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습관에 대해, 그리고 기존의 법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에 관하여.

뒤로 가면서 몽테뉴는 바뀐 생각을 첨가하여 썼다.

사람마다 지혜로운 금언을 듣는 즉시 신과 관련이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누구나 그 금언이 그저 좋은말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판단의 일상적 어리석음을 후려치는 매운 채찍질임을 알게 되리라. 그러나 사람들은 진리의 충고와 교훈들이 사람들 일반에게 한 말이지 결코 자기에게 한 말은 아니라고 여긴다. 그래서 그것을 자기 행실이 아니라 어리석게도, 또 아무 쓸모 없이, 기억 속에 새겨 둔다. 다시 습관의 제국으로 돌아가자.
어려서부터 자유에 익숙하고 스스로를 다스리는 데 습관이 된 나라 사람들은 다른 형태의 정치 체제를 기괴하고 자연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왕정에 익숙한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같은 생각을 한다. 백성을 괴롭히던 군주를 어렵사리 겨우 쫓아낸 뒤 이제 얼마든지 쉽게 정치 체제를 바꿀 수 있는 호기(好期)가 와 있는데도 사람들은 똑같이 고약한 인물을 새로이 군주로 앉히기 위해 동분서주하니, 이는 누구도 권위 자체를 증오의 대상으로 삼을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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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5년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덧붙여진다. "습관의 중재 덕분에 사람들은 누구나 자연이 마련해 준 지역에 만족하며 산다. 스코틀랜드의 야만인들은 투렌 지방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키타이족은 테살리아 지방을 먼 산 보듯 한다." - P222

‘세상을 바꾸겠다는 쪽은 훨씬 힘든 처지에 놓여 있다. 누구든지 무엇을 선택하고 바꾸는 일에 끼어드는 자들은 판단하는 권위를 찬탈하는 자이기 때문이며, 자기가 추방하려고 하는 것이 지닌 단점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 가진 장점을 확연히 알고 있다고 스스로 확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범한 고려가 내 입장을 굳혀 주었고, 보다 무모했던 젊은 시절에도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었다. 즉 그토록 중요한 지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떠맡아 내 두 어깨를 너무 무겁게는 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교육받은 적이 있는 가장 쉬운 학과, 성급한 판단을 해도 전혀 무해한 그런 학과에서 건전한 판단력을 가지고서도 감히 하지 못할 일을 이 분야에서 나서서 하려 들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 P232

하느님은 아신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구교 논쟁에는 빼거나 바꿀 조항이, 그것도 방대하고 심각한 것으로 백 가지나 되는데, 양쪽 파당이 제시하는 이유와 논거를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우쭐거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몇이 있다 한들 그수는 미미하여 우리를 동요시킬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들 말고 나머지 이 많은 군중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어떤 깃발아래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일까? 그들이 주는 약은 효과 없고 잘못 쓴 다른 약들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그 약으로 우리 몸에서 씻어 내려 했던 체액은 열을 받고 격화되어 갈등으로 악화된 채 몸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 P233

"믿을 수 없는 인간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해칠 무기를 쥐여 주는 꼴이다."(키케로) 더욱이 건전한 상태에 있는 국가의 일상적인 규율은 이 같은 비상 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규율은 그 주요 부분과 기능이 한 몸 안에 잘 결합되어 있고, 그 규율을 인정하고 순종하는 데 대해 누구나 동의하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법을 준수하며 가는 길은 냉철하고 신중하며 억제된 길로서, 고삐 풀린 무법의 태도에는 맞설 수가 없다. - P234

법이 원하는 것을 법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법으로 하여금 할 수 있는 일을 원하게 만드는 것이 나으리라.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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