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
우러르면 내 어머님
눈물 고이신 눈매
얼굴을 묻고
아아 우주(宇宙)이던 가슴
그 자락 학(鶴)같이 여기고,
이 밤 너울너울 아지랭이.
황혼에 서서
산이여, 목메인 듯
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먼 침묵은
어쩌지 못할 너 목숨의
아픈 견딤이랴
너는 가고
애모는 바다처럼 저무는데
그 달래임 같은
물결 같은 내 소리
세월은 덧이 없어도
한결 같은 나의 정.
단풍
너도 타라, 여기
황홀한 불길 속에
사랑도 미움도
넘어선 정이어라
못내턴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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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李永道 : 1916~1976 ) 호(號)는 정운(丁芸), 1946년 <죽순>에 시조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민족정서를 바탕으로 하여 잊혀져 가는 고유한 가락을 시조에서
재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시조집으로 <청저집(靑苧集)>(1954), <석류>(1968)가
있고, 수필집으로는 <청근집(靑芹集)>(1958)과, <비둘기 내리는 뜨락>(1969) 및
<머나먼 사념(思念)의 길목>(197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