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아저씨 민들레 그림책 5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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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먼저 눈길을 끈 <황소 아저씨>는 익히 알려진 작가와 화가의 절묘한 만남이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의 황소를 주인공으로, 토속적이며 소박한 언어가 참 편하다. 다함께 더불어 잘 살기를 늘 말하고 있는 작가의 따사로운 마음이 황소 아저씨의 마음씨를 통해 여기서도 잘 보여진다. 자기 것을 아깝지않게 나누어주는 넉넉함이 그 큰 덩치에 비겨 부족함이 없다. 엄마를 잃고 배고픈 새앙쥐 다섯마리와 넉넉한 마음으로 친구가 되어 지내는 모습이 푸근하다.

아주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한 황소의 생동감이 눈을 떼지 못하게한다. 올퉁불퉁 살아 움직이는 것같은 황소의 근육과 선한 눈망울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새앙쥐들은 보호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황소 아저씨는 새앙쥐들이 귀여워 두 눈이 오묵오묵 커'진다.

한겨울 밤, 짙푸른 색 세상에 내리는 은가루같은 보름달빛을 받아 눈쌓인 초가지붕과 앙상한 나뭇가지가 더 하얗다. 모든걸 삼켜버릴 듯한 짙푸른 색이 춥고 배고픈 겨울을 상징한다면, 황소 아저씨의 베품으로 새앙쥐들과 황소가 사이좋은 식구로 지내게되는 장면에서는 밝고 화사한 색상의 배경과 황소가 등장한다. 등에 거적을 덮은 황소는 주황빛이 나는 황금색 몸을 하고 있다. 따뜻하고 힘이 넘치는 모습이다.

편안하게 눈감고 있는 황소의 몸에 마음대로 붙어 자고 있는 새앙쥐들의 쬐끄만 몸이 안스러운 맘이 들 정도로 귀엽다. 이들은 '겨울이 다 지나도록 따뜻하게 따뜻하게 함께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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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소년 비룡소의 그림동화 28
야시마 타로 글.그림, 윤구병 옮김 / 비룡소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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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다, 조기교육이다 해서 자식을 다른 아이보다 한발이라도 앞서 키우고 싶어 안달하는 요즘의 엄마들에게 이 그림책을 권하고 싶다.

모든 면에서 뒤쳐지는 것처럼 보이는 '땅꼬마'라 불리는 아이는 따돌림을 받는다. 그러나 그 외로운 시간들이 그 아이에게 준 의미는 적지 않다. 보기 싫은 것들을 보지 않으려고 사팔뜨기 흉내를 내고, 천장과 책상의 나뭇결도 몇 시간이고 골똘히 관찰한다. '한 해 내내 창 밖에 보이는 그 많은 것들'에 이 아이만큼 놀라운 시선을 주는 아이는 없다.

'운동장에서도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온갖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 지네와 굼벵이들을 집어서 열심히 들여다보기도 한다.땅꼬마는 멀고 외딴 곳에 있는 집과 학교를 6년을 한결같이 타박타박 걸어다니며, 자연의 모든 것과 친구가 된다. 여러가지 까마귀 소리를 구별하여 배우게 되고, 학예회 때 그것들을 들려주어 모두를 감동시킨다. 그 때 이후, 땅꼬마는 까마귀 소년으로 불린다.

느리지만 은근한 끈기를 지닌다는 것은 또 다른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오만과 편견으로 또 다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이소베 선생님처럼 각각의 개성과 재능을 인정해주고, 무엇보다 아이를 몰아가기보다 기다릴 줄 아는 어른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 꽉 다물고 있는 꽃망울을 억지로 터뜨릴 수는 없다.

다른 아이들이 교실에서 지식을 머리속에 넣고 있을 동안, 까마귀 소년은 자연을 벗삼아 관찰하고 생각하며 나름의 상상의 세계를 넓혀갔다. 일상의 사소한 것도 넘기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볼 여유가 있었다. 자연이 최고의 스승이라고 했던가. 느림의 미학을 잊고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늦게 피는 꽃은 향기가 더 오래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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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난 책읽기가 좋아
다니엘 포세트 글, 베로니크 보아리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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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눈동자가 일제히 나에게 집중되어 있으면 표정이 굳어지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흐릿해 지곤 한다. 오히려 학생때보다 직장생활도 접고 육아에 매달려 지낸 여려해 동안 아주 움츠러 든 것 같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지고 있는 이런 두려움을 이 책에서는 아이의 심리에 초점을 두고 잘 극복해주고 있다.

칠판 앞에 나가 수학문제를 풀어야하는 목요일이면 으례히 에르반은 배가 아프다. 지나친 긴장으로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어느 목요일, 담임선생님 대신 오신 새로운 선생님이 칠판 앞에서 부끄러워하여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에르반은 자기 혼자만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완전히 달라진'다.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선생님을 도와주고 싶은 것이다.

