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김여흔 > 손톱을 깍아야지


봄이 오면
손톱을 깍아야지
깍아도 깍아도 또 자라나는 기억
썩은 살덩이 밀어내
봄바람에 날려 보내야지


내 청춘의 푸른 잔대, 어지러이 밟힌 자리에
먼지처럼 일어나는 손거스러미도
뿌리째 잘라 없애야지
매끄럽게 다듬어진 마디마디
말갛게 돋아나는 장미빛 투명으로
새롭게 내일을 시작하리라


그림자 더 짧아지고
해자락 늘어지게 하품하는, 봄이 오면
벌떡 일어나 머리 감고 손톱을 깍아야지
해바른 창가에 기대앉아
쓸어버려야 해, 훌훌
봄볕에 겨워 미친 척 일어나지 못하게
묻어버려야 해, 영영

 

 

 

 

 

 

 

 

Photo  yellu / 나비가 되어
詩  김영미/ 대청소
Music 김윤아/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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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3-2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은 간다, 요즘 난 이 노래가 참 좋다.

waho 2004-04-24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넘 좋네요...혜경님 아니었음 전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는 줄도 몰랐겠네요.

프레이야 2004-04-24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윤아 앨범도 좋다고 하더군요. 이 노래 너무 좋죠?
요즘 노래방가면 제 애창곡 1순위에요. 아이랑 한번씩 가거던요. 희령이가 탬버린 흔들어주죠,
박자 안 맞아서 노래 다 버려놓구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반양장)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
로알드 달 글, 지혜연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로알드 달은 '대담하고 뻔뻔한' 상상력의 소유자이다. <제임스와 수퍼복숭아>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기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더니 내가 두번째로 만난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도 그런 신나는 경험과 모험으로 읽는 이를 데려간다.

로알드 달은 네살 때 아버지를 여의며 아버지의 유언대로 영국 최고의 학교라는 렙튼 공립학교에 다니게 되는데 그곳은 글짓기를 포함애서 달을 괴롭히는 것 투성이였다고 한다. 튀는 행동이라곤 일절 용납되지 않는 그곳 생활에서 특히 달은 글짓기 시간마다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들었다고 한다. 글짓기 공책에는 선생님이 좍좍 그은 빨간 줄 때문에 마치 불이 난 것 같고, 맨 뒤에는 '주제와 전혀 상관 없는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열심히 씁니다' 라는 평이 쓰여지곤 했단다.

종횡무진, 럭비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상상의 나래를 붙들고 가다보면 정말 수퍼복숭아에 내가 올라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는 이런 기발한 장치들이 더 많이 나온다. 게다가 유혹의 맛 초콜릿을 내세워 읽는 이의 구미를 확 잡아끌고 있다.

달의 글이 쉽고 재미있는 건 그 문장이 짧고 기교가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쓸데없는 수식 따윈 없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간다.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도 점잖을 떨지 못하고 거침없어서 속이 후련하게 느껴진다. <제임스와 수퍼복숭아>에서는 지네를 비롯한 동물들의 입을 통해 기상천외한 노랫말의 노래를 내놓더니 이 책에서는 움파룸파라는 난장이들의 입을 빌어 나오는 노랫말을 통해 아이들과 어른들의 잘못을 꼬집고 뒤집고 비틀어 놓는다.

대단한 초콜릿 공장의 사장 웡카씨는 어른들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고 생각하고 카카오를 제일 좋아하는 움파룸파들을 몽땅 화물상자에 실어 와 공장의 직원으로 채용한다. 아무도 들어가본 적이 없는 이 공장의 후계자를 뽑으려는 마음으로 웡카씨는 황금초대장을 뿌리고 다섯 명의 아이만이 이 공장에 들어갈 수 있는 굉장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찰리와 서로 위해주며 사는 가족들, 나누어 줄 줄 알고 이해심도 있는 찰리에게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오고 찰리는 그 다섯번째의 주인공이 된다. 조 할아버지와 함께, 다른 4명의 아이들도 부모님과 함께 초콜릿 공장에 들어간다. 초콜릿강물을 시작으로 공상만화와도 같은 신기한 일들이 연이어 눈앞에서 벌어지고, 하나같이 나쁜 습관을 가진 4명의 아이들과 이들을 방관하고 책임을 소홀히 한 어른들까지 새 사람(?)이 되어 나온다. 아주 우습고 황당한 방식으로 깨닫게 하고 있는데, 움파룸파가 만들어 부르는 노래가 한몫을 한다.

