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
조은수 지음 / 창비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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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져보니 2000년 11월에도 리뷰를 올렸다. 그 당시 어느 분의 소개로 이 책을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의 흥분이 다시 떠오른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개최한 어린이책 비창작부문에서 1등을 한 책, 유명세에 걸어봄직한 기대에 모자람이 없었다. 어린이책도 이런 탈을 쓰고 어린이에게 접근할 수 있구나, 하며 참 기쁘고 반갑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특히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부문의 접근은 재미와 감상의 포인트, 그 속에 담긴 많은 이야깃거리까지 아우르며 눈치채지 못하게 아이들 곁을 찾아가야하기 때문에 기획이 더욱 신경쓰이는 부문이라 생각한다. 너무 얕지도 않고 너무 지리하지도 않은, 썩 괜찮은 풍속화첩 한 권을 아끼는 마음에 잘 두었는데 작년 여름 이사한 이후로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5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좀더 꼼꼼히 그림을 읽으며 조은수님의 맛깔스런 입말을 따라갔다. 조선시대의 변천하는 사회상을 짚어주고 조선후기 이런 풍속화가 많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을 알고 들어가니 아이들은 그림읽기에 좀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몰입했다. 김홍도, 신윤복, 윤두서, 조영석, 이인상, 김득신 같은 대표화가 이외에도 작자미상의 그림까지 보며 화가들의 마음을 읽고 독특한 화법도 느낄 수 있었다.

신윤복의 '달밤의 연애'는 단연 인기 작품이었다. 함초롬한 여인의 곁에 서서 뭐라 소근거리고 있는 멋장이 선비의 맵시또한 여간 아니다. 담 모퉁이 뒤로 흐릿한 선으로 처리한 집의 윤곽이 달빛을 받아 아련하고 신비롭다. 연애의 감정이 이런 것일까.

공재 윤두서의 '쑥 캐는 여인'은 얼마 전 고산유물관에서도 본 것이다. 당쟁에 휘말리기 싫어 벼슬을 마다하고 고향에 내려가 실학을 공부하였다는 공재는 그림에도 새로운 화풍을 도입하여 우리 것을 찾으려한 사람이다. 대각선 구도가 눈길을 끄는 '쑥 캐는 여인'은 두 여인이 쑥을 캐고 있는데 머리 위로 멀리 나는 한 마리 작은새가 마치 그 중 젊어보이는 한 여인의 마음같아 보인다. 허리를 잠시 펴고 하늘이라도 한 번 보고 서 있는 그 여인의 어깨가 여위어 보인다. 옆 얼굴이 보이는 다른 여인의 뺨에 한 줄 가는 주름이 고단해 뵌다. 바구니가 꽉 차려면 아직 더 허리를 굽히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아이들과 '우리 시대 풍속화'를 그리고 100년 후의 후손들이 볼 수 있게 그림읽기를 글로 표현하게 했더니, 재미있는 발상이 많이 나왔다. 여럿이 함께 하는 놀잇감으로 축구 하는 모습을, 생활면에서는 분리수거하는 모습, 교실풍경, 다리 위에서 교통사고간 난 장면 같은 것을 그렸다. 첨단의 과학시대에 살 후손들이 읽는다는 가정하에 '교통사고 같은 게 나다니, 그 땐 참 이상했지?'라든가, '팔 아프게 연필로 일일이 필기를 했단다. 지금은 생각만 하면 다 써지는데, 그 땐 참 불편했겠지? 그러니 편하게 사는 우리는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돼.' 라고 글로 표현하여 참 재미있었다. 분리수거를 한 아이는 '그 땐 냄새나고 귀찮아도 이렇게 환경을 생각하여 분리수거를 했단다' 라고 써서 의미있는 지적을 하였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모습,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모습들도 나왔다.

대표화가들의 특성을 간단히 정리하고, 각자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한 두 점씩 골라 자신의 감상을 쓰게 하였더니, 같은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마음에 빗대어 작품을 보고 느끼며 화가의 마음까지 읽어보려 한 점도 좋았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그림을 읽고 중요한 것은 대개 우측 상단에 둔다는 점도 미리 지적해 주었다. 정조 때 가장 풍성하다가 그 이후 양반들의 천시로 점점 사라졌다니, 안타깝다. 그들이 보이고 싶지 않은 면을 주로 그린 신윤복 같은 화가의 그림 때문이었을까.

풍속화는 보면 볼수록 은근한 멋이 우러나온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과거, 현재, 미래가 일직선 상에 떠오르며 동질성이 느껴진다. 이물감 없이 우리 것에 대한 깊고 흥미로운 접근을 허락하는 이 책은 오래 간직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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