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 눈높이 어린이 문고 40 눈높이 어린이 문고 40
캐더린 패터슨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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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라면 떠오르는 것들은 왠지 은밀함이다. 시커먼 입을 벌리고 서 있는 숲의 품으로 빨려들어가 본 적이 있다면 두근거림으로 그 곳을 빠져나왔던 기억까지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비밀'이라니...... 테라비시아에는 분명 뭔가가 있다. 성숙은 그렇게 비밀스럽게 되는 일인가보다. 다 드러나면 묘미가 없다.

소심함과 두려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외로운 아이 제시가 레슬리를 만나게 되는 것은 운명이다. 모든 운명은 그렇게 우연의 모습을 하고 성큼 다가온다. 밝은 성격에 상상력도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은 순수한 성품의 레슬리도 알고 보면 외로움을 달래고 싶은 아이이다. 제시의 그림그리는 재능을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역할도 레슬리의 몫이다. 레슬리가 좋아하는 강아지를 선물로 주기 위해 버스를 급히 내리는 아이는 제시이다.

두사람이 만들어 성까지 쌓은 테라비시아의 영토에서는 왕과 왕비가 된다. 밧줄의 한 쪽 끝을 잡고 저쪽 땅에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이들의 키는 커지고 더 슬기로와진'다. 이 비밀의 땅은 이들을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하는 통과의례와도 같다.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가 있는 이 곳에서는 온 세상이 저들의 것이다.

마지막의 반전은 다소 충격이다. 이것을 견뎌내는 제시의 방법 또한 평범하지 않다. 신파조가 아닌 대범함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레슬리는 갔어도 제시의 영혼에 자리한 친구의 흔적은 진정한 성숙이라는 의미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웃으며 바라보기, 나 아닌 다른 이를 넓은 가슴으로 안아 올리기, 슬픔을 움켜 쥐고 쪼그리고 있기에는 세계는 너무 '거대하고 무섭고 아름다우면서도 부서지기 쉽'다.

제시는 테라비시아가 '기사들이 작위를 받으러 오는 성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머물면서 힘을 기른 다음 다시 떠나가는 곳.......' '레슬리가 그에게 빌려 준 꿈과 힘을 아름다움과 관심으로 세상에 되갚는 일'이 제시가 이제 할 일이다. 한 사람의 성숙한 인간으로, 아름다운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제시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생각해 볼 거리를 충분히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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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마타의 붉은 바다 쑥쑥문고 5
하라다 마사즈미 지음, 오애영 옮김 / 우리교육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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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폐수를 자연정화하여 물고기가 노니는 깨끗한 호수를 만들어 직원들의 휴식처로 삼고 있는 회사에 대한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먼 곳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한 회사였다. 감동적이었다.

미나마타 병은 공장의 폐수로 인해 수은에 중독되어 생기는 무서운 병이다. 미나마타는 일본의 아름다운 만이다. 이 곳의 주민들은 여러해를 이 바다에서 나는 생선과 조개를 먹으며 살아왔다. 어느 날 이 병이 밝혀지고 희생자들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태아성 미나마타 병으로 어릴 때부터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이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은 또 하나의 과제를 던져준다. 온 세상에 이 공해병을 알려 환경의 중요성을 소리없이 부르짖는 것이다. 이것은 피나는 인내와 의지를 요구하는 일이었다. 비록 온전치 못한 육신이지만 마음 속 소망을 잃지 않고 온전한 정신의 청년으로 자라나는 이들의 삶이 눈물겹다.

이 책은 실제 의사가 쓴 '세계 최초의 공해병을 다룬 다큐멘터리 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물은 생물에게 있어 젖과도 같다. 눈 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젖줄을 더럽히는 사람들에게 무서운 경고를 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생명을, 우리 후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잘못이다.

미나마타 병으로 사지를 쓰지 못하는 도모꼬를 어머니는 '보배'라고 부른다. 자신의 몸 속에 있었던 나쁜 독을 모두 빨아 먹고 이런 병에 걸려 태어난 도모꼬, 그래서 이 아이로 인해 영리하고 마음씨 고운 아이들로 잘 자라주는 다른 형제들을 바라보며 도모꼬의 어머니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도모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이에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갸륵하다. '이 아이를 본 많은 일본 사람들이 반성할 거예요. 과연 환경을 더럽히면 안 돼, 저렇게 무서운 일이 생기기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까?'

장애를 그저 부끄러워하며 숨기려 하기 보다는 당당히 밝혀 잘못을 알리고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고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이다. 힘든 사람들의 당당함이 사뭇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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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우리나 - 나 혼자 읽을래요 동화는 내 친구 72
채인선 지음, 최승혜 그림 / 웅진주니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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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는, 빨간 야구 모자를 뒤로 돌려 쓰고 가로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초록 눈동자의 악어이다. 나나니는 그의 여자 친구, 빨간 민소매 셔츠에 햐얀색 스커트가 쫙 펴져 있다. 이들 이외에도 이 그림책에서는 온갖 생김새의 악어들을 만날 수 있다. 하나같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꾸밈없이 순수한 우리나와 나나니의 우정에 이들 조연들도 한몫을 한다.

