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마음이 아파요 - 청년사 저학년 동화 01
노경실 지음, 이형진 그림 / 청년사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노경실 작가의 동화라면 내가 읽으 것 중에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가 생각난다. <엄마 내 마음이 아파요>는 그 책과 아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런 류를 생활동화라고 굳이 부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성장동화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주 사소하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얻고 마음의 키가 쑥쑥 자라는 예쁜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 모험이라 부를 만한 것은 없지만, 숙제도 제대로 안 하고 학교에 가야하는 아이의 복잡미묘한 마음 자체가 하나의 모험이 아닐까. 이 책 속의 주인공은 열살이며 남자아이다. 개구쟁이 남동생, 엄마, 아빠와 함께 평범한 가족의 구성원이다.

때로는 평범한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며, 행복한 것인지 모른다.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며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좋았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아빠, 사랑하여 결혼한 남편이면서 불쌍해서 결혼해 줬다고 내숭을 떠는 친구같이 귀여운 느낌이 드는 엄마, 어색한 분위기를 재치있게 넘겨주는 장난꾸러기 동생, 그리고 배부르면 아무 데나 드러누워 잠 자는 바둑이. 사실 주인공아인 이런 바둑이를 부러워하며, 엉뚱하게도 자신은 바둑이보다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남자아인 자신이 불행한 이유를 100가지도 넘게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을 거꾸로 적으니 행복한 이유가 된다는 걸 알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손바닥 뒤집기 처럼 어렵지않은, 생각뒤집기이다. 좋아하는 반친구 연실이에게 고백도 못 하지만 연실이가 결석을 하자 신경이 무척 쓰인다. 연실이가 돌이 되기도 전에 엄마를 잃고 연실이가 엄마랑 찍은 어딘지 어색해 보인 사진은 알고보니, 합성사진이었다. 석주의 새엄마는 아주 좋은 분이지만, 그래도 친엄마가 보고 싶다는 석주의 말에, 의리를 지키기 위해 엄마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가 우리의 주인공이다.

작가가 의리를 정의하는 건, 유행하는 조폭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아빠의 감동적인, 진실한 친구 얘기를 들으며 주인공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의 마음을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형제간에 그리 하면 우애, 남녀간이면 사랑, 친구간이면 우정이란다. 작가의 마음씀씀이가 참 푸근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리 조근조근 들려주니 말이다.

<엄마 내 마음이 아파요>는 연실이의 합성사진이나 석주의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알고 나서 주인공 아이가 느끼는 마음 속 울음이다. 이 아이는 평범한 가족이 있어 너무나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 친구의 어딘가 비어있는 옆자리에 대해 무한한 연민을 느낀다. 성장이란 이런 것인가 싶다. 타인에 대한 순수한 연민으로 자신을 더욱 깨닫고 가슴을 넓힐 수 있다면 이 아인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할까.

이 동화는 저학년(2,3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다소 훈계조 같은 느낌을 피할 수 없지만 천방지축 아이의 눈으로 보는 가족, 선생님, 동네어른, 친구에 대한 표현이 거름망을 통과하지 않고 통통 튀어, 생동감을 잃지 않고 이어간다. 주제는 무엇 한 가지로 말하기 어렵다. 가족, 우정, 행복... 어느 한 가지로 촛점을 맞추어 독후 활동을 하는 것도 좋겠고,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십분 이용하여 그들의 인물소개를 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인물광고나 각 인물의 입장에서 쓰는 그날의 일기도 써 볼만 하겠다.

일상적인 문체와 이형진님의 살아 움직이는 삽화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굵고 가는 연필선으로 쓱쓱싹싹 그려서 투명 수채화법으로 가볍게 채색한 삽화는 인물의 재미난 표정과 함께 가만 있지 못하고 꿈틀대는 것 같다. <고양이>나 <외삼촌 빨강애인>에서의 삽화도 인상적이었던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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