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희령이 생일이다. 98년 이날 난 제왕절개로 희령이를 낳았다. 첫아이를 수술로 나아서 둘째 희령이도 안전하게 같은 방법으로 하기로 했다. 사실 자연분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많았던 나는 은근히 이 방법으로 낳게 되기를 빌고빌었던 기억이 난다.

둘째는 그래도 나았다. 나의 첫 분만은 93년 연말이었다. 요즘은 무통분만이라고 하여 전보다 산모들의 고통이 훨씬 적다고 들었는데, 그땐 수술 후 일주일 정도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자연분만을 한 산모들은 금세 걸어다니곤 하던데 그 때 나는 3일 후부터 겨우 걷기를 시작하고 병원 복도에서 걷는 연습을 하다가도 진통제의 약효가 떨어지면 너무나 아파 펑펑 울곤 했다. 게다가 젖이 잘 안 돌아 갓난아이에게 수유를 하는데 엄청 힘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젖 삭이는 약을 먹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인내심이 부족한 편이라는 걸 인정해야한다. 분유를 먹여 키웠는데 두아이 모두 지금껏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 감사할 뿐이다. 체격도 좋은 편이고 일년에 감기 한 번 안 한다. 조금 감기 기운이 온다 싶으면 땀 내고 한 숨 자고 나면 괜찮다.

그런 희령이가 자꾸 발을 다쳐 속상하다. 작년 11월에도 왼쪽 발등 쪽으로 인대가 늘어나 2주 넘게 깁스를 하고 지내고 내가 학교, 학원을 짬짬이 차로 태워다 주곤 했다. 그런데 어제, 또 일이 터졌다. 친구랑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이 같이 걸려 넘어지면서 왼발이 접혔는데 발등 부분이 욱신거린단다. 어제는 별 말을 안 해서 피겨스케이팅도 평소대로 보냈는데, 오늘 아침엔 울먹이며 아프다고 그러는 거다.

담임선생님께 얼굴만 비추고 단골(?) 정형외과로 갔다. "또 왔네" 이러신다. 뼈에는 이상이 없는데 아이가 걸으면 많이 아프다고 하니까 반깁스를 일주일 정도 하자고 했다. 완전 생일 축하 깁스! 다음주 토요일에 피겨스케이팅 1급 급수시험도 앞두고 연습해야 하는데... 희령이도 속이 상한 눈치다. 할 수 없지 뭐.

상가에 있는 중국집에 데려가 자장면을 사주고 저나 나나 마음을 달랬다. 생일축하해. 더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하느님이 경고 주신 거라 생각하자. 희령인 통통해서 체육을 많이 해야하는데, 깁스를 했으니 체육도 못 할 거고 피겨도 못할 거다. 다른 때보다 적게 먹이고 스트레치라도 하게 해주라는 피겨 선생님의 말씀! 희령아, 잘 아물거야. 엄마랑 같이 스트레치하자. 엄마도 요새 몸이 둔하다 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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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3-30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희령이가 얼른 낫길 바랍니다.

아영엄마 2006-03-3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희령이가 다쳐서 엄마도 아이도 속상하겠어요. 생일 축하하고 얼른 낫기를 바랄께요~

물만두 2006-03-3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빨리 낫기를 바라며 생일 축하합니다~

진/우맘 2006-03-3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희령아, 빨리 나아~ 그리고 생일 축하해!!!!

sooninara 2006-03-3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
그리고 다리는 정말..ㅠ.ㅠ 그만하길 다행이라 생각해야겠죠?
엄마도 힘드실텐데...오늘 아버님에게 맛있는거 사달라고 하세요^^
희령이 낳느라 고생하셨잖아요.

水巖 2006-03-3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령이 생일 축하해요. 희령이가 나보다 빠르네요 생일이. 나도 국민학교 5학년때 인대가 늘어나 깁스(그때는 회붕대를 하고) 어머님께서 업혀서 학교엘 다니던 생각 나는군요. 그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프레이야 2006-03-3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마로도 건강하죠?
아영엄마님, 아이들 다치면 정말 속상해요. 고마워용~
물만두님, 정말 고마워요.
진우맘님, 올만이에요, 넘 반갑고 고마워요.
수니나라님, 그러게요 제가 맛있는 거 먹어야되는 날이네요 ㅎㅎ 희령인 자장면 전 짬뽕 먹었답니다. 고맙습니다..
수암님, 정형외과에서 희령이 정도는 단골도 아니라고 그러대요. 진짜 단골로 오는 남자아이들 많다고 하더군요. ㅎㅎ 수암님도 깁스한 적이 있었네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