보라처럼 하였다면 하는 생각이 나를 먼저 부끄럽게 했다.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으니까.

'잘하네, 똑똑하네'라는 말만 듣고 자라고 있는 아이가 혹시라도 자신도 모르게 교만을 몸에 감고, 자기보다 못하는 친구를 열등한 존재로 업신여기는 마음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앉을까 염려되었다. 자존심 강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한 스필버그는 학창시절 줄곧 받았던 C학점에서 겸손을 배웠다고 하지 않았나.

그 아이가 요즘은 어떤지 궁금하여 딸아이에게 물어보았더니, 이제 선생님께서도 그 아이는 마음대로 내버려두신다고 말했다. 번번히 받는 빵 점에 눈물이 핑도는 삼디기를 백 점으로 올려주며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연보라를 선생님은 '연보라! 네가 선생님이다. 엄삼덕! 받아쓰기 백 점이다!' 라며 손들어 주신다.

마구 뛰는 가슴으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잘 읽을 수 있어'라고 중얼거리는 삼디기. 이 아이가 더듬더듬 책을 읽어나가는 마지막 대목에서는 함께 가슴 졸이게 된다. 반아이들이 모두 삼디기가 되어 속삭이는 소리로 도와주고 가슴을 쓸어내렸듯이. 나만 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곳에서 만들어가는, 참 따스한 교실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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