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사람들은 왜 벽화를 그렸나요? 왜 그런지 정말 궁금해요 44
전호태 지음, 김상보 그림 / 다섯수레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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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 정말 궁금해요 시리즈 중의 하나인 이 책은 생생한 고구려의 고분 벽화를 뜯어보는 작업을 하게 한다. 33가지의 질문이 어떤 연계성을 지닌다기 보다는 벽화의 내용을 보고 질문을 만들어 가며 대답하는 형식이다. 궁금하기만 한 당시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벽화를 보며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초등학생이 쉽게 봐 나갈 수 있게 짧은 문장과 비교적 쉬운 용어로 풀이해 놓았다. 한 지면에 너무 많은 것을 실으려 해서인지 벽화화 삽화의 배치가 다소 어수선했다. 몇군데 만화풍의 삽화는 장중한 느낌의 고구려 고분 벽화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과 이어 읽고 싶어지는 책이 많아 질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보고 비판, 수용하는 자세를 제대로 익히려면 말이다. 옛 것을 알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작업.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할 우리의 과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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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7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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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잠잠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늘 졸고 있는 것 같은 나른한 모습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흔히 '개미와 베짱이'를 이 이야기와 비교한다. 땀 흘리고 있는 개미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우리의 '베짱이'는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당한다. 적어도 그렇게 배웠다. 앞만 보고 피땀 흘려 노동하는 개미들에게만 가치를 두는 'O / X'의 논리를 더 이상 추종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할 일 없이 뒹굴고 있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재촉하고 윽박지른 경험은 엄마라면 모두 있을 것이다. 방과 후에도 학원에, 학습지에, 숙제에. 바쁘게 휘둘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햇볕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을'틈이 있을까?

이제 아이들에게 게으름을 권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겠다. 일의 가치는 육체적인 것으로만 얻어지는 건 아니다. 오늘도 우리의 정신세계을 한차원 올리고, 마음에 위안과 더 귀한 무언가를 심어 주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성난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요즘, 배부른 소리라고 치부해버려도 할 수 없다. 네마리의 들쥐처럼 또 개미처럼 일만 하다 지쳐 쓰러지신 그 분들께 어디서 멋진 프레드릭이라도 나타난다면 아주아주 작은 위로가 될까, 감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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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 왼발 비룡소의 그림동화 37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비룡소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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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닥친 문제가 아니므로 그리 절실하진 않지만, 노인 치매가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강요할 지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TV드라마 중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고픈 내용에서 치매는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예고치 않고 찾아오는 이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가족 구성원 서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상처받으며 사는 가정이 많은 것일 게다.

치매는 불치가 아니라 끈기있는 애정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겠다. 어른들은 포기한 것을,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와 함께한 시간들을 되뇌이며 할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되뱉어 낸다. 조금씩 조금씩... 코끼리 블록에서의 재채기, 이야기 그리고 걸음마... 보비와 할아버지의 함께 일어서는 과정이 가슴을 뭉클하다.

'보비야, 나한테 어떻게 걷는 법을 가르쳤는지 얘기해 다오.'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이렇게 짚고요,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세요.' 라고요'

앞뒤 속표지에 그려져 있는 코끼리 블록은 아이와 할아버지가 공유하는 사랑의 기억이다. 함께 쌓은 애정의 탑이 가지는 힘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견고함이다.

벌써 여러 해 전 고혈압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누워 계셨던 외할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연세는 팔순이었지만 고운 외양을 지니셨던 그 분이 말을 잃고 누워 계셨다. 극복해 볼 기회도 없이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한많은 설운 삶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횡하다.

이 책을 보고 내 아이도 보비처럼 따스한 심성을 지니고 자라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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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네 집 꽃밭 민들레 그림책 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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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하나씩의 꽃밭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남의 꽃밭을 부러워 하고 불평을 늘어 놓는 사이 자신의 꽃밭은 시들어 황폐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멀리서 가치를 찾고 의미을 주워 담으려 하는 사이, 내 발아래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소박한 이름의 꽃들은 지쳐서 그 향기조차 잃어버리는 날이 온다면...

지금 당장 나에게 주어진 어여쁜 꽃밭을 들아보아야 겠다. 작고 소박한 것들에 의미를 가득 담아 주고, 사랑을 담뿍 느끼게 해 주어야 겠다. 나에게 없는 것을 불평하지 말고 나에게 이미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라고 한 말씀이 생각난다.

서양의 것들에 더 익숙해저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땅의 우리 꽃들이 이렇게 아리따운 이름으로 피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들꽃을 만나러 뛰쳐 나가고 싶어진다.

굵은 검은색 윤곽의 그림. 힘이 있고, 투박한 듯 하지만 섬세하다. 소박한 듯 하지만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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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최영대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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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따돌림의 양태는 점점 조직적이고 난폭해지며, 그 피해자의 후유증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 연령대도 낮아지고 생각보다 잔인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한다. 내 아이가 소위 왕따가 될 수도 있는 현실이다. 너무 잘 나도 너무 못 나도 안되며 튀어도 안된다. 책 속의 영대는 왕따를 극복해내긴 했다. 순진하고 소극적인 방법으로, 결국은 아이들의 그래도 아이다운 심성을 자극하고서 말이다. <짜장 짬뽕 탕수육>의 종민이의 적극적인 방법과 비교되었다.

차갑고 무관심한 듯한 교사의 태도. 이것이 집단 따돌림을 함께 해결해 보려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글쓰기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의 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자기가 먼저 다른 사람을 밀고 우월한 위치에 있겠다는 영웅심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해운대중2년) / '날마다 신문을 장식하는 폭력사건에 노출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해운대고 2년)/ '선생님들이 자신의 반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학교폭력의 한 원인인 집단 따돌림부터 없앨 수 있다(좌동초등교 6년)

집단 따돌림의 심층심리적 이유와 사회적 분위기, 그 해결 방안까지 학생들 나름의 시각을 볼 수 있는 신문기사였다. 가해자, 피해자를 따지기 이전에 모두가 함께 극복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표정을 잘 살려 그린다는 정 순희님의 그림답게 영대와 아이들의 다양한 얼굴과 몸의 표정이 잘 느껴졌다.

교실을 배경으로 한 현실감있는 동화라 1학년 우리 아이가 참 좋아하기도 하는 학급문고 시리즈이다. 현실을 반영하고 아이들 스스로가 마음을 함께할 수있는 이런 책이 계속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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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2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