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침대장과 방귀쟁이 선생님 - 개구쟁이 창작동화 2 꿈소담이 저학년 창작동화 17
김영아 지음, 이경희 그림 / 꿈소담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일부 교사들 중에 학생들에게 심한 체벌을 하여 문제가 된 경우가 잦다. 얼마 전 1학년 교실에 벌어진 50대 여교사의 체벌은 동영상으로 나돌아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누가 봐도 교육적인 체벌이 아니라 감정이 담긴 폭력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도 그 교사와 동료교사는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어린 아이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니까 보는 사람까지 모욕감이 들었다. 

하지만 훌륭한 선생님들이 훨씬 많다. 2학년 작은딸의 담임선생님은 정년을 앞두고 계신 남자선생님이다. 늘 칭찬을 아끼지 않고 아이들에게 존대말을 쓰고 언제나 온화한 표정이시다. 아이는 학교가기를 무척 좋아한다. 내가 아는 사람의 아이가 2학년일 때 내게 고민이 되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담임선생님이 50대 여교사인데 아이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고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고..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 가는 아이를 제외하고는 꼼짝않고 앉아있게 한다고.. 날마다 수학문제 풀어오기와 독후감쓰기를 숙제로 내주며 안 해 오면 머리를 때린다고.. 그래서 아이가 아침마다 학교 안 가면 안 되냐고 떼를 쓴다고.. 그때 찾아가 상담조로 이야기를 좀 해보라는 말밖에 도움되는 말을 해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똥침대장과 방귀쟁이 선생님>을 3학년 아이들과 읽었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는 참 복스러운 책이다. 이런 선생님 때문에 아이들이 밝게 자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읽는 내내 웃음이 나왔다. 강철뿡 선생님의 방귀는 종류도 많다. 그 이름도 하나같이 얼마나 재미난지... 아이들이 어려운 공부를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생활과 수업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선생님만의 깜찍한(아니 끔찍한?)무기다. 주인공 정호는 심한 방귀의 공격을 받고 복수의 계획을 세운다. 흠, 복수를 위해 갈고 닦는 필살기는 과연?  제목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복수극이 벌어지고 작전을 성공한 것 같지만 선생님의 방귀에 담긴 사연을 알게되면서부터 아이들은 두번 놀란다. 그리고 선생님의 넓고 깊은 마음에 사랑을 느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귀와 똥침을 소재로 이야기를 참 재미나게 끌고 간다. 게다가 가슴 훈훈해지는 이야기를 전혀 가르치려는 의도 없이 하고 있다. 삽화도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아이들의 웃는 입이 완전 귀에 걸린 것처럼 밝다. 아이들과 선생님 사이에 벌어진 이 이야기 안에서 옛이야기 두편을 듣게 되는 것도 신난다. 노란색 별지에 적힌 <단방귀 사려~>와 <선비와 도깨비>인데 하나는 선생님이 다른 하나는 정호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입담이 구수하다. 선생님 못지않게 아버지도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방귀 잘 나오는 음식이 뭐냐고 묻는 아들의 질문에 이것 저것 골고루 먹어야 되며, 특히 고구마와 무를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편식을 안 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여 슬쩍 웃음이 나기도 했다. 방귀의 성분 중 인돌이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는 제법 학술적인 부분까지도 삽화가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실험실에서 향긋한 하트모양의 냄새들이 풍기는 삽화인데 아주 귀엽다^^

이 책은 어찌보면 너무 쉽게 보여서 아이들이 웃기만 하고 대충 읽어버리려는 경향이 있었다. 어렵지 않은 구조이지만 이야기전개의 흐름과 군데군데 주인공과 선생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보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실제의 선생님을 떠올리며 편지 쓰기도 해 보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대개 너그럽고 잘 가르쳐주시고 숙제를 안 내주는 선생님이었다. 특이하게도 한 명은 숙제를 많이 내주실 때 선생님의 사랑을 느꼈다고 대답해서 함께 웃었다. 열심히 공부하게 하려고 그러시는 것이라는 그 아이의 대답... 엄마에게 세뇌당한 걸까? ^^

이 책의 특징은 여자어른보다 남자어른의 역할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옆반의 어여쁜 여선생님이 담임이 안 되어 처음엔 실망했지만 듬직하고 마음 깊은 배불뚝이 선생님의 사랑에 감동하고, 엄마보다는 아빠와의 대화가 유쾌하게 나온다. 아이들다운 순수함이 남자어른의 목소리와 함께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강철봉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주시는 선생님, 참 유쾌하고 흐뭇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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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0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고마워요. 전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주는거 별로 못하는 거 같아요.

