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동안 작은딸 중학교 학부모독서동아리도 방학이었다.
오늘에야 가을 들어 첫 모임을 했는데, 지정책은 안소영이 지은 <책만 보는 바보>.
나는 이 책을 2006년 1월 15일에 처음 읽었다.

그때 그 책을 읽던 때의 심경과 시각과 공간까지 너무나 훤히 기억되는 특별한 책이었는데 
5년 반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문체와 작가의 따스한 상상력이
사실에 근간을 두고 직조되어 그 자체로 위로가 되었던 책이다.
나는 그 때 내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의 조용한 시각 새벽 세시에 식탁불만 오롯이 켜놓고
식탁에 앉아 이 책을 읽었다. 동양화로 그려진 삽화도 참 아름다운 책이다.
당시 착잡한 심정으로 책을 펼쳤는데 한장한장 읽어나가면서 나도 모르는 새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얼굴을 폰셀카로도 찍어뒀는데 아직도 내 폰에 있다.
야밤에 나 혼자 참 별짓 다한다 싶으면서 이 책이 참 고마웠다.
이덕무와 백탑파 벗들의 우정만큼이나 이 책이 따스했다.


도서관 사서샘은 미혼의 얌전한 샘인데 책 선정에서부터 모든 걸 주관한다.
나는 사실 우리가 주체적으로 끌고 가길 바랐는데 이 선생님 의욕이 대단해서 그냥 따라가기로 마음 먹었다. 나쁘지 않다.
오늘 책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서평을 써와서 서로 짧은 글도 달아주자고 제안하셔서 모두 음음...^^ 
독후감 비슷한 거 시킬까봐 어머니들이 많이 안 오시는 것 같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한 편은 제출해야겠단다.
사서 교육에서 받은 서평쓰기 양식을 나눠줬는데 내용을 보니까 독후감이라해야 맞을 듯.
아무튼 나는 오년 전 여기 써놓은 서평에 살을 좀 붙일 생각이다. ^^
늘 그렇듯 그냥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과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책 4권을 또 대출해왔다. 하여간 얼른 다 보지도 못하면서 욕심은.  ㅎㅎ
두시간 하고 중앙현관으로 내려오는데 새로 부임한 교감선생님과 뜻밖의 상면. 뭐 학교에서 도와줄 부분이 없냐고
물으신다. 회원이 좀더 많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나 홍보전략을 좀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사서샘 의욕에 부합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소설은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슬프고 신비로우며 통렬한 이야기들을
치밀한 사전 조사와 압도적인 상상력에 힘입어 펼쳐놓은 작품이다.
작가 고유의 짜릿한 문장과 탄탄한 캐릭터 설정, 물 샐 틈 없는 세계관으로 직조된 이 작품은
심해에서 수면으로 솟구치는 잠수부의 헐떡이는 심장처럼 숨 가쁜 서사적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작가는 강렬하고 장대한 스토리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동시에
사실과 진실 아시의 어두운 협곡을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 책날개에서 

  

 

좀 늦은감이 있지만 이 책!!
얼마전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명강연 중 '죽음'과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와 인식에 대한
그의 말은 상당히 감명깊었다. 죽고 싶다, 혹은 죽겠다, 죽을 것 같이 아프다, 등의
말을 다시는 쓰지 않게 되었다고 고백하던 지인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그녀는 20년 전 엄청난 교통사고로 온몸이 부서져 거의 일년을 침상에 매달려 지내면서
정말 이대로 죽고싶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죽을 것처럼 아픈데도' 죽지 않더란다. 죽어지지가 않더란다.
그녀는 그렇게 갱생을 하고 지금은 잘 살고 있는데, 그 때 이후 다시는 '...해서 죽겠다'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단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 너무 가볍다. 좀 진중할 일이다.

'마지막 강의'의 주인공 랜디 포시 교수는 많은 이들의 간절한 기원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2008년 7월 25일 새벽에. 

  

 

  

요즘, 무슨무슨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책이 참 많다.
이 책은 독일 심리학자 마르틴 슈스터의 책.
'사진 심리학'이란 '사진이라는 새로운 매체와 그 결과물을 어떻게 심리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그것을 사진 촬영에 응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학문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막 몇몇 학자들에 의해 개척되고 있는 신생 학문이다.
과연 사진을 찍은 사람과 찍히는 대사을 서로 연결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나 타인의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이 책은 이미지와 사고의 관계를 흥미롭게 탐색하며,
사진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인다. 

