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알 심프 비룡소의 그림동화 67
존 버닝햄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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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고 못생긴 개 심프는 어디에서든 환영받지 못하고 떠돌이 신세가 된다. 단지 좋은 인상을 주는 외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혀 가치없는 존재가 된다. 약점까지도 장점으로 승화시켜 자신의 자리를 버젓이 찾아가는 심프의 이야기가 단순하지만 흥미롭게 펼쳐진다.

말과 글이 모두 너무 모자라 힘든 아이가 하나 있다. 착하게 생긴 얼굴이 친구들에게 밀려있으면서도 따라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은 아이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이 아이가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다리를 쭉쭉 뻗어 앞으로 내달리는 아이의 얼굴은 자신감과 적당한 승부욕으로 퍽 멋져 보였다. '그래 저거야.' 아이는 그 자리에서 최고였다. 난 힘껏 박수를 보냈다. 가슴이 막 벌렁대면서 말이다.

자신의 빛나는 자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선 밖에서 빙빙 돌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 자리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너무도 많다고, 그러니 꿈을 한껏 키우라고 말하고 싶다. 심프의 얼어붙은 마음을 토닥여 준 어릿광대 아저씨의 역할을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상투적인 어구를 떠올릴 필요도 없이, 모든 아이들은 아니, 모든 사람들은 삶의 주인공이고 싶다. 무대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어릿광대나 새까맣고 못생긴 떠돌이 개 심프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주인공으로 박수받기를 늘 소망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대포알 한 방으로 대변하는 작가의 어린이다움이 엉뚱한만큼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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