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다, 조기교육이다 해서 자식을 다른 아이보다 한발이라도 앞서 키우고 싶어 안달하는 요즘의 엄마들에게 이 그림책을 권하고 싶다.모든 면에서 뒤쳐지는 것처럼 보이는 '땅꼬마'라 불리는 아이는 따돌림을 받는다. 그러나 그 외로운 시간들이 그 아이에게 준 의미는 적지 않다. 보기 싫은 것들을 보지 않으려고 사팔뜨기 흉내를 내고, 천장과 책상의 나뭇결도 몇 시간이고 골똘히 관찰한다. '한 해 내내 창 밖에 보이는 그 많은 것들'에 이 아이만큼 놀라운 시선을 주는 아이는 없다. '운동장에서도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온갖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 지네와 굼벵이들을 집어서 열심히 들여다보기도 한다.땅꼬마는 멀고 외딴 곳에 있는 집과 학교를 6년을 한결같이 타박타박 걸어다니며, 자연의 모든 것과 친구가 된다. 여러가지 까마귀 소리를 구별하여 배우게 되고, 학예회 때 그것들을 들려주어 모두를 감동시킨다. 그 때 이후, 땅꼬마는 까마귀 소년으로 불린다.느리지만 은근한 끈기를 지닌다는 것은 또 다른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오만과 편견으로 또 다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이소베 선생님처럼 각각의 개성과 재능을 인정해주고, 무엇보다 아이를 몰아가기보다 기다릴 줄 아는 어른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 꽉 다물고 있는 꽃망울을 억지로 터뜨릴 수는 없다.다른 아이들이 교실에서 지식을 머리속에 넣고 있을 동안, 까마귀 소년은 자연을 벗삼아 관찰하고 생각하며 나름의 상상의 세계를 넓혀갔다. 일상의 사소한 것도 넘기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볼 여유가 있었다. 자연이 최고의 스승이라고 했던가. 느림의 미학을 잊고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늦게 피는 꽃은 향기가 더 오래 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