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엔 멋있어질 거야! 아이북클럽 19
베시 더피 지음, 자넷 윌슨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표지의 그림이 심상치않다. 'ROBBIE'라는 이름이 크게 씌어있는 파란색 가방을 어깨에 매고 거울앞에서 잔뜩 폼을 잡고 서 있는 남자아이가 있다. 빳빳하게 손질된 반바지에 깃이 있는 셔츠에 단정한 허리벨트를 하고 있다. 뒷모습이라 표정을 읽을 수 없지만, 책을 다 읽고 보면 분명 시큰둥한 표정일 거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사뭇 다르다. 앞가슴에 'ROB'이라고 씌어있는 헐렁한 흰색 깃없는 면셔츠에 편안한 청바지, 그리고 빨간색 스니커즈를 신고 입가엔 씨익 흡족한 웃음을 머금고 있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의 간격을 맞추어 가는 과정이 3일간의 이야기로 참 간결하고 재미있게 펼쳐진다. 3학년이 되는 첫날과 그날을 중심으로 전후의 날로 이야기가 집중되어있어 흐름이 빠르면서 가뿐하다. 새 학년엔 멋진 이름과 청바지, 그리고 엄마의 애정표현인 뽀뽀로부터 자유로와지기를 바라는 주인공 아이는 우리나라 아이들도 그럼직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름에 대하여 이유 없이 불만을 가지고 바꾸고 싶어 친구들끼리 애칭을 만들어 쓰기도 한 기억은 없는지. 그리고 내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다리에 적당히 밀착되는 청바지를 입고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비추어 본 적은 없는지. 더구나 엄마가 잃어버린 준비물이나 도시락을 가지고 학교까지 찾아오셨을 때 괜히 부끄러워 속상했던 적은 없는지.

참, 어이없이도 그러면서 이렇게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절로 웃음이 난다. 어쩌면 아이 때의 마음을 고스란히 기억의 창고에서 건져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로 풀었나, 아이들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어 흥미롭게 읽힐 것 같다.

주인공 로비는 멋있어진다는 것은 이름이나 청바지, 뽀뽀를 안당한다는 것이 아니라, 좀더 다른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겉모습이 아니라 속에서 우러나오는 멋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반의 겁나는 아이 보 해니와 책친구로 맺어지면서 일은 의외로 좋은 쪽으로 해결된다. 역시 피하기보단 부딪혀보는 것이 훨씬 나을 때가 많다. 불안한 첫 만남. 그래도 이름으로 시작한 두사람의 대화. 보 해니도 자기처럼 이름에 불만이라는 걸 알고 둘은 공감대를 형성하여 급속히 친밀해진다. 보 해니가 그런 호감을 먼저 보인다. 로비는 이제 자신에 대하여 자신감을 가진다. 그리고 자신을 높이 산다. 똑똑하고 재미있고, 겁나면서도 이겨내고 모자라는 친구를 도와준 자신이 자랑스럽다. 멋있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희망찬 새 학년이 시작되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의 내부에서.

새 학년을 시작한 저학년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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