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모으는 사람 풀빛 그림 아이 27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모니카 페트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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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모은다고? 거리에서 바람따라 이리저리 날리는 휴지나 나뭇잎도 아니고, 예측할 수 없이 사람을 엄습하는 '생각'을 모은단다. 여러가지 생각들은 거리의 이 구석 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생각'이 '나'를 휘감고 이리저리 휘두를 때가 있다. 내가 생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괴물이 나를 못살게 굴 때가 있다.

'생각'이라는 관념이 어떤 모습으로 유형화되어 그림책에 등장할까, 몹시 호기심이 생겼다. 역시 생각들은 깜찍하기도 하고 얄궂게도 생긴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색깔도 표정도 다 다르다. 생각을 놓아두면 달콤한 즙이 생긴다는 표현이나 생각에도 몸무게가 있다고 한 표현은, 손으로 느껴지지 않는 생각이라는 실체를 감각적으로 전이한 작가의 자상함을 엿보게 한다.

'생각'은 무궁무진하고 그것의 자유로움은 '생각'의 귄리이다. 우리는 한가지 생각에 머물러 있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생각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자는 생각이 든다. 제 칸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미운(?) 생각들을 어루만져주자. 그 생각들을 얼마나 잘 묻어두었다 형형색색의 희귀한 꽃들로 피우느냐가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할 일이다.

생각을 모으는 사람은 바로 '나'이다. '생각'을 만나기를 즐거워하며, '생각'을 키워 향기로운 냄새와 함께 날려보내길 즐겨보자. 그 향기로 가깝고, 먼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꿈꾸며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되라고, 작가는 나즈막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글 전체의 매끄러운 리듬이 내용과 맞물려 특별한 상상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화가의 개성있는 그림 한 장 한 장도 글의 리듬을 살려준다. 정지된 듯하면서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이, 마치 주인공의 튀어나올 것 같이 맑게구르는 눈동자가 모두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형상화된 여러가지의 '생각들'은 다소 엉뚱하며 유머러스하다. 연령에 따라 나름의 범위에서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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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소년 - SF 미스터리, 4단계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프란츠 비트캄프 그림, 유혜자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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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내지 못 할 것은 정말 없는 것 같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태어난 깡통소년이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수 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인간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사랑'이라는,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사랑'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딱히 '사랑'의 조건이 무엇이라고 말하기란 어렵다. 그것은 무엇으로도 마음대로 조종되는 것이 아닌, 그저 무언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묘약같기도 하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 것인지, 이 책의 주인공 격인 바톨로티와 콘라트의 마음의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어느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사는 '별종 아줌마' 바톨로티는 가족도 없이 이웃과도 단절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으며 틀에 박혀 있지도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생활이 그녀의 마음마저 꽉 차게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엄청난 식탐과 쇼핑욕으로 그런 허전한 마음을 일회용으로 채워가는 사람이다. 그런 것이 텅 빈 마음을 근본적으로 채워주지는 못한다.

어느 날, 배달 착오로 온 깡통소년, 콘라트는 바톨로티를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격이다. 물론 외부의 세상은 변한 게 없지만, 내부의 세상은 변해간다. 자신밖에 모르던 사람이 아이를 위해 먹을 것을 장만하고 입을 것을 고르고 아이의 침대를 주문하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어떻게 애정을 표시해야 하는가 고심한다. '보통 이상의 애정'이 깡통소년 콘라트를 키우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아이는 의식주, 그 이상의 애정을 쏟아부어 키우는 것이다. 바톨로티는 어느새 아이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 생겼고 이제는 모성으로 아이를 부여잡는 '엄마'가 되어버렸다.

공장에서 배달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깡통소년을 회수하러 오겠다는 전화가 온다. 여기서부터 바톨로티와 에곤, 키티와 콘라트는 '톡별한 상황은 특별한 방법으로 대처한다'는 바톨로티 아줌마의 아이디어에 따라 놀라운 방법으로 공장 사람들과 원래의 주문자 부부를 뒷걸음 쳐 달아나게 한다. 신나는 게임이 펼쳐진다.

인스턴트 아이, 콘라트는 공장에서 배운대로 거의 모든 면에 완벽한 아이였지만 부족한 점이 있는 아이이다. 인스턴트 식품이 영양의 불균형을 보여주듯이, 콘라트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덕목이 빠져있는 아이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가정, 학교 같은) 다른 구성원들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은 익히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사랑과 이해가 있어야 이룰 수 있는 것이므로.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람이지만,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한 힘, 그것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끊임없이 사랑을 주고 받으며 '나'를 키워나가지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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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아이들 - 웅진 푸른교실 3 웅진 푸른교실 3
황선미 지음, 김진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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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의 동화를 좋아하는 나는 얼른 이 책을 구입하여 2학년 딸아이에게 넌지시 주었다. 여름 방학 때, 읽고 나더니 '자신을 사랑해 봐!'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아래에 옮긴다.

<초대받은 아이들>이란 책은 성모 생일날 초대받지 못한 민서가 엄마의 투명테이프를 찾다가 가방 속에서 초대장을 보고 분식집으로 가서, 진짜 친구 기영이를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내가 따돌림을 당했더라면, 자신을 계속 사랑하고 진짜 친구를 찾아 나섰을 거다. 왜냐하면, 친구가 없다고 계속 슬퍼하고 있으면 오히려 친구는 없을 것이고, 찾아나서면 자기를 알아주는 진짜 친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마음이 담긴 선물을 함부로 다루는 친구는 그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 8월 5일 씀

나는 이 글을 보고, 아이의 튼실한 마음에 내심 기뻐했다. 그리고 안심이 되었다. 따돌림은 현실적인 문제로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지만, 어느 한 쪽에만 그 책임을 돌리기엔 어딘지 석연찮다. 따돌림의 문제를 소재로 하는 동화들이 많이 있다. 대개는, 피해자는 어딘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아이이고, 어떤 계기로 가해자들이었던 아이들의 마음이 돌아서서 피해자를 감싸 안아 주는 식이다.

