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굴 먹는 거야! - 내 아이 생각을 바꾸는 책
오바라 히데오 지음, 시모타니 니스케 그림, 홍주영 옮김 / 함께읽는책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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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태계의 원리는 먹고 먹히는 관계라는 한마디를 독특한 편집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하나의 단원이 시작할 때마다 간결하면서 상징적인 그림을 제시하여 생각의 문을 열게 하는 식이다. 책표지의 수박에 박힌 하얀 치아들을 보면 사람이 수박을 와삭와삭 베어 먹고 있는 것 같지만, 책을 다 보고 나면 수박이 사람을 먹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의 집합들로 이루어져있는 자연계, 즉 동식물과 흙, 공기, 물 같은 무생물이 구성하고 있는 자연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라는 점을 알게 한다. 그래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동물의 죽은 몸과 배설물은 다른 동물의 먹거리가 되거나, 박테리아가 먹어서 흙의 양분이 되어 다시 동물의 몸 속으로 들어와 영양분을 주는, 그야말로 서로 먹고 먹히는 것이 자연의 규칙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죽은 사람의 살을 태워 뼛가루만 항아리에 담아 묻는 화장은 자연의 규칙을 깨뜨리는 것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수장이나 조장, 매장이 그런 의미에서는 자연의 규칙을 제대로 따르는 것이라 한다. 이에 대해 현대에는 맞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해 보며,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환경과 생명을 염두에 두고 다른 방안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자연의 하나인 사람이 죽는 다는 것에 대하여 다소 덤덤하게 자연의 법칙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과학적인 접근으로 생명철학까지로 생각을 넓혀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다. 먹고 먹혀서 새롭게 태어난다.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낮추어 사는 자연의 삶을 살기에는 아직도 무거운 껍질을 많이 덮고 있는 우리. 좀더 가벼운 자연의 옷을 입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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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엔 멋있어질 거야! 아이북클럽 19
베시 더피 지음, 자넷 윌슨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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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의 그림이 심상치않다. 'ROBBIE'라는 이름이 크게 씌어있는 파란색 가방을 어깨에 매고 거울앞에서 잔뜩 폼을 잡고 서 있는 남자아이가 있다. 빳빳하게 손질된 반바지에 깃이 있는 셔츠에 단정한 허리벨트를 하고 있다. 뒷모습이라 표정을 읽을 수 없지만, 책을 다 읽고 보면 분명 시큰둥한 표정일 거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사뭇 다르다. 앞가슴에 'ROB'이라고 씌어있는 헐렁한 흰색 깃없는 면셔츠에 편안한 청바지, 그리고 빨간색 스니커즈를 신고 입가엔 씨익 흡족한 웃음을 머금고 있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의 간격을 맞추어 가는 과정이 3일간의 이야기로 참 간결하고 재미있게 펼쳐진다. 3학년이 되는 첫날과 그날을 중심으로 전후의 날로 이야기가 집중되어있어 흐름이 빠르면서 가뿐하다. 새 학년엔 멋진 이름과 청바지, 그리고 엄마의 애정표현인 뽀뽀로부터 자유로와지기를 바라는 주인공 아이는 우리나라 아이들도 그럼직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름에 대하여 이유 없이 불만을 가지고 바꾸고 싶어 친구들끼리 애칭을 만들어 쓰기도 한 기억은 없는지. 그리고 내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다리에 적당히 밀착되는 청바지를 입고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비추어 본 적은 없는지. 더구나 엄마가 잃어버린 준비물이나 도시락을 가지고 학교까지 찾아오셨을 때 괜히 부끄러워 속상했던 적은 없는지.

참, 어이없이도 그러면서 이렇게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절로 웃음이 난다. 어쩌면 아이 때의 마음을 고스란히 기억의 창고에서 건져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로 풀었나, 아이들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어 흥미롭게 읽힐 것 같다.

주인공 로비는 멋있어진다는 것은 이름이나 청바지, 뽀뽀를 안당한다는 것이 아니라, 좀더 다른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겉모습이 아니라 속에서 우러나오는 멋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반의 겁나는 아이 보 해니와 책친구로 맺어지면서 일은 의외로 좋은 쪽으로 해결된다. 역시 피하기보단 부딪혀보는 것이 훨씬 나을 때가 많다. 불안한 첫 만남. 그래도 이름으로 시작한 두사람의 대화. 보 해니도 자기처럼 이름에 불만이라는 걸 알고 둘은 공감대를 형성하여 급속히 친밀해진다. 보 해니가 그런 호감을 먼저 보인다. 로비는 이제 자신에 대하여 자신감을 가진다. 그리고 자신을 높이 산다. 똑똑하고 재미있고, 겁나면서도 이겨내고 모자라는 친구를 도와준 자신이 자랑스럽다. 멋있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희망찬 새 학년이 시작되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의 내부에서.

새 학년을 시작한 저학년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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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나이는 몇 살인가요? - 우리의 행성, 지구에 관한 궁금증 33가지 왜 그런지 정말 궁금해요 5
아니타 가너리 지음, 함께나누는 엄마모임 엮음 / 다섯수레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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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호기심이나 알고싶은 욕구가 없다면 얼마나 답답한 일일까. 특히 모든 게 궁금한 것 투성이일거라 생각하는 아이들에게서 알고자하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흐릿하게 풀려있음을 보았을 때, 가슴 한 켠이 철렁한다. 그건 아이들이 지금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집어넣으려고 하는 어른들의 욕심이 오히려 아이들로부터 자발성과 건강한 호기심을 앗아가는 역효과를 부르고 있는 건 아닌지.

