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 전2권 세트
열린책들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 <최후 비밀>은 '우리의 행동을 끊임없이 유발하는 동기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그것은 인간의 뇌 중, 정중전뇌관속이라는 미세한 부분이다. 이것은 쾌감의 중추이며 고통의 중추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또한 아이러니하다. 이 쾌감의 중추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기 위해 우리는 행동하고 결국 그것들의 연속으로 우리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을 풀어내기 위해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빠른 템포로 엇갈리게 이어가는 구성으로, 엽기적이라할 수 있는 신경의학분야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특정 뇌 부위에 미세전극을 삽입해 사람의 동작에 대한 뇌의 계획을 탐지하게 하는 컴퓨터 시스템은 장애인들을 위한 장치로 머지않아 실현 가능한 분야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분야는 쾌감의 중추를 전극을 통해 자극하여 현재를 최대한 즐기려드는 행위가 인간 의지의 소멸을 예고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마약과도 같은 것이며 그 자극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져야만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인간 행동의 열쇠를 찾아가는 과정에 뤼크레스와 이지도르가 정리한 것들 중에는 고통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생존의 욕구, 인간존재에 대한 의무감, 안락의 욕구(돈), 분노, 성애, 습관성물질(담배, 술, 마약) 그리고 개인적인 열정과 사랑의 감정 같은 것이 나온다. 그러나 인간이 갈망하는 절대적인 보상은 최후 비밀에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숨가쁘게 전개된다.

시공을 활발하게 넘다들며 두 남녀가 발견한 최후비밀, 즉 우리의 행동을 유발하는 모든 동기를 아우르는 최상위의 동기는 '의식의 확대'이다. 이것은 우리 내부의 세계를 발견하는 순간이며, 과학과 시, 좌뇌와 우뇌, 감성과 지성의 결합이다. 우리는 시공간적 의식의 확대로 우주의 현이 연주하는 오묘한 음악을 들울 수 있다. 이 때의 느낌은 '나'의 자아를 초월하여 활짝 열리는 온화하고 선량한 그것이다.

인간이 위대함은 컴퓨터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웃음...꿈...어리석음'은 인간만이 지니는 미덕이랄 수 있다. 꿈을 꾼다는 것. 이것은 우리 자신을 다시 format하는 일이라고. 꿈을 통해 과학의 발전도 가능하며 문학을 위한 이미지들과 관념뿐만 아니라,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일시적인 일탈을 꾀할 수 있다. 지식을 축적할 뿐인 컴퓨터는 인간의 미덕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에 작가는, 쾌감의 중추를 끊임없이 그리고 적절히 자극하여 오늘을 즐기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열쇠는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뇌의 정중전뇌관속에 전극을 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로도 깊고 넓은 인식의 쾌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우주적 존재로서의 '나'를 인식하는 것이다.

'나'는 나 이상의 깊고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소중한 존재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나'의 존재의미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 나의 감성과 지성 그리고 육체까지도 하나가 되는 합일의 순간에 우리는 더할 수 없는 쾌감을 맛보며 진일보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지금 이 순간, 숨쉬고 있는 공간, 함께 하는 사람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에 집중하고 그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면 우리는 인간 행복의 최후비밀을 정복하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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