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은 앵두가 얼핏 보인다>
올봄에 물고기식구들을 들였다.
한동안 잘 살아가던 그 녀석들이 얼마전부터 죽어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초창기 멤버가 거의
교체된 정도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앵두가 죽은 거다.
며칠 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앵두플레티 한 마리가 물풀 사이에 누워있는 게 보였다.
워낙 활발하게 움직이던 녀석이라 한 눈에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초창기 멤버가 거의 교체된 상태에서도 가장 씩씩하게 제 세상을 누비던 녀석인데..
차마 건져내지도 못하고 이틀을 두었더니 물이 급속도로 더러워져갔다.
작은 돌들이 시커멓게 변하고 물풀 사이사이에도 때가 끼였다.
어제 수족관을 청소해 주시는 분이 오셔서 처리해주기로 했는데
문득 어제 아침 그곳을 지나다 보니, 앵두의 주검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녀석들이 먹은 걸까. 그악한 녀석들..
전부터 아이들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난 강아지 한 마리를 온전히 길러낼 자신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올봄에 그 대안으로 물고기를 기르자고 제안했다.
특히 희령이가 제일 좋아했고 지금도 물고기밥 주는 일은 희령이 몫이다.
녀석들의 몸 색깔은 내 지친 눈에 생기를 돌게한다. 그보다 더 흐뭇한 것은,
좁은 세상 안에서도 제 세상을 한껏 누리며 사는 녀석들을 보는 일이었다.
특히 내가 '앵두'라고 부르던 그 녀석은 첫눈에 내 맘을 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지금은 미키마우스플레티와 야광빛이 나는 뭐라더라 하는 녀석들이 유리방을 휘젓고 있다.
녀석들이 잘 자라도록 물을 깨끗이 유지하려면 밥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밥이 바닥으로 가라앉기 전에 녀석들이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조금씩 주어야한다.
역시 과다영양은 폐해를 물고온다. 정신이든, 육체든..
그런데 가슴이 조여드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단지 앵두가 죽어서만이 아니라
정이 뭔지, 특히 첫정은...
정을 못 잊어내는 내 허약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