<초대받은 아이들>의 민서는 어디가 특별히 부족한 아이도, 특별히 모가 난 아이도 아니다. 따돌림은 어느 누구에게도 찾아 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는 시시때때 따돌림의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가 '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남을 보며 그런 감정에 슬퍼하고 있기보다, 재빨리 나와 남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라고 말하고 싶다. 외톨이라는 느낌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자신의 내면에서 길러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을 소중히 품을 수 있는 인내와 아량이 필요하다. 외톨이라는 느낌으로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게 된다면,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여 실망 속에 산다면, 그런 감정이 내 아이의 가슴에 생기는 일은 엄마로서 상상하기 싫은 일이다. 한순간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남에게도 진정 가슴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작가는, 자신에게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따돌림의 느낌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붙잡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민서의 심리를 투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민서의 엄마... 이는 작가의 마음이자, 시린 가슴은 속으로 움켜쥐고 겉으론 씩씩하게 웃고 서서 지켜주는 엄마의 마음이다. 아이가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해 나가는 가족의 모습이 흐뭇하게 가슴을 쓸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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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 계곡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
한병호 지음, 고광삼 사진, 김익수 감수 / 보림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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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 계곡에 가면 누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일까? 아이는 아빠와 함께 물고기들을 만나러 떠날 채비를 차린다. 낚시 도구에서부터 물고기 도감까지. 잡아서 관찰을 다 하고 나면 반드시 풀어주어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까지 끝낸다. 준비물은 생각보다 요것조것 많기도 하다. 그 만큼 철저히 준비를 하고 가야한다.

미산 계곡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1급수를 유지하고 있는 맑은 물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 곳에는 맑은 물을 좋아하는 깨끗하고 예쁜 물고기들이 많다. 물고기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피어있는 꽃 한송이도 놓치지 않고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도 해 놓아, 만날 수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물새알을 포함하여 미산 계곡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동물들과 열매들도 사실감있게 그리고 소개해 놓았다.

물고기 그림은 실물 사진과 함께, 거의 혼동이 될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애정을 가지고 꼼꼼히 들여다 본 흔적이 만져진다. 아이가 그린 듯한 물고기 그림도 재미있다. 18종의 물고기 한 마리 한 마리에 대한 소개와 기르는 방법에 대한 안내는 꽤 친절하다. 물고기들의 생태를 알고 보면, 특이한 습성과 나름의 슬기로움에 입이 벌어진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아이와 아빠는 물고기들을 한 마리씩 제 집으로 돌려보내느라 바쁘다. 마지막 장에는 미산 계곡에 대한 소개글과 함께 미산 계곡의 사계절 사진이 실려있다. 밑이 다 들여다보이는 맑고 투명한 물을 보면, 그 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물고기들을 생각하게 된다. 물고기들의 삶터를 흐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최근 되살려놓은 동강이 다시 2급수로 판정받았다는 소식을 보고 안타까웠다. 이 책을 통해 미산 계곡과 그곳의 물고기들을 만나면 '물'의 소중함이 피부로 와 닿을 것이다. 생명과 이어지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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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전통 과학 시리즈 3
강영환 글, 홍성찬 그림 / 보림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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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집들'이라는 책을 보고 나서, 2학년 아이가 '나는 한옥에서 살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았다. 아이는 한옥의 아름다움에 한껏 취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조상들의 지혜와 멋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통과학 시리즈 중의 하나인 이 책은 한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기 이전에 우리 집의 변천사 -동굴에서 움막으로,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를 보여 주어, 집이 왜 필요하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자연스런 이해를 하게 한다. 가족의 보금자리로서 안락한 집의 의미는 단순히 '잠자는 곳' 이상의 것이다.

'집짓기'로 들어가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라가는 우리 집 짓기의 과정을 눈으로 보며 체험할 수 있다. 주춧돌에서 부터 기와를 구워 숫기와, 암기와 짝을 맞춰 지붕에 얹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사실감을 더해 주는 그림이 일꾼들의 이마에 맺혔을 구슬땀을 느끼게 한다. 구석구석 정성이 들어가서 한 채의 집이 이루어지는 과정도 놀랍거니와, 처마의 곡선이 자아내는 은근한 화려함에 아이는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무심코 보았던 한옥의 지붕도 맞배지붕, 팔작지붕, 손가락을 짚어가며 새로운 발견에 기뻐한다.

평민들의 집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수수한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것도 재미있다. 집에 방앗간도 있고 외양간도 있다. 지체 높은 양반들의 집은 벌써 그 규모로 아이를 놀랍게 한다. 솟을대문을 열면 행랑 마당. 안 마당은 훨씬 안 쪽으로 가야 나온다. 민가와 사대부 집의 생활 용품과 살림살이들을 구경하는 것도 신난다.

또 지방마다 그 기후에 따라 다른 특색의 집들이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자연환경을 이용하고 그 속에서 하나되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온돌의 과학적인 구조와 효용, 따뜻하고 시원한 집의 구조에도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꾀하고, 과학적인 정교한 솜씨로 만들어 낸 한옥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집 한 채를 짓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땀이 들어가는 지,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아이에게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불어넣어 주기에 좋은 책이다. 고학년 이상이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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