에르반은 선생님의 '누구 칠판 앞에 나와 보겠어요?' 라는 말에 손을 번쩍 들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가 시키지도 않은 구구단을 모조리 다 외워 버린다. 더듬더듬 아는 것도 말하지 못했던 예전의 에르반이 아니다. 소심함과 두려움을 아이 스스로 이겨내게 되는 동기가 흐뭇하다.

내 아이는 어런 소심함이 별로 보이지 않아 다행이지만, 이런 마음의 두려움이 있는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어 웃으며 해방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해보이는 어른들도 선생님도 처음엔 다 자신처럼 두려웠다는 걸 알게 될테니 말이다.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열쇠도 사실은 자신이 쥐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도 중요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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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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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여쁜 물고기에 매료되어 망설일 새도 없이 산 <무지개 물고기>의 반짝이는 은비늘을 아이는 또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오묘한 빛깔의 파란 물감을 아스름하게 풀어놓은 듯한 바다속을 배경으로 예쁜 무지개 물고기의 마음까지 예쁘게 변해가는 과정이 따스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무지개 물고기를 등장시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고 처음의 매료당함만큼이나 궁금증도 커집니다. 무지개 물고기의 몸에 많이 있는 은비늘은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여겨집니다. 많이 가졌다고 교만해지는 것은 죄악이지요. 하나씩 나누어 가짐으로써 그 기쁨은 적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배로 커진다는 걸 우리는 잊기가 쉽지요.

사소한 물건 하나로 동생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여러개 가지고 있는 물건도 하나 나누어 주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무지개 물고기의 이야기를 넌지시 들려주세요. 반짝이는 은비늘을 살살 만지작거리는 아이의 손처럼 마음도 예쁘게 다듬어질 것이라 믿어요. '나만'을 외치며 옆은 바라보지 않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나보다 못한 이웃과 은비늘을 나누어 가지는 기쁨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할 겁니다. 제 앞가림하기에 급급해 살아가는 저에게도 진지한 고민 하나를 던져주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백지같은 마음의 종이에 이런 착한 그림을 그려준다면 이 아이들이 커서 살아가는 세상은 어떨까요? 너나없이 은비늘 하나를 지니고 다함께 행복해하는 세상이 동화속 이야기만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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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와 사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1
제임스 도허티 글, 그림 |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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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한 곳에 푹 빠져 때론 넋을 잃고 있다고 어른에게 야단을 맞는 아이들. 한가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라서 가지기 쉬운 힘인 것 같다. <앤디와 사자>는 사자의 매력에 푹 빠져 머리속에서는 하루종일 사자와 함께 생활하는 앤디라는 남자아이의 현실과 상상이 절묘하게 섞여있다.

전체를 3부로 나누어 마치 3막의 연극을 보는듯, 잔뜩 호기심을 부추긴다. 1부에서는 도서관에서 사자도감을 빌려와 하루종일 도감을 보다가 잠든 앤디가 아프리카에서 사자를 잡는 꿈을 꾼다. 2부에서 앤디는 학교가는 길에 만난 사자의 발에 박혀있는 커다란 가시를 뽑아준다.

3부는 시간이 좀 흐른 뒤의 이야기이다. 봄이 되어 마을에 서커스단이 왔는데 갑자기 커다란 사자가 우리를 뛰쳐나와 관중을 향해 오다가, 앤디와 사자는 서로를 알아보고 얼싸안고 춤을 춘다. 앤디는 용기를 높이 사서 시장님이 주는 상을 타고 다음날 앤디는 사자 도감을 돌려주러 도서관에 간다. 이 장면에서는 '끝'이라는 팻말이 연극의 종료를 알린다. 사자가 우리에서 도망나오는 장면은 이미 앞에서 복선으로 나온다. 저녁식사 후 앤디의 아빠가 보는 신문의 기사로 예상할 수 있다. '사자, 도망치다.'

그림이 주는 특이한 느낌이 우선 보는 이의 눈을 놓지 못하게한다. 인물과 사자 모두 대단히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유머러스한 동작과 표정을 한 동물의 왕 사자는 더 이상 맹수가 아니라 아이들의 친근한 동무이다. 앤디와 얼싸안고 춤을 추는 장면은 절로 웃음이 나온다. 바위를 가운데 두고 서로를 피하느라 뱅뱅 도는 장면도 배꼽을 잡게한다. 인물들의 의상에서처럼 서부개척시대 미국인들의 소박함과 강건함이 그림속에 베어있는 느낌이다.

한 페이지에 두세 줄로 씌어있는 글은 빠른 호흡으로 읽혀진다. 문장을 끝내지 않고 다음 장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손과 호흡이 함께 빨라지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를 더해준다. 사자를 위기에서 두번이나 구해주는 앤디의 용기는 아이들의 타고난 생명사랑의 마음에서 온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아주 해학적으로 불러일으킨다. 역시 소중한 건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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