작가는 버릇없는 아이들만 나무라는 게 아니라 바르게 키워내지 못하고 순간의 만족감 앞에 굴복하는 아이로 키우고 있는 어른들까지 꾸짖고 있는데, 그 방식이 유연하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신나는 만화영화 같다. 설교도 이런 식으로, 농담처럼, 기분 좋은 상상의 나라로 데려가 들었다 놓았다 하며, 세상에 둘도 없을 모험 속에서, 우당탕탕거리며 하고 있다. 

너무 가난하여 비쩍 마른 찰리가 초콜릿을 실컷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웡카씨의 초콜릿 공장의 후계자가 되어 온 식구와 함께 그 공장의 집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은, 그저 눈 속에서 주운 50센트처럼 찾아온 행운이라고만 보지 않으면 좋겠다. 어려움 속에서도 착하고 넉넉한 마음을 잃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처지 안에서 지혜롭게 처신하려고 애쓰고, 욕구를 절제할 줄도 알며, 어른들의 충고에도 귀기울일 줄 아는 열린 귀를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처지가 힘든 아이가 있다면 이 책으로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희망 하나를 입 속에 넣어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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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희망 2004-03-2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 이야기 영화로도 책으로도 봣죠.. 아직도 기억나는건 찰리네 7명의 가족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침대에 찰리와 부모는 매트리스를 깔고 자던 모습의 삽화...
초콜릿 공장의 내음에 감동하던 찰리의 얼굴..
정말 멋진 이야기....^^

리뷰도 그에 못지 않게 멋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프레이야 2004-03-2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동화가 영화로도 나와있나보네요. 몰랐어요. 구해서 보고 싶은데요,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세진맘 2004-04-0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얄드 달의 책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것 같아요.
우리 아들은 책과 영화 모두에 푹빠져 있는데다가 감히 원서책까지 보고 싶어할 정도 랍니다.
리뷰의 감칠맛나는 글이 다시 한번 작가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주네요^^
 


..오랜만에 오일 파스텔로 작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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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4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이 좋으네요.
 
과학의 배꼽 아이세움 배움터 6
과학아이 지음, 이샛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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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세움배움터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과학의 배꼽>이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배꼽이란 단어가 주는 상징적 의미다. 이 책은 사실 과학에 대한 지식적인 측면을 이야기 하고 싶다기보다는 과학적인 혹은 학문적인 올바른 자세를 느끼게 해 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책의 부제 또한 '공부가 처음 생겨난 이야기'이다.

<과학의 배꼽>은 神 중심적 세계관을 지니고 살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상에서 어느 날 자연현상을 신의 뜻이 아닌, 어떤 자연원리로 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아주 재미난 방식으로 들려준다. '과학아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쓴 사람은 두 사람이다. 각각 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초등 고학년 정도를 대상으로, 과학하는 사람의 근본적인 마음자세에 대하여 쉽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들려준다.

톡톡 튀는 입말로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과학자, 수학자들의 재미있는 일화들도 있어, 아이들이 좀더 재미있는 기억으로 이 책을 소화하고 싶다면, 책을 읽고 난 후, 그 일화들에 촛점을 맞추어 기발한 작은 책이나 작은신문으로 엮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삽화나 사진, 그림, 고대의 지도 같은 것들도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히 배치해 두어 유용하다. 

딱딱하고 진지하게 자기 생각에만 몰두했을 것 같은 과학자들의 유머러스하고 황당한 일화를 재미있게 삽입해두어 전체의 이야기흐름에 활력소가 된다. 당시 과학자는 동시에 철학자이기도 했고 시인이기도 했으니 꽤 낭만적이지 않나. 이들 중에는 여행을 좋아하고 두루 다니며 배움을 즐겨 행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책상앞에서의 과학이 아니라 두발로 두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하고 관찰하여 연구하는 배움의 자세 또한 은근히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은 물로 이루어져있다고 생각한 탈레스를 과학의 아버지로 시작으로  '과학의 역사'를 풀어가는데, 큰 줄기를 이루는 인물들을 연대순으로 굵직굵직하게 등장시키면서 그들이 주장했던 내용과 일화, 오늘날의 견해와의 차이점, 오늘날의 학설에 미친 영향 같은 것을 알아듣기 쉽게 들려준다. 지동설을 최초로 주장한 사람이 코페르니쿠스 이전에 고대그리스에 일찌감치 있었다는 사실은 아마도 대부분 새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일 것이다.

