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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 북경이야기 1, 전학년문고 3015 ㅣ 베틀북 리딩클럽 17
린하이윈 지음, 관웨이싱 그림, 방철환 옮김 / 베틀북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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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도 그렇지만, 난 어릴 때부터 바다를 좋아했다. 왜인지 설명을 하라면 못하겠지만, 그저 끝간 데 모르게 나의 시야를 끌어 당기고 있는 푸르른 바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인지도 모르겠다. 눈이 시리도록 빛을 발하고 있는 바다를 빨려들듯이 바라보고 섰던 때가 있었다.
나는 '바다를 보러 간다'. 바다를 보러 갈 때마다, 나는 무수한 시간들과 헤어짐을 고하고 난 후였다. 사진을 찍듯 내 인상에 박혀있는 시간들. 그런 것들에 손을 흔들어 주었든, 아니든, 시간은 어김없이 나를 뒤로 한 채, 또다른 만남을 위해 어디론가 흘러간다. 그리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
<북경 이야기>를 두 권의 수채화같은 이야기로 엮은 잉쯔의 성장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공감을 주는 부드러운 힘이 있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음직한 열에 들뜬 마음 속 숨은 이야기를 가만히 흔들어 깨우기 때문이 아닐까! 한 사람의 낮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같은 문체와 그에 걸맞는 수채화들이 주는 감동은, 잔잔한 호수 위로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와도 같았다.
수채화! 관웨이싱의 그림 속에 한결같이 도사리고 있는 생명력은 부드러운 듯 강한 것이었다. 내게 작별을 고하고 지나가버린 아련한 시간들을 조용히 불러내는 것 같았다. 성장의 비밀은 아직도 나의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것들과의 헤어짐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한다.
'시간을 위한 상자'라는 도예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결코 시간을 가두어 두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이 책에 담겨있는 시간들은 네모 상자 속의 그것이 아니라, 아무런 형체도 없이 시나브로 제 향기를 피우는 무채색 연기와도 같다.
짝사랑과도 같이 '어리숙하면서도' '고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어린 시절이라는 시간들이 아닐까. 가지가지 색과 모양으로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지금은 모두 무채색으로 변해버린 시간들. 예고없이 헤어짐을 고했던 그런 시간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 그 자체만으로도 오늘을 더 살아볼 만한 것으로 만드는 힘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