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반양장)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
로알드 달 글, 지혜연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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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로알드 달은 '대담하고 뻔뻔한' 상상력의 소유자이다. <제임스와 수퍼복숭아>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기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더니 내가 두번째로 만난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도 그런 신나는 경험과 모험으로 읽는 이를 데려간다.

로알드 달은 네살 때 아버지를 여의며 아버지의 유언대로 영국 최고의 학교라는 렙튼 공립학교에 다니게 되는데 그곳은 글짓기를 포함애서 달을 괴롭히는 것 투성이였다고 한다. 튀는 행동이라곤 일절 용납되지 않는 그곳 생활에서 특히 달은 글짓기 시간마다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들었다고 한다. 글짓기 공책에는 선생님이 좍좍 그은 빨간 줄 때문에 마치 불이 난 것 같고, 맨 뒤에는 '주제와 전혀 상관 없는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열심히 씁니다' 라는 평이 쓰여지곤 했단다.

종횡무진, 럭비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상상의 나래를 붙들고 가다보면 정말 수퍼복숭아에 내가 올라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는 이런 기발한 장치들이 더 많이 나온다. 게다가 유혹의 맛 초콜릿을 내세워 읽는 이의 구미를 확 잡아끌고 있다.

달의 글이 쉽고 재미있는 건 그 문장이 짧고 기교가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쓸데없는 수식 따윈 없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간다.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도 점잖을 떨지 못하고 거침없어서 속이 후련하게 느껴진다. <제임스와 수퍼복숭아>에서는 지네를 비롯한 동물들의 입을 통해 기상천외한 노랫말의 노래를 내놓더니 이 책에서는 움파룸파라는 난장이들의 입을 빌어 나오는 노랫말을 통해 아이들과 어른들의 잘못을 꼬집고 뒤집고 비틀어 놓는다.

대단한 초콜릿 공장의 사장 웡카씨는 어른들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고 생각하고 카카오를 제일 좋아하는 움파룸파들을 몽땅 화물상자에 실어 와 공장의 직원으로 채용한다. 아무도 들어가본 적이 없는 이 공장의 후계자를 뽑으려는 마음으로 웡카씨는 황금초대장을 뿌리고 다섯 명의 아이만이 이 공장에 들어갈 수 있는 굉장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찰리와 서로 위해주며 사는 가족들, 나누어 줄 줄 알고 이해심도 있는 찰리에게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오고 찰리는 그 다섯번째의 주인공이 된다. 조 할아버지와 함께, 다른 4명의 아이들도 부모님과 함께 초콜릿 공장에 들어간다. 초콜릿강물을 시작으로 공상만화와도 같은 신기한 일들이 연이어 눈앞에서 벌어지고, 하나같이 나쁜 습관을 가진 4명의 아이들과 이들을 방관하고 책임을 소홀히 한 어른들까지 새 사람(?)이 되어 나온다. 아주 우습고 황당한 방식으로 깨닫게 하고 있는데, 움파룸파가 만들어 부르는 노래가 한몫을 한다.

작가는 버릇없는 아이들만 나무라는 게 아니라 바르게 키워내지 못하고 순간의 만족감 앞에 굴복하는 아이로 키우고 있는 어른들까지 꾸짖고 있는데, 그 방식이 유연하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신나는 만화영화 같다. 설교도 이런 식으로, 농담처럼, 기분 좋은 상상의 나라로 데려가 들었다 놓았다 하며, 세상에 둘도 없을 모험 속에서, 우당탕탕거리며 하고 있다. 

너무 가난하여 비쩍 마른 찰리가 초콜릿을 실컷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웡카씨의 초콜릿 공장의 후계자가 되어 온 식구와 함께 그 공장의 집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은, 그저 눈 속에서 주운 50센트처럼 찾아온 행운이라고만 보지 않으면 좋겠다. 어려움 속에서도 착하고 넉넉한 마음을 잃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처지 안에서 지혜롭게 처신하려고 애쓰고, 욕구를 절제할 줄도 알며, 어른들의 충고에도 귀기울일 줄 아는 열린 귀를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처지가 힘든 아이가 있다면 이 책으로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희망 하나를 입 속에 넣어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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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희망 2004-03-2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 이야기 영화로도 책으로도 봣죠.. 아직도 기억나는건 찰리네 7명의 가족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침대에 찰리와 부모는 매트리스를 깔고 자던 모습의 삽화...
초콜릿 공장의 내음에 감동하던 찰리의 얼굴..
정말 멋진 이야기....^^

리뷰도 그에 못지 않게 멋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프레이야 2004-03-2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동화가 영화로도 나와있나보네요. 몰랐어요. 구해서 보고 싶은데요,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세진맘 2004-04-0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얄드 달의 책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것 같아요.
우리 아들은 책과 영화 모두에 푹빠져 있는데다가 감히 원서책까지 보고 싶어할 정도 랍니다.
리뷰의 감칠맛나는 글이 다시 한번 작가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