비자림 2006-07-03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

씩씩하니 2006-07-0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그런 선생님을 그리워하는데 왜 그런 선생님들을 찾기가 힘든지 모르겠어요,,그쵸?
재미있을꺼 같애요,,,얼른 읽어봐야되는대....

또또유스또 2006-07-0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똥, 방귀, 똥침....
아이가 좀 더 크면 같이 읽어 볼께요... 그때까지 추천만..

프레이야 2006-07-0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2학년 정도면 읽을 수 있을거에요^^
 
 전출처 : 아영엄마 > [펌] 풀빛 1기 서평단 모집

 풀빛 출판사에서 평가단을 모집한다길래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퍼왔습니다.
근데 의무조항이 쪼금 까다롭네요.

"달마다 2꼭지 이상의 서평을 쓰셔야 하고 신간 도서에 대한 서평은 반드시 써 주셔야 합니다."
(자율도 버거운데 의무조항까지 있다니, 저는 버거울 듯...
그치만 이달의 우수 서평자’로 채택되신 분께는 10만원 상당의 풀빛 도서를 증정한다니.. 고민된당..^^* )

http://www.pulbit.co.kr/main/main.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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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 1기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모집기간 : 2006년 7월 3일 ~ 7월 23일

합격자 발표 : 2006년 7월 27일

모집 부문 및 인원 인문 서평단(10명) 아동 서평단(10명)

지원방법
인문 서평단 :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 13권 중 한 권을 읽고 온라인 카페 ‘열려라! 철학창고’에 서평 쓰기.
               (200자 원고지 6매 내외)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 13권
국가, 올바름을 향한 끝없는 대화 우파티샤드, 귓속말로 전하는 지혜
성학십도, 열 가지 그림으로 읽는 성리학 장자, 자연 속에서 찾은 자유의 세계
대학 - 중용, 밝은 마음을 찾아가는 배움과 도리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들에게 들려주는 행복의 길
목민심서, 마음으로 읽는 다산 정신 자본론, 자본의 감추어진 진실 혹은 거짓
맹자, 선한 본성을 향한 특별한 열정 묵자, 사랑, 그리고 평화를 향한 참지식인의 길
유토피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 사기, 역사와 삶의 철학이 만나는 살아 있는 기록
고백록, 젊은 날의 방황과 아름다운 구원  

 

아동 서평단: ‘풀빛 아이들’ 대표 도서 13종 중 한 권을 읽고 풀빛 홈페이지 ‘독자서평’에 서평 쓰기.
               (200자 원고지 6매 내외)

‘풀빛 아이들’ 대표 도서 13종
얘들아, 정말 과학자가 되고 싶니? 날씨를 바꾸는 요술쟁이 바람
지구의 마법사 공기 4원소로 보는 자연 이야기
얘들아, 역사로 가자 내가 찾은 암행어사
수호유령이 내게로 왔어 켄즈케 왕국
새로운 키노키오 1,2 펭귄 이야기의 이야기들
루카-루카 엘리베이터 여행
귀를 기울이면  

풀빛 1기 인문 서평단으로 선정된 분께는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 가운데 신간 <고백록, 젊은 날의 방황과 아름다운 구원>을 드립니다.
풀빛 1기 아동 서평단으로 선정된 분께는 신간<우리 역사 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 1-내가 찾은 암행어사>를 드립니다.

 

-풀빛 1기 서평단 활동 안내-

활동기간
2006년 8월 1일 ~ 2007년 1월 31일 (6개월 동안)

활동내용
풀빛 도서 가운데 해당 부문 구간 및 신간 도서를 읽고 풀빛 홈페이지, 온라인 카페 열려라! 철학창고 및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서평 쓰는 활동을 합니다.
달마다 2꼭지 이상의 서평을 쓰셔야 하고 신간 도서에 대한 서평은 반드시 써 주셔야 합니다. 한 달에 2꼭지 미만의 서평을 쓰신 분은 서평단에서 자동 탈퇴됩니다.
활동 기간 중에도 서평 분량은 인문 서평단은 200자 원고지 6매 내외로 아동 서평단은 200자 원고지 5매 내외입니다.