- 책날개에서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영화와 여행 이야기.

- 다른 공간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절실히 다가오는 것은 다른 시간이다.
결국 여행은 공간 감각을 시간 감각으로 바꾸어 남긴다. 걸음을 뗄 때마다 발밑에서
생생히 지각되는 길의 질감은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일거에 휘발되어
기억 속 아득한 신기루의 잔영이 된다. 다녀온 나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떠나기 전의 나와
돌아온 후의 나만 오롯하다. 그렇다면 지금 이 삶 자체는 또 어떨 것인가. 
......
이 책은 3년 전에 펴냈던 <필름 속을 걷다> 이후의 여행기 열두 편을 담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실 <필름 속을 걷다>는 별 셋 정도였는데 대체로 여행기가 그렇듯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또 여행기에 손이 가는 건 영화와 접목해서이기도 하지만, 갈망하는 어떤 게 있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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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10-13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 씨 책은 말씀하신 책들을 모두 보기는 했는데, 그냥저냥 가볍게 읽을만하기는 하더라구요. 근데, 읽다보면 어느덧 부럽고 쓸쓸하게 되서 뒷마음이 별로 안좋아요. 아..나도 저 계단 걸어보고 싶다거나, 저기 저 구도에서 한 번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거나..국내 영화 촬영지라도 찾아다녀 볼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프레이야 2011-10-13 19:31   좋아요 0 | URL
외국촬영지는 안 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국내 촬영지는 실제 가보면
영화에서 본 것만큼의 흡족함이 안 드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여행기, 뭐니뭐니해도 직접 가보는 거엔 비할 수 없겠지요.

소나무집 2011-10-1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 되니 잔잔한 책들이 참 좋네요.
저도 죽음에 대해 생각의 전환을 한 사람 중 하나예요.

프레이야 2011-10-13 19:32   좋아요 0 | URL
죽음을 가까이서 본 사람은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될 것 같아요.
가을이네요 정말.

치니 2011-10-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 보는 바보>를 읽지는 않았지만, 프레이야 님이 그 책을 읽을 때 부드럽고 아름다운 문체에 편안하게 마음을 풀 수 있었던 그 심경이,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느껴지네요. :)

언젠가 외국 생활을 오래 했던 노학이 하시는 말씀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독하게 사는 이유가 말버릇에 있다면서, ~ 해서 죽겠다, 라는 말을 너무나도 자주 한다고 어떻게 그리 죽겠다는 말을 말끝마다 함부로 다는지, 자기로서는 무서울 지경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제 올려주신 시도 참 좋았어요, 요즘 페이퍼가 가을 분위기 물씬 ~ :)

프레이야 2011-10-13 19:34   좋아요 0 | URL
치니님, 책은 참 그런 위안이 되어요.
그 노학자의 말씀, 참 새겨볼 말이네요.
그렇게 극과 극의 말을 어렵지 않게 하는 저도 돌아보게 됩니다.
갈수록 뭐든 확신할 수 있는게 적어지는데 말에요.

비로그인 2011-10-1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프레이야님 :)

[책만 보는 바보]에 대한 글이 마음에 와닿네요. 좋은 책을 읽을 때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경험... 최근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저도 요 책을 읽어볼까봐요. 나중에 다시 들려서 리뷰 읽고 갈게요! ㅎㅎ

프레이야 2011-10-13 19:35   좋아요 0 | URL
그 책은 청소년용으로 참 편안하게 나왔는데
5-6년이 지나서 요즘 붐이더군요.
알라딘에 5년 전 리뷰도 썼어요. 뒤져보면 있어요.^^ 수다쟁이님.

아이리시스 2011-10-1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사서샘이 주관하는 학부모 독서모임은 좋아요? 미혼쌤이 학부모들을 '관리'하려는 느낌은 별로일 것 같기도 한데.. 뭐! 목적이 '책'이라면야.. 괜찮을 것도 같아요!

<책만 보는 바보> 저도 제목을 많이 봐서 읽은 느낌인데, 안 읽었어요.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는 리뷰 써주세요. 예전에 참 궁금한 책이었거든요.^^

프레이야 2011-10-13 19:37   좋아요 0 | URL
교육청 주관으로 학교마다 그런 활동을 하게 해요.
사서와 학교방침, 동참하는 학부모의 성향에 따라 성질이 달라질 것 같은데
우리 학교는 좀 아쉽긴 해요. 올해 처음이라 그렇겠죠. 점점 나아질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