무려 2500년 내지 2400년 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니, 가히 놀랍기도 하다. 고대그리스의 스티븐호킹이라 부를만한 아낙시만드로스는 다소 거꾸로된 빅뱅이론을 주장하고 있다. 과학의 탄생은 이들의 호기심과 알고 싶은 것에 대한 몰두, 진리를 찾고자 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학적사고는 탐구하고 의문을 달고, 사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각도로 보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  이런 자세는 비단 과학이라는 분야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공부하는 사람의 바람직한 기본 자세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철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무엇 때문에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면, 좋은 대학 가기 위해서, 나중에 부자 되기 위해서, 잘 살기 위해서, 같은 대답을 하기 일쑤다. 이런 아이들에게 나는 '알고자 하는 욕구'는 사람의 본능이다. 이 본능을 충족하기 위해 공부하는 건 아닐까, 라고 반문해 보았다. 고개를 끄득이며 어려운 수학문제를 끙끙대고 풀고 난 후 희열을 느꼈다고 어느 녀석이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아이는 반갑기 그지없다.

지금 당장 바라는 게 있으면 얘기해 보라고 하면, 80%정도는 모든 학원을 당장 끊어버리고 싶단다. 적극적으로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게걸스럽게 공부에 매달리는 모습도 탐욕이라 한다면, 이런 탐욕쯤은 부려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아이들아, <과학의 배꼽>으로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를 해 보고 싶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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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판타지 - 굴렁쇠생각 1
김서정 지음 / 도서출판 굴렁쇠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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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이들은 많은 환상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환상을 쓸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도 있다"

제임스 크뤼스가 한 이 말은 어린이문학에서 환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선이 모호한 어린시절에서부터 환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의 고통을 치유받으려하는 좀더 큰 아이들의 경우에까지 환상(판타지)의 역할은 생각 이상의 그 무엇이다.

서문에서 '나는 판타지의 변화무쌍함과 역동성이 좋다"라고 공표한 저자는 이 아담하고 속이 찬 책으로 판타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쓰고 있다. 능숙한 안내인이기보다는 함께 헤매는 탐험가로 독자를 이 책의 세계에 초대하고 싶다고 겸손하게 쓴 저자를 따라가다보면, 판타지의 깊고 넓은 세계에 푹 빠지고 싶어진다.

저자은 모두 3부로 나누어 판타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다.  1부(판타지는 멋있다)에서는 판타지의 정의 내지는 범주에서 판타지의 유래, 법칙, 판타지로 가는 통로, 판타지의 대립구도를 통하여 판타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까지, 글의 전개가 자연스러워 수월하게 독자를 이해시킨다.

2부(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에서는 저자가 읽고 감동 깊었던 판타지문학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감상과 작품의 포인트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어린이문학사에서 굵은 획을 긋고 있는 작품들을  주로 언급하고 있어 판타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여기에 언급하는 작품들은 모두 읽어보는 게 좋을 듯 하다.

3부(독일 동화 문학과 판타지)에서는 판타지가 예술로서 승화되어야하는 이유를 역으로 설명하며 다시한번 판타지에 대한 요약, 정리를 하고 있다. 판타지가 전래동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브루노 베텔하임이 "전래동화가 예술 작품이 아니었다면 아이들에게 그런 심리적 공헌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 말은 판타지 또한 예술로 승화되지 못하면 한낱 공허한 세계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닐 것이란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자는 판타지의 기능을 크게 보상적 기능과 해방적 기능으로 정리한다. 전래동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환상은 '아이들의 은밀한, 혹은 노골적인 소원을 현실화 시킨다'. 또한 환상은 '심리적, 물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고통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준다.

아이들이 '반지의 제왕'에 환호하는 이유가, 세계를 크게 양분하는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아직은 이해해서가 아니라 해도, 판타지의 이런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문학예술로서 성공한 멋진 판타지는 비단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순기능을 많이 발휘하는 읽을 거리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그리고 소우주인 '나'를 지배하는 선과 악의 거대한 구도를 이해하고 어둠을 끌어안으려는 어른뿐만 아니라, 먼 나라 같기만 한 어린이 세계로 지금이라도 한발씩 들여놓기를 원하는 어른이라면, 더욱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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