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배스커빌의 사냥개 세계추리베스트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김하영 옮김, 정태원 작품해설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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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를 읽었던 옛날이 생각난다. 이제 5학년이 될 큰딸은 편독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스토리 구조가 뚜렷하고 환상적이며 무언가 심상치않은 사건이 전개되는 이야기를 유독 좋아한다. 얼마 전부터 홈즈 시리즈를 사달라고 졸라, 만화책이 아닌 것으로 고르다가 적당한 것을 찾았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문체나 어휘도 아이가 이해하기에 적당한 것 같다.

재미있게 읽고는 나더러 보라고 권해 기억이 아련한 이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았다. 결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인지 내겐 그리 미스테리컬하지 않았지만, 아이에겐 충분히 두근거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이다. 홈즈의 치밀하고 과학적인 사고와 왓슨의 보이지않는 도움이 미궁에 빠진 사건의 정체를 하나씩 벗겨내는 과정이 서두르지 않으며 펼쳐진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처음엔 별로이지만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진다며 다른 것도 모두 사달라는 말을 꼭꼭 덧붙인다.

내가 홈즈를 읽으며 경탄하게 되는 점은 그의 관찰력이다. 홈즈를 통해 코난 도일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추리의 실마리를 잡아내어 아무도 생각치못한 것에 독자를 이르게한다. 그렇게 홈즈의 추론을 따라가는 재미에 셜록 홈즈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삽화가 괜찮다. 이야기 전개에 잘 부합하고 분위기에도 썩 어울리는 흑백 삽화다. 이야기를 즐기는 어린이라면 초등 고학년 이상부터 읽기에 나쁘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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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
조은수 지음 / 창비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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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져보니 2000년 11월에도 리뷰를 올렸다. 그 당시 어느 분의 소개로 이 책을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의 흥분이 다시 떠오른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개최한 어린이책 비창작부문에서 1등을 한 책, 유명세에 걸어봄직한 기대에 모자람이 없었다. 어린이책도 이런 탈을 쓰고 어린이에게 접근할 수 있구나, 하며 참 기쁘고 반갑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특히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부문의 접근은 재미와 감상의 포인트, 그 속에 담긴 많은 이야깃거리까지 아우르며 눈치채지 못하게 아이들 곁을 찾아가야하기 때문에 기획이 더욱 신경쓰이는 부문이라 생각한다. 너무 얕지도 않고 너무 지리하지도 않은, 썩 괜찮은 풍속화첩 한 권을 아끼는 마음에 잘 두었는데 작년 여름 이사한 이후로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5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좀더 꼼꼼히 그림을 읽으며 조은수님의 맛깔스런 입말을 따라갔다. 조선시대의 변천하는 사회상을 짚어주고 조선후기 이런 풍속화가 많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을 알고 들어가니 아이들은 그림읽기에 좀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몰입했다. 김홍도, 신윤복, 윤두서, 조영석, 이인상, 김득신 같은 대표화가 이외에도 작자미상의 그림까지 보며 화가들의 마음을 읽고 독특한 화법도 느낄 수 있었다.

신윤복의 '달밤의 연애'는 단연 인기 작품이었다. 함초롬한 여인의 곁에 서서 뭐라 소근거리고 있는 멋장이 선비의 맵시또한 여간 아니다. 담 모퉁이 뒤로 흐릿한 선으로 처리한 집의 윤곽이 달빛을 받아 아련하고 신비롭다. 연애의 감정이 이런 것일까.

공재 윤두서의 '쑥 캐는 여인'은 얼마 전 고산유물관에서도 본 것이다. 당쟁에 휘말리기 싫어 벼슬을 마다하고 고향에 내려가 실학을 공부하였다는 공재는 그림에도 새로운 화풍을 도입하여 우리 것을 찾으려한 사람이다. 대각선 구도가 눈길을 끄는 '쑥 캐는 여인'은 두 여인이 쑥을 캐고 있는데 머리 위로 멀리 나는 한 마리 작은새가 마치 그 중 젊어보이는 한 여인의 마음같아 보인다. 허리를 잠시 펴고 하늘이라도 한 번 보고 서 있는 그 여인의 어깨가 여위어 보인다. 옆 얼굴이 보이는 다른 여인의 뺨에 한 줄 가는 주름이 고단해 뵌다. 바구니가 꽉 차려면 아직 더 허리를 굽히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아이들과 '우리 시대 풍속화'를 그리고 100년 후의 후손들이 볼 수 있게 그림읽기를 글로 표현하게 했더니, 재미있는 발상이 많이 나왔다. 여럿이 함께 하는 놀잇감으로 축구 하는 모습을, 생활면에서는 분리수거하는 모습, 교실풍경, 다리 위에서 교통사고간 난 장면 같은 것을 그렸다. 첨단의 과학시대에 살 후손들이 읽는다는 가정하에 '교통사고 같은 게 나다니, 그 땐 참 이상했지?'라든가, '팔 아프게 연필로 일일이 필기를 했단다. 지금은 생각만 하면 다 써지는데, 그 땐 참 불편했겠지? 그러니 편하게 사는 우리는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돼.' 라고 글로 표현하여 참 재미있었다. 분리수거를 한 아이는 '그 땐 냄새나고 귀찮아도 이렇게 환경을 생각하여 분리수거를 했단다' 라고 써서 의미있는 지적을 하였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모습,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모습들도 나왔다.

