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점심상



잠깐, 광화문 어디쯤에서 만나 밥을 먹는다

게장백반이나 소꼬리국밥이나 하다못해 자장면이라도

무얼 먹어도 아픈 저 점심상


넌 왜 날 버렸니? 내가 언제 널?

살아가는 게, 살아내는 게 상처였지, 별달리 상처될 게

있다면 지금이라도 떠나가볼까,

캐나다? 계곡? 나무집? 안데스의 단풍숲?

모든 관계는 비통하다, 지그시 목을 누르며

밥을 삼킨다

이제 나에게는 안 오지? 너한테는 잘 해줄 수가

없을 것 같아, 가까이할 수 없는 인간들끼리

가까이하는 일도 큰 죄야, 심지어 죄라구?


너는 다시 어딘가에서 넥타이를 반쯤 풀며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머리를 누르고

나는 어디, 부모 친척 없는 곳으로 가볼까?

그때, 넌 왜 내게 왔지?


너, 왜라고 물었니?

C'est la vie, 이 나쁜 것들아!


나, 어디 도시의 그늘진 골목에 가서

비통하게 머리를 벽에 찧으며..........


다시 간다


-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中 p. 42

 

이게다예요님 서재에서 담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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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3-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51838

님... ^_* 

제가 백번째 손님이랍니다...^.~

음... 그냥...^^;;

전... 따스한 차 한잔 주세요...^^;;


프레이야 2007-03-1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번째 손님이라! 뽀송이님 따뜻한 홍차 한 잔 어때요? ^^

2007-03-13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3-1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s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날 보내세요.

진/우맘 2007-03-1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언제쯤, 시의 매력을 알게될까나.....
시를 맛있게 읽을 줄 아는 분들을 보면 항상 부러워져요.

프레이야 2007-03-13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제 서재지붕 바뀐 것 보셨어요? 섭섭해하지 마셔요^^
님이 해주신 것도 넘넘 예뻤는데 봄맞이 선물로 받았네요.

진/우맘 2007-03-1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전혀 안 섭섭해요.^^
지붕이야 갈라고 있는건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