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땐 이렇게 살았군요 위풍당당 만화도서관 15
이혁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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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우리나라 생활사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선사시대에서 20세기 까지의 우리나라 생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위풍당당 만화도서관 시리즈 중의 하나로 김영사에서 기획한 이 책은 우선 들여다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한국사를 처음 접하려는 초등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많은 문자에 지레 겁 먹기 쉬운 아이들은 글보다 그림이 훨씬 많고 조목조목 짧은 설명을 위트있게 달아놓은 이 책에서 역사공부를 부담스럽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전체를 본다는 장점과 아주 오랜 세월의 생활사를 다루고 있지만 비교적 많은 지식과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권할 만하다.

선사시대와 연맹왕국,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시대, 조선시대, 조선말에서 대한제국까지, 일제강점기, 그리고 대한민국까지, 다 보고 나면 아주 커다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서는 꽤 큰 판형에 구석구석 재미있는 그림으로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가로축, 세로축의 좌표점을 찾아가며 그림을 보고 뒷장에 있는 설명도 곁들여보면 알기 쉽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특징을 살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 모습을 그려놓은 점도 흥미롭다. 막간의 꼭지로 '잠깐 쉬어갈까요?'에서는 선사시대에 쓰였던 도구와 농사달력(절기), 가장 즐거운 날(명절)에 대하여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꼼꼼하게 짚어가며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묻고 대답할 수 있게 그림과 설명을 배치해 두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가간다면 어느 시대, 어느 시점으로 가서 어떤 일을 체험해보고 싶을까? 가상체험기를 써 보는 것도 좋은 독후 활동이 되겠다. 큰아이는 고려시대로 가서 청자를 만드는 일을 체험하는 것으로 썼다. 어떤 아이는 목화씨를 재배하는 체험을 하고, 어떤 아이는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게 패하는 전쟁터로 거슬러 갔다.

구석기 시대의 아이로 추정되는 흥수아이의 유골을 보고, 아이들이 흥수아이가 되어 어느 하루의 일기를 써보는 활동도 재미있다. 사냥과 채집을 하고 동굴 벽에 메머드 그림을 그리며 사냥이 더 잘 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 주로 나왔다.

'2003년에는 이랬어요'라는 활동도 좋다. 100년 후의 후손들이 이 그림과 글을 본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사는 아이들이 보는 우리 생활모습을 재미있게 그리고(신문이나 잡지에서 필요한 것을 오려서 붙여도 괜찮다) 간단한 설명을 쓴다. 개성있는 복장과 머리, 아파트단지, 핸드폰에 많은 승용차,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 시장대신 백화점과 대형마트... 해 놓고 보면 100년 전의 사람들이 이런 풍경을 상상이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될 것이고 2103년은 또 어떤 풍경이 연출될까? 한마디 툭 던지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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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2-2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누릅니다.
리뷰 따라 흘러왔어요.^^

프레이야 2006-02-2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감사해요^^ 큰아이 4학년 때 본 책이네요.
 
미래의 독자 - 최윤정 비평집
최윤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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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의 글을 좋아하는 나는 그가 내놓은 새로운 비평집을 얼른 사 들고 회벽칠 한 듯한 표지를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몇 주를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설날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쯤 이 책을 꺼내 쥐고 단숨에 읽었다. 원래 최윤정의 글은 남겨두었다 나중에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새도 없이 단숨에 읽어진다. 왜 그런지 그의 깐깐함이 묻어나는 글이 처음부터 좋았다면 또 하나의 선입견인가?

<그림책>에 이어 <미래의 독자>는 최윤정이 최근 2년간의 어린이책 서평을 묶어 정리한 것이다.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읽는 이로 하여금 나름의 기준을 두게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림책,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 작품을 들어가며 제목을 붙이고 자신이 좋아했던 어린이문학을 가감없이 비평하고 있다. 거론하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내가 읽어 본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런 식의 표현으로 형상화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학교의 교과서에 실린 동시가 아이들의 순수한 감각을 마비시키고 몰개성으로 오염시킨다고 생각하는 저자에게 동감한다. 동시집 2편을 제외하곤 모두 그림책 또는 동화 부분의 서평이다. 어린이문학을 하위범주로 생각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참신한 지평을 열어나가기 위해서 어린이문학을 하는 모든 이들(작가, 일러스터레이터, 편집인, 번역가에 독자까지)에게 바라는 저자의 보이지 않는 말이 들리는 구석이 많다.