활동혜택
활동 기간 동안 인문 서평단에게는 인문 신간 도서 및 도서목록을, 아동 서평단에게는 아동 신간 도서 및 도서목록을 발송해 드립니다.
아울러 ‘이달의 우수 서평자’로 채택되신 분께는 10만원 상당의 풀빛 도서를 증정합니다.
‘이달의 우수 서평자’는 매달 인문 서평단과 아동 서평단에서 각각 1분씩 선정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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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소녀 카르페디엠 8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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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메리카 멕시코 유카탄 반도 남쪽의 면적 약 11만Km2, 인구 1천 4백만의 국가. '영원한 봄의 나라'로 불리는, 찬란했던 마야문명의 중심지. 6월 24일자 모 신문에서 과테말라 명예 영사관, 이종균 재해병원 원장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과테말라와 한국은 지난 1962년 10월 24일 수교했다. 과테말라는 6.25 한국전쟁 때 7천704달러를 원조하며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과테말라는 국민의 인종 구성에서 마야 인디언이 전 인구의 55%를 차지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마야문명의 중심으로 유명하다. 마야문명은 체계적인 신성문자, 정밀한 태양력, 영(0)을 포함한 20진법, 세련된 조각, 회화 등 16세기 초 스페인에게 점령 당하기 전까지 고대사회에서 가장 진보된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소녀>를 손에 들고 있었던 나는 지면을 많이 차지하고 있던 이 기사가 너무나 크게 눈에 들어왔다. 과테말라와 우리나라는 역사적인 시련이나 국민성 같은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 이 원장은 1997년에 과테말라를 다시 찾았을 때, 오욕의 역사와 잔인한 36년간의 내전(1960-1996)에 마침표를 찍고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과테말라의 진면목을 재발견했다고 밝혔다. 비록 그동안 숱한 내.외환에 시달렸고 영토는 작을지라도 풍부한 자연자원과 낙천적인 국민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찬란했던 문명을 이루었던 마야인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 후손들이 이제 막 어둠에서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나무소녀, 가브리엘라는 그런 후손들 중의 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강하고 자존심이 세고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뭇가지를 꼭 잡듯 꿈을 놓지 않고 사람이 존엄하다는 진실을 체현하려는 열여섯 소녀였다. 내전의 소용돌이에서 탈출하여 멕시코 국경의 난민촌에서 살고 있는 실재인물의 육성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하는 작가의 변이 더욱 뜨겁다. 그래서인지 솔직대담하게 그려내는 장면들 앞에서 전율하였다. 마야인들이 대지와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 앞에서는 숙연해지기도 했다. 인디언들이 자연을 바라보고 자식들을 가르치는 대목에서는 아름다운 공명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형제를 사랑하고 자신의 존엄성을 매설하지 않는 인디언들의 태도에서 잔잔하지만 여리지만은 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가브리엘라는 본능처럼, 자궁을 찾아 기어들어가듯, 나무를 오른다. 높이 더 높이... 오를수록 하늘이 가까이 있다. 그곳에 올라 있으면 꿈을 잡기도 더 쉬워질 것만 같다. 하지만 나무(여기선 마치치나무가 자주 등장한다)는 가브리엘라의 영원한 고향이, 엄마가, 되지 못할 것 같아 보인다. 그녀는 나무 위에 앉아 죽음을 피할 수 있었고 그 모든 잔인한 장면들을 보고도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은 그녀로 하여금 죄책감에 빠지게 하고 꿈에 대한 실날같은 희망을 향한 힘도 무력하게 한다. 나무는 이제 정신을 고양시키기는커녕 자신을 비참하게 하고, 타락하게 하고, 유일한 혈육인 막내 알리시아도 팽개치게 한 꼴이 되었다.

그러나 나무는 역시 살아있었다. 가브리엘라는 쓰레기더미 같은 난민수용소를 빠져나오다가 문득 저주스러운 나무를 피하려하고 있는 자신을 냉정히 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상처를 잊기 위해 다른 것에 몰두하며 그것을 회피하려고만  하였다. 이제 그녀는 나무를 피하기보다는 그것을 타고 더 높이 올라가기로 결심한다. 달라진 것은,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동생 알리시아와 함께 가는 길이라는 점이다.

가브리엘라가 나무와의 일체감을 되찾게 된 건 여섯살의 알리시아 덕분이다. 충격과 분노와 상처로 말을 잃어버린 동생, 어려서부터도 자신 마음속의 이야기와 스스로 대화할 줄 알았던, 자신의 분신 같은 동생으로 하여금 가브리엘라의 삶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그것은 죽은 것 같아 보이는 나무둥치에서 새싹이 돋는 것과 같다. 땅속을 깊이 파고 내려가 온갖 굴욕을 견디고 있는 나무의 뿌리. 가브리엘라에게 닥친, 상상도 못 했던 비참한 현실은 과테말라가 '영원한 봄의 땅'이란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그녀에게 있어 '봄의 땅'이란 역설적인 의미를 준다.

