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스펜서 이론을 추종하며 지식인의 자기모순과 허위의식에 항변하는 마틴. 선을 벗어나는,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마틴이 두려워지는 루스. 아직은 사랑이 감싸는 듯하나 내면의 갈등이 강화되는 장면.

당신은 강자의 생존과 강자의 지배를 인정하는 척합니다. 나는 실제로 인정합니다. 그게 차이입니다.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그러니까 몇달 더 젊었을 때는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시다시피, 그때의 나는 당신의 연설에 감명받았습니다. 그런데 상인과 무역업자들은 기껏해야 비겁한 지배자들입니다. 그들은 허구한 날 돈벌이라는 여물통에 주둥이를 박고 꿀꿀댑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믿기 힘들겠지만, 귀족주의로 회귀했습니다. 이 방에서 나만이 개인주의자입니다. - P139

나는 국가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강자를, 국가를 그 헛된 도로에서 구해 낼 말을 탄 강자를 기다릴 뿐입니다. 니체가 옳았습니다. 니체가 누구인지 당신에게 설명하느라고 시간을 끌지는 않겠지만, 그가 옳았습니다. 세상은 강자의… 고상할뿐더러 장사와 교환이라는 돼지 여물통에서 허우적대지 않는 강자의 것입니다. 진정한 귀족이, 위대한 금발 짐승이,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자들이, 인생을 긍정하는 자들이 세상을 가집니다. - P140

당신이 스펜서의 책을 열 페이지라도 읽어 봤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당신보다 유식하리라고 짐작되나 당신보다 스펜서를 더 읽은 것 같지도 않은 비평가들이 그의 추종자들에게 그의 전 저작에서 단 하나의 사상을 끌어내라고 윽박지릅니다. 과학 연구와 현대 사상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자신의 천재성을 각인해 놓은 사람, 심리학의 아버지, 오늘날 프랑스 농민의 자식들이 그가 확립한 원칙에 따라 교육을 받고 있을 정도로 교육학에 혁명을 일으킨 사람, 허버트 스펜서의 모든 글에서 말입니다. - P14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9-12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틴 에덴 처럼
잭 런던,,,가난과 고통의 노동 시간동안 거의 모든 활자를 흡수 해버리고
작가로 이름을 날렸을때는 신인 작가지망생들 글 고스란히 베꼈다고 합니다
[인생을 긍정하는 자들이 세상을 가집니다]

프레이야님의 마지막 휴일, 온전한 자유를 달롸!^^

프레이야 2022-09-12 01:49   좋아요 0 | URL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입니다 정말.
펄펄끓네요. ^^ 루스가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얄밉고요. 실제론 부르조아 여성이랑 결혼도 랬는데 말이죠. 에고 눈이 너무 힘드네요 요즘
 

마틴의 내적 외적 갈등과 자성이 본격적으로…
모순적이나 호쾌한 독설도 자주.

위대한 영혼들, 위대한 남자와 여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의 비좁은 방에 환영으로 호출된 경망스럽고, 조야하고, 멍청한 지식인들 속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는 키르케가 돼지들에게 느꼈을 법한 혐오감을 느꼈다. 마지막 환영을 쫓아내고 혼자 남은 줄 알았는데, 기대하지 않았고 부르지도 않은 한 사람이 뒤늦게 들어왔다. 그는 뻣뻣한 테두리, 각진 더블 브레스트 외투, 건들거리는 어깨를 보았고, 한때 자기 자신이었던 어린 깡패를 알아보았다.
"너도 다른 사람들과 같았어, 젊은 친구" 마틴은 비웃었다. "너의도덕성과 지식은 그들과 마찬가지였어. 너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았지. 너의 의견은, 너의 옷처럼 기성품이었어. 너의 행위는 대중의 찬사에 맞춰진 거였고. - P64

루스는 영민하게 연인의 주장에 내재한 모순으로 제 반대 의견을 보강했다.
"그런데 마틴, 만약에 그렇다면, 자기가 단정 지었듯이 모든 문이닫혀 있다면, 위대한 작가들은 어떻게 출현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불가능한 것을 해냈기 때문이지." 그는 답했다. "그들은반대하는 자들을 불살라버릴 만큼 맹렬하고 찬란한 작품들을 써냈어. 그들은 기적적으로 천 대 일의 내기에서 이긴 자들이야. 칼라일이 말한, 절대 굴하지 않는 상처투성이의 거인 전사들이야. 절대굴하지 않는 것,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야. 나는 불가능한 일을 해내야만 해." - P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3장 습관에 대해, 그리고 기존의 법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에 관하여.

뒤로 가면서 몽테뉴는 바뀐 생각을 첨가하여 썼다.