'왜 그런지 궁금해요' 시리즈는 자칫 딱딱하여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여러분야의 내용을 소주제별로 간단명료하게 펼친다.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처럼 뜬금없고 사소한 것 같아 보이는 물음을 귀찮아하지 않고 아는만큼 그들의 눈높이 정도에서 대답하고 있다. 다소 산만해 보이는 삽화들도 이해를 돕는 데는 충분하다. 초등 3-4학년 정도에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의 나이는 몇 살인가요?>는 4분의 3을 바다가 차지하고 있는 우주 속의 아름다운 초록별, 지구에 대한 궁금증을 건드려준다. 아이들의 잠자는 호기심을 건드려 깨워주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원래 조금 알고 나면 더 알고 싶은 법! 좀더 깊이 있는 탐구를 위한 예비단계 정도로 활용하면 되겠다. 그렇다고 아주 소홀하게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지구의 내부를 비롯해 대기권, 오존층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알게되면서, 자연스럽게, 지구란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바로 그 별이란 것을 알게 된다. 매연으로 파괴되고 있는 오존층, 지구온난화가 가져오는 여러 가지 폐해를 생각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아니면 화산이나 지진, 종유석이나 석순을 보고 싶은 탐험가나 기상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지구의 나이는 무려 46억살이라며 놀라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헤아릴 수 없는 가능성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도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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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조금만 더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1
존 레이놀즈 가디너 글, 마샤 슈얼 그림, 김경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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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감동을 받게 되는 경우, 그 감동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삶의 방향을 돌려놓을 수도 있는 묘약이 된다. 풍족한 환경, 무덤덤한 관계 속에서 아쉬움도 고마움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그저 살고있는 우리네 삶에서 짧지만 굵직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순간, 우리는 반짝하는 행복의 햇살을 만난다. 그것은 한동안 우리를 즐겁게 하고 때론 흔들리게 한다.

아이들!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은 어느 순간일까? 이런 류의 동화를 읽고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까? 그래도 역시 아이들은 빛을 속에 지니고 있다. 아이들의 빛을 차단하고 있는 막이 이런 동화를 읽음으로써 걷히고 가늘게 비칠 때, 참 맑은 얼굴을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얼음거인의 과묵한 양보가 가장 인상깊었던 모양이다. 백인과는 한마디 말도 섞지 않으려는 얼음거인의 마지막 한마디는 그 누구도 거역하지 못할 정도의 단호한 진실과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삶 자체를 유린한 백인들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심을 일순간 가시게 한 것은, 윌리라는 열 살 백인 소년의 용기와 자립심, 무엇보다, 할아버지를 살리고 감자농장을 지키고야 말겠다는 집념이었다.

이런 덕목은 어쩌면 인디언들이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자기반성과도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들의 것을 무조건 빼앗은 자들의 후손에 대한 크나큰 배려와 양보는 결국 인간의 가슴 저 바닥에 깔려있는 진실성에 대한 감복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낸 소년 윌리는 단연 돋보인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넓고 깊다.

이런 면에서 <조금만, 조금만 더>는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줄 수 있는 선이 굵은 이야기이다. 간결한 구조 속에 행간의 침묵들이 생각의 여지를 충분히 주며 이야기의 속도를 지루하지 않게 한다. 흑백의 크로키 같은 삽화 또한 이야기의 긴장감을 잘 전해주고 있다. 끝 장면은 마치 한편의 영화가 끝나듯 아쉬움을 주며 진한 여운을 준다. 죽을 힘을 다해 달리다 심장이 터져버린 개, 번개를 끌고 결승점까지의 3미터를 걸어가는 윌리의 머리 위로 자막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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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의 초충도 그림으로 엮은 풀.벌레 이야기
신사임당 원화, 김해원 글 / 이미지프레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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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획이 돋보이는 산뜻한 몸단장을 하고 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라 하니 벌써 설레는데 게다가 풀벌레 이야기라니, 얼른 책 속의 이야기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하게 한다. 신사임당은 주변의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에도 애정을 가지고 세밀한 관찰로 섬세하게 화폭에 담아냈다. 그것으로 만들어진 열 폭 병풍에 있는 그림들을 자유자재로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야기는 봄 날 바스락바스락거리며 잠을 깨는 노랑나비 한 마리에서 시작한다. 노랑나비는 아직도 단잠을 자고 있는 큰 줄 나비 친구를 깨우기위해 친구들을 찾아나선다. 곤충 친구들은 하나씩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도와주겠다고 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자신들에겐 중대한 부탁을 서로 들어주는 모습도 정답다. 결국 방아깨비는 개구리가 자기를 괴롭히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개구리는 노래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입이 큰 개구리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따라 모든 벌레들의 노래잔치가 벌어진다.

노래 소리에 달콤한 잠을 깬 큰 줄 나비 한 마리!드디어 친구를 깨웠다. 서로를 다치지 않게 보듬는 마음으로 지내는 벌레들의 모습이 신사임당의 그림 못지않게 신선하고 은근하다. 정지된 그림 속에서 이렇듯 발랄한 이야기를 솎아내어 움직이는 한 편의 영상을 그려냈다. 부록으로 들어있는 CD를 보며 이야기를 들으면 이야기는 나비의 날개를 달고 나풀나풀 날아오른다. 봄날 햇살마냥 나른하면서 은은한 이야기가 살아서 움직이는 초충도 속의 벌레들처럼 살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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