저자는 어린이문학을 더디게 사랑하게 된 사람 같아 보인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깐깐한 눈으로 어린이책을 들여다보며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이 속한, 영원히 합일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개의 세상을 곱씹으며 맛보려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절제의 미덕이 엿보이는 그의 글이 미덥다. 약자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또한 절제함 속에서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엔 어린이문학은 이러해야한다는 나름의 굳은 철학이 보인다.

다니엘 페나크나 크리스 도네르 같은 작가를 비롯한 외국작품에서 훨씬 많은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 우리 작가들의 작품 중에 빛을 발하는 작품을 찾는 저자의 눈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이 책 속에 거론된 작품들 중 읽지 않은 것들을 골라 읽어봐야겠다. 모자라지만, 나의 느낌으로 그 작품들을 읽는 기회를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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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다른 색깔 - 꿈꾸는 나무 28
스티브 존슨 외 그림, 닥터 수스 글, 김현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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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그마한 그림책은 알리딘의 어느 서재에서 우연히 얻은 소득이다. 지금의 '나'를 표현해 보라고 하면 어떤 그림으로, 어떤 글귀로, 어떤 색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자락과 하루하루 달라지는 마음의 색깔을 어떻게 들추어 보여줄 수 있을까? 날마다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또 그렇게 시간이 간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은 여러 가지 색깔의 옷을 입고, 여러 가지 모양의 것이 되어 하늘을 날기도 하고, 땅 속으로 가라 앉기라도 할 것 같은 때도 있다.

마음의 색깔이 달라지면 '나'도 따라 달라진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온 몸이 가볍고도 기운차게 발길질하는 빨간색의 날, 푸드덕푸드덕 날개짓하는 파란색의 날, 느려지고 땅 속으로 땅 속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은 갈색의 날, 윙윙윙윙 바쁘게 움직이는 노란색의 날, 모든 게 정지된 것 같은 회색의 날... 주황색의 날에는 서커스의 물개가 된 느낌이라고, 심연의 바다에서 좀더 성숙한 몸짓을 놀리고 있는 초록색의 날...

보라색의 날은 압권이다. '보라색의 날이 되면, 나는 슬퍼져요. 훌쩍훌쩍! 나는 꼬리를 질질 끌며 혼자 걷는답니다.' 그러면서 보라색 공룡이 긴 꼬리를 질질 끌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마음은 행복한 분홍색으로 바뀌어 폴짝 뛰어오른다. 그 다음 날은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검정색의 날이다.

이렇게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날은 사실 몇 날일까?
현실적으론 '알록달록 뒤죽박죽'의 날이 더 많겠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어떻게 한가지로 말할 수 있겠나? 그 모든 게 합쳐져 잘 어우러져있는 본래의 모습, 그게 바로 제자리의 '나'이겠지. 아이들 마음 속 다양한 색깔을 잘 어울리는 동물의 형태와 살아있는 의성어, 의태어와 함께, 이토록 풍부한 붓의 터치로 살려내 놓다니. 추상적인 것을 시청각적으로 멋지게 풀어놓은 그림이 아이들 마음을 꾸밈없이 풀어놓은 일기장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혼합색까지 생각하면 더 풍부한 색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등장시켜 아이들 마음에 빗대어 색과 선의 향연을 베풀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절제미가 있고 철학적이며 풍부한 감성이 담긴 글을 쓴 작가 모두 매력적이다. 글과 그림이, 변주의 여지를 주면서, 절묘한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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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과학 이야기 손에 잡히는 옛 사람들의 지혜 20
햇살과 나무꾼 지음, 김혜숙 그림 / 채우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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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린이들이 우리 것을 제대로 알고 사랑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좋은 기획으로 잘 드러난다. 15가지의 생활과학을 소개하기 전, 각 편마다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며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15가지의 우리 생활 과학을 의식주 세 가지로 분류를 하면 다소 정리가 되면서 일목요연하다.

