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회원신청도서로 '복음전도'를 녹음했다.
저자는 Ellen G. White 라는 미국 여류전도사. 백년 전의 사람이고 1800년대 후반 1900년대 초의 글을 모은 것.
1, 2 권 중 내가 1권을 하고 다른 봉사자가 2권을 맡았다.
아마 전도나 목회활동을 시작하는 회원이거나 그런 활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회원일 거라 생각한다.
읽다보니 기독교 복음전도서 쯤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소위 우리가 말하는 이단(나는 잘 모르겠다, 사실) 교파의 확장과 그 목회 활동을 위한 구체적 지침서였다.
그 사업의 확장과 활동을 위한 상세한 충고와 방법이 명료한 문체로 항목별로 적혀있었다.
이름하며,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
나는 기독교 세례를 (어쩔 수 없었지만) 받았고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외는 사람이지만
이 책이 이단의 활동을 위한 책이라 해도 내용상으로 전혀 이상하거나 거부감이 이는 부분은 없었다.
내가 독실한 크리스찬이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우리가 갖는 편견이나 선입견 중 종교에 대한 게 비일비재한데,
사실 이단이니 정통이니 이런 부분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니 뭐라 말하지 못하겠다.
오늘 '복음전도'를 마무리하고 전부터 찜해뒀던 책, 파울로 코엘료의 '브리다'를 시작했다.
실제로 순례길에 올라 만났던 젊은 여인 브리다의 영적체험의 과정을 글로 옮긴 것인데
'서序' 에서 저자가 옮긴 작자 미상의 글! 아래..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삶에서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건물을 세우거나, 혹은 정원을 일구거나.
건물을 세우는 사람들은 그 일에 몇 년이라는 세월을 바치기도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그 일을 끝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일을 마치는 순간, 그는 자신이 쌓아올린 벽 안에 갇히게 됩니다.
건물을 세우는 일이 끝나면, 그 삶은 의미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원을 일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몰아치는 폭풍우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계절에 맞서 늘 고생하고 쉴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건물과는 달리 정원은 결코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또한 정원은 그것을 일구는 사람의 관심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의 삶에 위대한 모험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정원을 일구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봅니다.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 한 포기 한 포기의 역사 속에 온 세상의 성장이 깃들어 있음을.
나는 지금 정원을 일구고 가꾸며 살고 있는지...
그 안에 들어앉을 건물 하나도 세우지 못하는 꼴은 아닌지...
살면 살수록 안개속 미로이거나 구름속.
내딛는 발이 한 길 낭떠러지일지도 모를 길을 눈 가리고 가는 셈.
한낮엔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그래서 시원한 녹음실 안이 더없이 좋지만,
요즘 햇살은 아직 따가워도 살갗을 스치는 바람결이 확연히 다르다.
바람은 늘 먼저 마중 나와 기다리고 나중까지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어주는 좋은 사람 같다.
낮게 저물어가는 해거름, 정은아의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백일홍의 백일동안 붉은 꽃잎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늦여름 어딜 가도 어여쁜 붉음을 꽃피우고 있는 백일홍은 매끄러운 줄기를 한 배롱나무에 피는 꽃.
백일홍이 백일을 붉게 피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백일동안 쉼없이 지고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성장하고 가꾸는
가녀린 꽃잎들의 열정이 있어서라 한다.
그네들은 죽고 살고를 반복하며 거듭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줄곧 피어있는 그네보다 졌다가 더 활짝 더 붉게 더 빛나게 피어나는 그네들이 더욱 아름답다.
백일 후면 또 내년을 기약한다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