대표화가들의 특성을 간단히 정리하고, 각자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한 두 점씩 골라 자신의 감상을 쓰게 하였더니, 같은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마음에 빗대어 작품을 보고 느끼며 화가의 마음까지 읽어보려 한 점도 좋았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그림을 읽고 중요한 것은 대개 우측 상단에 둔다는 점도 미리 지적해 주었다. 정조 때 가장 풍성하다가 그 이후 양반들의 천시로 점점 사라졌다니, 안타깝다. 그들이 보이고 싶지 않은 면을 주로 그린 신윤복 같은 화가의 그림 때문이었을까.

풍속화는 보면 볼수록 은근한 멋이 우러나온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과거, 현재, 미래가 일직선 상에 떠오르며 동질성이 느껴진다. 이물감 없이 우리 것에 대한 깊고 흥미로운 접근을 허락하는 이 책은 오래 간직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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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알아 가는 열두 띠 동물 이야기
김경복 지음, 유혜광 그림 / 상서각(책동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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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띠를 가지는 우리는 띠 동물에 따라 어느정도의 성격을 짐작하곤 한다. 터무니 없다고 하기보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풍습과 관련하여 소중히 여겨야 할 부분도 있다. 정초 십이지날에 하는 풍습을 보면 남녀 성차별적으로 금기시 하는 것들도 있고 우스꽝스러운 것도 있지만, 미리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며 언행을 삼가라는 의미 속에 풍년과 가족의 행운을 비는 마음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십이지 동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십이지 동물의 순서대로 열두 장으로 나누어 먼저 그 동물의 민화가 각장을 연다.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읽고나면 '띠 동물에 얽힌 이야기들'이란 꼭지에서 갖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각 동물의 상징, 성격, 과학적정보, 그 동물에 얽힌 풍속과 행사 그리고 그것에 담긴 의미, 신화와 역사 같은 것들이 나온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미신적인 것들이 많지만 동물들에 빗댄 덕목은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가 가져야 할 덕목이란 점에 의미를 두어야겠다.

종이에 커다란 원을 그리고 열두 칸을 나누어 십이지판을 만들어보면 한눈으로 보인다. '子/쥐/오후11시에서 오전 1시/음력 11월/부지런하고 절약하는 성품' 이렇게 다시 작은 칸을 나누어 정리해보면 좋겠다. 나를 비롯해 가족들의 띠와 성격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가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 된다.

올해는 원숭이의 해이다. 원숭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가족들의 띠로 주변인물을 설정하고 하나의 재미난 띠 동물 이야기를 창작해 보는 활동도 좋겠다. 각 인물의 성격이 잘 살아나게 쓰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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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브라시카
레오니드 슈왈츠만·로만 카자노프 원작, 노지연 옮김, 황선희 그림 / 현실과미래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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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브라시카>는 러시아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작가 로만 카자노프의 원작을 바탕으로 씌어진 동화라 한다. 역방향으로 나온 작품이라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기 바쁘게, 체브라시카라는 주인공과 등장 인물의 설정을 보면 독특하고 재미있다. 체브라시카라는 말은 러시아 말로 '푹 고꾸라진다'라는 뜻이다. 비현실적 동물이기도 한 체브라시카는 곰도 아니고 강아지도 아닌, 그냥 체브라시카이다. 못난이 봉제동물인형이란다. 동그란 눈에 커다란 귀를 하고 퍽이나 착하고 순수해보이는 인상이다.

