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판타지 - 굴렁쇠생각 1
김서정 지음 / 도서출판 굴렁쇠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은 많은 환상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환상을 쓸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도 있다"

제임스 크뤼스가 한 이 말은 어린이문학에서 환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선이 모호한 어린시절에서부터 환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의 고통을 치유받으려하는 좀더 큰 아이들의 경우에까지 환상(판타지)의 역할은 생각 이상의 그 무엇이다.

서문에서 '나는 판타지의 변화무쌍함과 역동성이 좋다"라고 공표한 저자는 이 아담하고 속이 찬 책으로 판타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쓰고 있다. 능숙한 안내인이기보다는 함께 헤매는 탐험가로 독자를 이 책의 세계에 초대하고 싶다고 겸손하게 쓴 저자를 따라가다보면, 판타지의 깊고 넓은 세계에 푹 빠지고 싶어진다.

저자은 모두 3부로 나누어 판타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다.  1부(판타지는 멋있다)에서는 판타지의 정의 내지는 범주에서 판타지의 유래, 법칙, 판타지로 가는 통로, 판타지의 대립구도를 통하여 판타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까지, 글의 전개가 자연스러워 수월하게 독자를 이해시킨다.

2부(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에서는 저자가 읽고 감동 깊었던 판타지문학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감상과 작품의 포인트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어린이문학사에서 굵은 획을 긋고 있는 작품들을  주로 언급하고 있어 판타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여기에 언급하는 작품들은 모두 읽어보는 게 좋을 듯 하다.

3부(독일 동화 문학과 판타지)에서는 판타지가 예술로서 승화되어야하는 이유를 역으로 설명하며 다시한번 판타지에 대한 요약, 정리를 하고 있다. 판타지가 전래동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브루노 베텔하임이 "전래동화가 예술 작품이 아니었다면 아이들에게 그런 심리적 공헌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 말은 판타지 또한 예술로 승화되지 못하면 한낱 공허한 세계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닐 것이란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자는 판타지의 기능을 크게 보상적 기능과 해방적 기능으로 정리한다. 전래동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환상은 '아이들의 은밀한, 혹은 노골적인 소원을 현실화 시킨다'. 또한 환상은 '심리적, 물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고통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준다.

아이들이 '반지의 제왕'에 환호하는 이유가, 세계를 크게 양분하는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아직은 이해해서가 아니라 해도, 판타지의 이런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문학예술로서 성공한 멋진 판타지는 비단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순기능을 많이 발휘하는 읽을 거리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그리고 소우주인 '나'를 지배하는 선과 악의 거대한 구도를 이해하고 어둠을 끌어안으려는 어른뿐만 아니라, 먼 나라 같기만 한 어린이 세계로 지금이라도 한발씩 들여놓기를 원하는 어른이라면, 더욱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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