인물의 설정에서부터 톡톡 튀는 재치가 엿보인다. 혐오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악어가 이 그림책에서는 친근하고 귀엽다. 마냥 어리숙해 보이는 표정에 뾰족뽀족한 이까지도 무섭기보다는 우스꽝스럽다.

첫번째 이야기 '산수 숙제'에서는 3과 9 사이에 있는 수들을 생각해내는 악어 친구들의 발상이 신선하다. 두번째 이야기 '식당에서'는 아이다운 변덕이 밉지 않다. 그런 변덕을 끝까지 받아주는 어른 악어도 미덥다. 마지막 이야기 '물고기 100마리가 필요해요'는 꼬불꼬불 전화선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나와 나나니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호수가에서 굽고 있는 생선의 냄새가 솔솔 풍겨나는 듯하다.

키득키득 웃다보면 어느새 우리나는 곁에 있는 친한 친구같다. 그런 친구랑 소풍 나와 있는 것 같은 표지의 그림도 따뜻하고 부드럽다. 우리나와 나나니의 우정처럼. 이야기마다 쉽고 편안하면서 한올한올 잘 짜여진 아이의 손뜨개 조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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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1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아빠사자와 행복한 아이들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2
야노쉬 글.그림,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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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노쉬는 이 책에서 착한아이나 가사일에 시달리는 엄마 그리고 바깥 일에 지쳐 집에 들어와 무심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에 눈을 박고 있는 아빠를 그리고 있지 않다. 마음껏 어질러져 있는 집, 군데군데 짜투리 천으로 기워 놓은 집안의 물건들, 마음 가는 데로 아무 곳에서나 자리를 잡고 단잠을 자는 식구들, 하나같이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아빠 사자는 집안 일을 하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란 것을 알고 있다.

바깥 일은 씩씩한 엄마가 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엄마 사자는 회사의 사장으로서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유능한 상사이다. 아빠 사자가 집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듯이 말이다. 엄마 사자의 무릎에 앉아 대머리를 내맡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일곱 아이들의 소원은 아주 소박한 것 같지만 쉽지만은 않은 것들이다. 그것들을 들어주려고 꾀를 내는 아빠 사자의 지혜가 재기발랄하다. 흐뭇하기까지 하다. 롤러 스케이트를 탄 파란 임금님의 왕관 위로 오줌을 갈기는 아이가 듣는 말은 욕설이나 저주가 아니라 '나도 그랬단다. 말리면 되지' 이다.

아이들이 마음대로 내지르는 욕구 배설을 이렇게 자연스럽고 즐겁게 받아주다니... '하지 마라', '조용히 해라', '어지르지 말고 놀아'가 입에 붙은 어른들에게 은근히 한마디 하는 것 같다. 한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성 고정 역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깨고 있다는 것이다. 가사일과 육아의 굴레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있어 마음껏 나래를 펼치지 못하는 딸들에게 아빠 사자와 같은 사람의 손을 빌어 준다면... 그런 쪽으로 더 적성이 맞는 남자도 있을 것인데. 직업이나 장래 희망을 말하라고 하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 간에 벌써부터 줄 그어져있는 경계선이 안타깝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런 것에 물들었을 것이다. 성을 뛰어 넘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주저하지 말기를 바란다. 사회적 활동의 폭 또한 얼마나 넓어졌는지. 딸들아, 눈을 크게 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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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 이야기 우리 문화 그림책 1
곽영권 그림, 김동원 글 / 사계절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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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농사 짓는 사람을 천하의 근본으로 여기고 농사를 중시하여 농부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고자 예로부터 간직해온 놀이, '풍물놀이'가 있다. 이것이 김덕수 사물놀이패에 의해 1978년 '사물놀이'로 명명되면서 세계적으로 우리 것을 알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신명나는 한판인 '사물놀이'는 놀이이자 음악이다. 이런 놀이에 담겨있는 우리 겨례의 기원을 신화의 형식을 빌어 잘 짜여진 이야기로 내놓았다. 동서남북을 아우르고 하늘과 사람을 잇는 평화의 울림은 장엄하기까지하다. CD로 들으며 그림을 보면 꽹과리, 징, 장고, 북의 소리가 살아서 곁에 있는 듯하다. 네가지 보물을 아우르는 소리 태평소와 함께 잿빛으로 병든 세상과 사람들이 씻기우는 장면은 마음을 울리게 하고도 남는다.

네명의 아이들이 용기와 지혜로 세상을 구하고 불쌍한 백성을 살리는 이 이야기는 자못 숙연해지지까지 하다. 각자에게 벽이 되는 험난한 산을 넘고 넘어 세상과 백성을 구할 수 있는 보물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머뭇거림이란 없다. 젊은이의 기상과 담대함, 지혜를 겸비한다면 세상의 어떠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눈으로 보여준다.
그림이 주는 무게와 흥미 또한 값지다. 한마음으로 어깨춤이 들썩들썩... 들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우리의 소리, 우리의 몸짓이다. 서양 악기 소리에 귀익은 아이들에게 이런 소리 한판 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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