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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배꼽 ㅣ 아이세움 배움터 6
과학아이 지음, 이샛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3월
평점 :
이 책은 아이세움배움터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과학의 배꼽>이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배꼽이란 단어가 주는 상징적 의미다. 이 책은 사실 과학에 대한 지식적인 측면을 이야기 하고 싶다기보다는 과학적인 혹은 학문적인 올바른 자세를 느끼게 해 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책의 부제 또한 '공부가 처음 생겨난 이야기'이다.
<과학의 배꼽>은 神 중심적 세계관을 지니고 살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상에서 어느 날 자연현상을 신의 뜻이 아닌, 어떤 자연원리로 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아주 재미난 방식으로 들려준다. '과학아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쓴 사람은 두 사람이다. 각각 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초등 고학년 정도를 대상으로, 과학하는 사람의 근본적인 마음자세에 대하여 쉽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들려준다.
톡톡 튀는 입말로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과학자, 수학자들의 재미있는 일화들도 있어, 아이들이 좀더 재미있는 기억으로 이 책을 소화하고 싶다면, 책을 읽고 난 후, 그 일화들에 촛점을 맞추어 기발한 작은 책이나 작은신문으로 엮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삽화나 사진, 그림, 고대의 지도 같은 것들도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히 배치해 두어 유용하다.
딱딱하고 진지하게 자기 생각에만 몰두했을 것 같은 과학자들의 유머러스하고 황당한 일화를 재미있게 삽입해두어 전체의 이야기흐름에 활력소가 된다. 당시 과학자는 동시에 철학자이기도 했고 시인이기도 했으니 꽤 낭만적이지 않나. 이들 중에는 여행을 좋아하고 두루 다니며 배움을 즐겨 행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책상앞에서의 과학이 아니라 두발로 두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하고 관찰하여 연구하는 배움의 자세 또한 은근히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은 물로 이루어져있다고 생각한 탈레스를 과학의 아버지로 시작으로 '과학의 역사'를 풀어가는데, 큰 줄기를 이루는 인물들을 연대순으로 굵직굵직하게 등장시키면서 그들이 주장했던 내용과 일화, 오늘날의 견해와의 차이점, 오늘날의 학설에 미친 영향 같은 것을 알아듣기 쉽게 들려준다. 지동설을 최초로 주장한 사람이 코페르니쿠스 이전에 고대그리스에 일찌감치 있었다는 사실은 아마도 대부분 새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일 것이다.
무려 2500년 내지 2400년 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니, 가히 놀랍기도 하다. 고대그리스의 스티븐호킹이라 부를만한 아낙시만드로스는 다소 거꾸로된 빅뱅이론을 주장하고 있다. 과학의 탄생은 이들의 호기심과 알고 싶은 것에 대한 몰두, 진리를 찾고자 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학적사고는 탐구하고 의문을 달고, 사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각도로 보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 이런 자세는 비단 과학이라는 분야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공부하는 사람의 바람직한 기본 자세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철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무엇 때문에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면, 좋은 대학 가기 위해서, 나중에 부자 되기 위해서, 잘 살기 위해서, 같은 대답을 하기 일쑤다. 이런 아이들에게 나는 '알고자 하는 욕구'는 사람의 본능이다. 이 본능을 충족하기 위해 공부하는 건 아닐까, 라고 반문해 보았다. 고개를 끄득이며 어려운 수학문제를 끙끙대고 풀고 난 후 희열을 느꼈다고 어느 녀석이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아이는 반갑기 그지없다.
지금 당장 바라는 게 있으면 얘기해 보라고 하면, 80%정도는 모든 학원을 당장 끊어버리고 싶단다. 적극적으로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게걸스럽게 공부에 매달리는 모습도 탐욕이라 한다면, 이런 탐욕쯤은 부려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아이들아, <과학의 배꼽>으로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를 해 보고 싶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