가브리엘라는 지금 어딘가에서 행복한 삶을 가꾸고 있을 테다. 나무처럼, 죽어도 죽지 않는 나무의 끈질긴 생명처럼, 그렇게 살아있다.

ps : 이 책의 종이는 재생용지로 보인다. 코를 대면 짙고 씁쓸한 나무냄새가 난다. 6월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달이라 전쟁과 평화를 소재로 한 책을 아이들과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다. 지금도 세계 84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나무소녀>는 전쟁의 상처와 아픔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그리고 전쟁이 사람을 어떻게 미쳐가게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고학년이상의 학생들과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미화하지 않고 담담하고 써내려간 글에서 작가의 절제된 감정이 전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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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6-3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들여다보기가 없군요. 궁금한데요.
이 이야기가 아이들 책에도 있었던 듯 한데요.

프레이야 2006-06-3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초등6학년 책 잘 읽는 아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삽화는 많지 않구요. 수수하니 그래요. 표지의 그림은 알리시아가 나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림 같네요..

수진샘 2006-07-01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쓴 글에 비해서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잘 읽힙니다. 특히 가브리엘라가 '나무 위에서 죽음을 피하던 장면'을 해석한 부분에 공감이 갑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거든요. 글쓰는게 매번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전출처 : 비자림 > 치킨을 시켜 먹는 저녁

 

치킨을 시켜 먹는 저녁

 


어둠이 짙어오는 저녁 일곱시

나는 치킨을 시켜 먹을 것이다

치킨은 삼십 분이면 내 곁으로 온다

나를 염려하던 가족들 목소리도 가물가물하고

희뿌연 안개 속을 운전하는 것처럼 내 인생이 불분명할 때도

때만 되면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내 안의 식욕

음식을 잊지 않는 징그러운 육체

치킨은 삼십 분이면 내 곁으로 온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나는 습기 찬 벽을 보며 막걸리가 마시고 싶었다

퀴퀴한 주점 한구석에서 만나는 친구의 넋두리는

우리 모두의 넋두리였다

나는 그 넋두리가 몹시도 보고 싶었다

직장을 다녀도 헬스클럽을 기웃거려도

사람들은 어디든 많은데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

치킨은 삼십 분이면 내 곁으로 온다

남들은 애인 만들기도 쉽다고 하는데

출근 버스 안 무심한 표정의 사람들처럼

나의 삼십대는 만나도 만나도 친구가 되지 못한다

치킨은 삼십 분이면 내 곁으로 온다


오래 전에 나는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다 

곱고 아름다운 눈동자들을 기억한다

어린 날 피어오른 산뜻했던 우정도 늙는 것일까

늙고 잊어버리고 사라지는 것일까

먹어도 먹어도 나는 배고프다

배고프다는 생각을 하는 내 몸은

자꾸만 시계를 노려보고

나는 그런 생각에 빠진 내 육체를 노려본다

저 녀석은 알고 있을까

나는 가끔 저 녀석을 벗어던지고 싶다

 

치킨은 삼십 분이면 오는데

전화 한 통이면 어김없이 오는 치킨

다리 꼬고 누운 치킨이 캴캴 웃으며

친구를 불러 보라고 놀려대지만

삼십 분만에 달려올 친구가 없다

후라이드 치킨 양념 치킨 죄다 먹어치우는

지금 내 몸은 흡족하게 풍만해진다

닭뼈처럼 나의 뇌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형체를 잃은 감정들은 누구의 감정인가

누구의 그리움인가

치킨을 시켜 먹는 저녁

나는

전혀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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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알립니다] 동화 달려라 바퀴에 서평 써주실 분을 찾습니다~

안녕하세요 ^^

동화집 <달려라 바퀴>에 서평 써주실 분을 찾습니다. 원고 모집을 통해 선정한 열네 편의 단편을 담은 색다른 책으로, 서로 다른 색깔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그간 동화책에 서평을 남겨주셨던 분들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30일 금요일 18:00 까지 댓글을 통해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2005년 가을,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에서 원고 모집을 통해 응모된 원고들 중에서 기성, 신인을 가리지 않고 선정한 열네 편의 작품을 실었다. 이기심과 정의, 상상력, 책임감 등 아이들이 살면서 부닥칠 여러 문제들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선정했으며, 작품이 끝날 때마다 작가의 인터뷰를 담았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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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0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아이들로부터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