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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와 사자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1
제임스 도허티 글, 그림 |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무언가 한 곳에 푹 빠져 때론 넋을 잃고 있다고 어른에게 야단을 맞는 아이들. 한가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라서 가지기 쉬운 힘인 것 같다. <앤디와 사자>는 사자의 매력에 푹 빠져 머리속에서는 하루종일 사자와 함께 생활하는 앤디라는 남자아이의 현실과 상상이 절묘하게 섞여있다.
전체를 3부로 나누어 마치 3막의 연극을 보는듯, 잔뜩 호기심을 부추긴다. 1부에서는 도서관에서 사자도감을 빌려와 하루종일 도감을 보다가 잠든 앤디가 아프리카에서 사자를 잡는 꿈을 꾼다. 2부에서 앤디는 학교가는 길에 만난 사자의 발에 박혀있는 커다란 가시를 뽑아준다.
3부는 시간이 좀 흐른 뒤의 이야기이다. 봄이 되어 마을에 서커스단이 왔는데 갑자기 커다란 사자가 우리를 뛰쳐나와 관중을 향해 오다가, 앤디와 사자는 서로를 알아보고 얼싸안고 춤을 춘다. 앤디는 용기를 높이 사서 시장님이 주는 상을 타고 다음날 앤디는 사자 도감을 돌려주러 도서관에 간다. 이 장면에서는 '끝'이라는 팻말이 연극의 종료를 알린다. 사자가 우리에서 도망나오는 장면은 이미 앞에서 복선으로 나온다. 저녁식사 후 앤디의 아빠가 보는 신문의 기사로 예상할 수 있다. '사자, 도망치다.'
그림이 주는 특이한 느낌이 우선 보는 이의 눈을 놓지 못하게한다. 인물과 사자 모두 대단히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유머러스한 동작과 표정을 한 동물의 왕 사자는 더 이상 맹수가 아니라 아이들의 친근한 동무이다. 앤디와 얼싸안고 춤을 추는 장면은 절로 웃음이 나온다. 바위를 가운데 두고 서로를 피하느라 뱅뱅 도는 장면도 배꼽을 잡게한다. 인물들의 의상에서처럼 서부개척시대 미국인들의 소박함과 강건함이 그림속에 베어있는 느낌이다.
한 페이지에 두세 줄로 씌어있는 글은 빠른 호흡으로 읽혀진다. 문장을 끝내지 않고 다음 장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손과 호흡이 함께 빨라지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를 더해준다. 사자를 위기에서 두번이나 구해주는 앤디의 용기는 아이들의 타고난 생명사랑의 마음에서 온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아주 해학적으로 불러일으킨다. 역시 소중한 건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다르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