체브라시카 이외에 동물원의 멋장이 악어 게나(사실, 고무로 되어있음)와 예쁜이 플라스틱 인형 가랴, 쥐, 사자, 개, 원숭이, 사포클락이라는 심술궂은 노파, 말썽꾸러기 남자아이와 얌전한 여자아이가 등장인물이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톡톡 튀는 개성을 지녔다. 사포클락이라는 악당 노파가 체브라시카에게 보기 좋게 당하는 장면에선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친구가 없는 이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모임을 만들고 고지식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수 위의 재치를 발하는 게나는 공을 다른 친구에게 돌릴 줄도 아는 넉넉함을 지녔다.

약해 보이지만 용기있고 대담한 체브라시카의 소원은 공중전화박스가 아닌, 학교에서 장난감으로 일하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지 몰라 의기소침해 있는 체브라시카에게 친구들은 학교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친구들 모두의 힘이다.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가 참 귀엽고 정감있다. 삽화는 또렷한 색감을 살려서 귀염성을 더 했다.

인터넷으로 체브라시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체브라시카를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 일부이지만 동영상도 볼 수 있고 여러가지 주변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익히 상영된 바 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에서보다 이 책의 삽화는 색감이 밝고 화사하다. 온갖 것에 생명을 불어넣어 놀 줄 아는 아이들에게, <체브라시카>는 순수한 용기와 우정, 좋은 친구되기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어느새 행복한 느낌에 젖어들게 한다.
초등 중학년까지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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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친구가 필요해 - 꿈꾸는 나무 10
멕 루터포드 그림, 존 스팀슨 글, 김현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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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곱 살이 된 작은 딸아이에게 요즘 고민이 생겼다. 아니,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반 친구 8명 중 6명이 남자아이이고 나머지는 여자아이인데, 유독 또래의 여자친구랑 노는 걸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우리 딸은 유치원에서의 생활이 그리 즐겁지 않은 것 같다. 남자아이들과 한마디로 코드가 맞지 않은 것 같다. 하나 있는 여자친구도 성격이 좀 다른 것 같다.

희령이의 성격이 리더십이 아주 강하고 자기 식으로 친구들을 끌어가려고 하는 성향이 많아, 다른 친구들이 그렇게 잘 따라주지 않으면 속상해하는 형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사 온 이후 아직 친한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나절을 보내고 오는 유치원에서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랑 실컷 놀고 오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조금 변화를 줘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오스카는 친구가 필요해>를 어제 잠자기 전 함께 읽었다. 딸에게 지금 아주 적절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새로 이사 온 저 너머의 친구 올리랑 코드가 맞지 않아 화를 내는 곰, 오스카는 딸아이를 꼭 닮았다.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 오스카에게 어느날 엄마 곰이 뭔가 이야기를 한다. 오스카는 엄마 곰의 말을 듣지 않는 척했다. 하지만 잠들기 전에 엄마 곰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맑고 귀여운 눈망울을 굴리며 생각에 빠진 오스카의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한 것 같다.

다음날 오스카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오늘 뭘 하면서 놀고 싶니?' 친구 올리에게 오스카는 이렇게 먼저 물어본다. 그리곤 참을성 있게 대답을 기다린다. 큰 호수 근처의 집에서 전에 살았던 올리는 처음부터 수영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오스카와 함께 물장구를 치며 떠들고 논 올리는 이제야, 오스카가 전에 무조건 하자고 했던 놀이들을 다시 해 보고 싶어한다. 오스카가 권하는 놀이에 겁이 났던 올리는 해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오스카는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 중 숨바꼭질만은 참고 기다리기로 한다. 올리가 하고 싶어할 때까지 말이다. 이제, 멋진 친구 올리를 둔 오스카는 산에서 가장 행복한 곰이다.

이 그림책은 정감있고 살아있는 곰의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 표정은 마치 아이들이 짓는 표정처럼 시시각각 숨기지 못하고 변한다. 좋으면 입꼬리가 초승달처럼 올라가며 눈이 생글거리고, 화가 나면 눈꼬리가 올라가며 찌뿌리고 심술을 부린다. 휘청거리는 나뭇가지 위에서 어정쩡한 포즈를 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미간을 모으고 있는 올리와, 두 다리로 떡하니 버티고 서서 양손까지 머리 위로 들고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오스카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아기 곰의 털이 색깔은 다르지만 보송보송 한 게 만지면 보드라운 느낌이 전해올 것 같다.

아이는 친한 친구가 된 두 마리의 아기 곰을 보며, <토끼의 결혼식>에 나오는 검은 토끼와 흰 토끼를 들먹인다. 색깔이 다른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는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아이도 이제 자기 방식으로만 친구를 대해서는 좋은 친구를 만나기 어려울 거라는 걸 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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