사람마다 지혜로운 금언을 듣는 즉시 신과 관련이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누구나 그 금언이 그저 좋은말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판단의 일상적 어리석음을 후려치는 매운 채찍질임을 알게 되리라. 그러나 사람들은 진리의 충고와 교훈들이 사람들 일반에게 한 말이지 결코 자기에게 한 말은 아니라고 여긴다. 그래서 그것을 자기 행실이 아니라 어리석게도, 또 아무 쓸모 없이, 기억 속에 새겨 둔다. 다시 습관의 제국으로 돌아가자.
어려서부터 자유에 익숙하고 스스로를 다스리는 데 습관이 된 나라 사람들은 다른 형태의 정치 체제를 기괴하고 자연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왕정에 익숙한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같은 생각을 한다. 백성을 괴롭히던 군주를 어렵사리 겨우 쫓아낸 뒤 이제 얼마든지 쉽게 정치 체제를 바꿀 수 있는 호기(好期)가 와 있는데도 사람들은 똑같이 고약한 인물을 새로이 군주로 앉히기 위해 동분서주하니, 이는 누구도 권위 자체를 증오의 대상으로 삼을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24

124
1595년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덧붙여진다. "습관의 중재 덕분에 사람들은 누구나 자연이 마련해 준 지역에 만족하며 산다. 스코틀랜드의 야만인들은 투렌 지방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키타이족은 테살리아 지방을 먼 산 보듯 한다." - P222

‘세상을 바꾸겠다는 쪽은 훨씬 힘든 처지에 놓여 있다. 누구든지 무엇을 선택하고 바꾸는 일에 끼어드는 자들은 판단하는 권위를 찬탈하는 자이기 때문이며, 자기가 추방하려고 하는 것이 지닌 단점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 가진 장점을 확연히 알고 있다고 스스로 확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범한 고려가 내 입장을 굳혀 주었고, 보다 무모했던 젊은 시절에도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었다. 즉 그토록 중요한 지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떠맡아 내 두 어깨를 너무 무겁게는 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교육받은 적이 있는 가장 쉬운 학과, 성급한 판단을 해도 전혀 무해한 그런 학과에서 건전한 판단력을 가지고서도 감히 하지 못할 일을 이 분야에서 나서서 하려 들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 P232

하느님은 아신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구교 논쟁에는 빼거나 바꿀 조항이, 그것도 방대하고 심각한 것으로 백 가지나 되는데, 양쪽 파당이 제시하는 이유와 논거를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우쭐거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몇이 있다 한들 그수는 미미하여 우리를 동요시킬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들 말고 나머지 이 많은 군중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어떤 깃발아래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일까? 그들이 주는 약은 효과 없고 잘못 쓴 다른 약들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그 약으로 우리 몸에서 씻어 내려 했던 체액은 열을 받고 격화되어 갈등으로 악화된 채 몸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 P233

"믿을 수 없는 인간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해칠 무기를 쥐여 주는 꼴이다."(키케로) 더욱이 건전한 상태에 있는 국가의 일상적인 규율은 이 같은 비상 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규율은 그 주요 부분과 기능이 한 몸 안에 잘 결합되어 있고, 그 규율을 인정하고 순종하는 데 대해 누구나 동의하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법을 준수하며 가는 길은 냉철하고 신중하며 억제된 길로서, 고삐 풀린 무법의 태도에는 맞설 수가 없다. - P234

법이 원하는 것을 법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법으로 하여금 할 수 있는 일을 원하게 만드는 것이 나으리라. - P2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숭배와 자기확신, 지적 자신감이
정점에 달한 마틴.
그것에 대한 혐오와 전락이 예상되니 가엾다.
스스로 작가수업을 하는 장면은 세세하고 뜨겁다.

그에게서 내비치는 사랑의 징후들, 다정한 빛을 뿜어내는 눈, 떨리는 손,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어김없이 떠오르는 거뭇한 홍조를 그녀는 의식적으로 즐겼다. 심지어 더 나아가서, 조심스럽게 그를 충동질했다. 하지만 워낙 교묘했기 때문에 그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고, 그녀가 반쯤 무의식적이기도 해서 그녀 자신조차 거의 알아채지 못했다. 자신이 여자임을 분명히 보여 주는 그 힘이 입증되자 그녀는 전율했고,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또 갖고 놀면서 태초의 이브와도 같은 기쁨을 누렸다. - P230