의생활 면에서는 잿물, 천연염료, 목화솜 같은 것들이 있고, 식생활에서는 옹기, 된장과 김치, 장 맛을 좋게 하는 숯의 비밀도 있다. 주생활 면에서는 온돌의 과학과 살짝 위로 향한 처마의 비밀, 마루의 틈새에 숨은 비밀, 짚의 다양한 쓰임새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짚은 의생활로도 연결되는 것으로 짚풀박물관이 있으니 직접 가 보거나 인터넷으로 들어가 견학을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외에도 특수박물관이 여럿 있으니 가서 보고 더 알면 그만큼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 것이다.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먼저 읽고 우리 것에 담긴 과학적인 비밀에 대한 설명과 사진을 잘 읽어보면, 그 속에 한결같이 담긴 친환경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같이 환경에 반작용하는 요인들은 없고 자연과 함께 하고 자연을 잘 이용하며 자연에 되돌려주는 것들이다. 농한기에 짚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 쓴 걸 보면, 한가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창의적인 발상을 끌어내는 데는 필수적인 요인인 것 같다.

쪽이나 잇꽃, 풋감으로 만들어내는 자연의 색깔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몸에도 좋은 천연의 염료라 단연 친환경적이다. 작년에 제주도에서 갈옷을 사서 작은 아이에게 입혀준 적이 있는데, 그 촉감만으로도 시원했다. 황갈색의 수수한 색상은 일옷으로 입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의 옷으로 입고 다니기에도 손색이 없이 정감있는 색이었다. 쪽빛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데, 특히 나를 통째로 빨아들일 듯한 도발적인 코발트빛 바다색을 닮은 쪽빛을 좋아한다. 이 책을 보며 보림에서 나온 <쪽빛을 찾아서>와 <숨쉬는 항아리>를 함께 보여주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썼던 생활 속의 여러 가지가 빠르고 편리한 것만을 추구하던 현대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현대인들이 그 가치를 새로이 알고 다시 찾는 것들이 된 것을 보면, 환경을 지혜롭게 이용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조상들의 생활에 탄복하게 된다. 이 책은 재미와 지식을 함께 주려는 기획이 돋보이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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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 2 - 후삼국 시대에서 고려 시대까지
박은봉 지음 / 웅진주니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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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이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다. 이제 5학년이 될 딸아이에게 역사를 어떻게 접근시킬까 나름대로 고민하다가 작년에 한국사 2000과 한국사 3000으로 먼저 만화로 쉽게 다가가게 한 다음, 이 책을 사 주었다. 알라딘의 서재주인장에게서 얻은 귀한 보물이다. 교과서로 접했던 역사가 얼마나 편중되고 일방적인 시각으로 씌어졌던 것인가, 왜 역사공부가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던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은봉 저자에게 박수라도 보내고 싶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많이 소개했다. 너무 좋으니 꼭 사서 보여주라고.

이 다섯 권의 시리즈에는 사진과 그림도 적절히 소개되어 있고, 무엇보다 엄마와 딸이 나누는 대화 속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가 여태껏 잘못 알고 있었던 사건과 인물의 이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재미는 짜릿짜릿하다. 모든 역사적 사건에는 원인이 있으니, 그것을 되짚어 보며 결과를 생각해보면 통시적인 눈이 길러질 것이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역사공부는 사건의 연대를 외우고 왕조의 순서를 외우고 인물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사건에서 원인과 결과가 어떻게 꼬리를 물고 맞물려 돌아가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굴려갈 것인지를 깊이 사고해보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이런 의미에서 확실히 기성세대는 역사공부를 잘 못 했던 것 같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을 먼저 전체로 느끼고, 그 안에서 의미있는 조각퍼즐을 맞춰가는 나름의 재미를 아이들이 알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동기를 부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군데군데 작가의 예리하면서 균형잡힌 시각이 돋보이고, 판단을 보류하게 하며 열린 시각으로 각자의 판단을 끌어내려고 독려하는 점도 믿음이 간다. 간간이 들려주는 사소한 이야기들도 엄마의 목소리처럼 다정하게 들린다. 역사책은 사관이 다른 사람들이 쓰는 책이므로, 이 책 이외에도 다른 역사책을 두루 읽으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작업에 딸아이가 흠뻑 빠져들면 좋겠다. 이 책은 5,6학년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함께 읽고 서로 대화의 시간을 가져 봄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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