그는 자신이 명성보다는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제 명예욕은 주로 루스를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의 명예욕이 강하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위대해지고 싶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훌륭하다고 여기게끔, 자기식 표현으로, ‘끝내주게 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 자신은 아름다움을 열정적으로 사랑해서 아름다움을 섬기는기쁨만으로 보상은 충분했다. 그런데 그는 아름다움보다 루스를 더사랑했다. 그에게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것이었다. 그의 내면에 혁명을 일으켜 투박한 선원에서 학생이자 예술가로 바꿔 놓은 것이 사랑이었다. 셋 중에서 가장 멋지고 위대한 것, 배움과 예술적 숙련보다 더 위대한 것이 사랑이었다. 자신의 지성이 루스의 동생들이나 그녀 아버지의 지성을 능가했듯이, 그녀의 지성도 능가했음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대학 교육의 모든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문학사 자격증 앞에서도, 그의 지적 능력이 그녀의 지적 능력을 넘어섰다. 일년가량의 독학과 작가 수업이 그녀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세상사와 예술과 인생에 통달하게 해 주었다. - P257

사랑을 숭배했다. 사랑은 이성의 저지대 너머 산꼭대기에 있었다. 존재가 승화된 상태, 삶의 최절정인 사랑은 드물게 오는 법이었다. 그가 애독하는 과학적인 철학자들 덕분에 그는 사랑의 생물학적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같은 과학적 추론을 정교하게 진전시켜, 인간의 생체는 사랑으로 그 최고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랑은 따져서는 안 되고, 삶이 주는 최고의 보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연인이 어떤 생명체보다 축복받은 존재라고 여겼다. 지상의 사물들 위로, 부유함과 평가와 여론과 박수갈채 위로, 삶 자체 위로 떠 오르면서 ‘입맞춤으로 죽어가는, 신이 선택한 연인‘들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 P258

작가 수업에 있어서 그는 진일보했다. 이름난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들이 이룬 결실을 빠짐없이 기록했으며, 그들의 성공 비결인 내러티브, 설명, 문체, 시점, 경구를 알아냈다. 그리고 이 모두를공부 목록으로 만들어 두었다. 그는 그것들을 모방하지 않았다. 원칙을 파헤쳤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으로부터 추려낸 효과적이고도설득력 있는 기법의 목록을 만들어, 기법의 일반적 원칙을 도출했다.
그럼으로써 자기만의 새롭고도 독창적인 기법들을 찾아냈고, 그 기법들을 재량껏 평가할 수 있었다. 그는 비슷한 방식으로 강렬한 문장들, 살아 있는 언어로 된 문장들, 산(酸)처럼 자극적이고 불길처럼통렬한 문장들이나, 일상 언어의 무미건조한 사막 한가운데서 빛나는 감칠맛 나고 달콤한 문장들의 목록을 모았다. 그는 언제나 그 배후와 저변에 깔려 있는 원칙을 찾으려 했다. 무엇이 어떻게 되는지를알고자 했다. 알아낸 후에는 스스로 해낼 수 있었다. 그는 아름다움의 말끔한 얼굴에 만족하지 않았다. - P262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9-0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름다움의 말끔한 얼굴]로 마틴 에덴 열독 중이신 프레이야님
추석 연휴 평안하게!

보름달 여기 놓고 갈께여 ㅎㅎ
∧,,,∧
( ̳• · • ̳)
/ づ🌕

프레이야 2022-09-09 12:24   좋아요 1 | URL
마틴이 그 얼굴을 해부하기 시작하네요 ㅎㅎ 새파랑 하늘에 흰구름 두둥실
스캇님 대문 리모델링 공사
눈이 시원합니다.
오늘 이곳 하늘도 구름이 멋져요.
냐옹 보름달이군요 골드문~ 🌝
님에게도 동그란 마음 전합니다. ^^

페크pek0501 2022-09-1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틴 에덴, 저는 집에서 영화로 보려고 정해 놨어요.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해요.^^

프레이야 2022-09-13 13:18   좋아요 1 | URL
영화엔 압축적으로 연출되었지만 잘 담았습니다. 영상도 아름답고 특히 인물의 얼굴풍경을 들여다보는 맛이 찰집니다.
 
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리아 마리아 사랑하는 마리아
……서러운 마음에 꽃을 심었네.

그녀는 진저리를 쳤다. 지옥이 아니라 지옥의 지옥까지도 따라올 꽃 노래의 정체가 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저것은 아버지의 노래가 아니었다. 스스로 부르는 노래였다. 자라는 내내, 독립한 후에도, 삶의 순간순간마다 자신을 향해 걸었던 주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물러서라고. 그러면 평화가 오리라고.
더하여 새삼스러운 진실 하나를 깨달았다. 자신이 유나에게 당하고만 살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당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당하고 물러서야 아버지의 착한 딸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력을 다해 맞대응하는 순간 아버지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믿는 딸이 될 때 비로소 가치 있는 사람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유나와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움직이고 있는 것 역시 여덟살짜리 어린아이였다. 꽃 노래를 부르는 아이의 망령이, 죽음의 위기에 도달한 이 순간까지 자신의 사지를 결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 P5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