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신작을 낭독녹음 하고 있다. 반쯤 했는데 역시 김훈 방식의 소설이다.
자주 쓰는 단어들은 여전하고 서사보다 특유의 사유와 문체에 집중되는 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역시 매력적인데 가령 아래와 같은 구절(접힌 부분)은,
작가가 삶의 나신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마치 구질구질한 삶의 눈꼽 낀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며 망연히 씻어주는 느낌이다. 
이 소설은 아무래도 제목에서 혹시 연상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낭만적인 '젊은 날의 숲'이 아니라
실핏줄과 튼살과 꿰멘 자국까지 다 보이는, 정밀하고 적확해서 떨림이 오는 상처의 숲이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이 책의 제목은 가수 하덕규의 노래 '숲'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김훈의 인터뷰 장면을 보면 강직한 인상이지만 생각보다 부끄럼도 타고 내성적일 것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가시를 괜스레 잡아떼고 있는 모습도 꼭 내 아버지를 닮았다. 

 

 시인과 촌장의 맴버 하덕규의 '숲'이다. 하덕규는 내가 좋아하는 '한계령'을 만든 가수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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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08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작년에 뵌 김 훈 작가를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요.
아버지 이야기는 <바다의 기별>에 많이 나오는데, 젊은 날의 숲에도 깔려 있군요.
사인본으로 사놓고는 뭘하느라 손도 못대고 있어요.ㅜㅜ
시인과 촌장~ 분위기도 노래도 참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프레이야 2010-12-08 22:56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가 보내주신 책으로 지금 낭독하고 있어요. 김훈 사인본이더군요.
다 하고나면 편집과정에서 필요하니 도서관에 빌려줘야 해요.
물론 다 끝내고 나면 다시 찾을 거구요. 고마워요. 너무 좋아요.^^
아버지는 작품 속에서 큰 역할이 없지만 전반에 깔려서 여주인공의 배경으로 톡톡히 역할해요.
세상의 밑바닥을 긁어서 식구를 먹이는 가련한 포유류로서.
은유로 보아도 좋을 것들이 역시 많구요.

꿈꾸는섬 2010-12-08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시인과 촌장의 숲, 좋아요. 프레이야님이 풀어내는 내 젊은 날의 숲 이야기도 참 좋으네요. 이 책이 너무 궁금하네요.

프레이야 2010-12-08 22:42   좋아요 0 | URL
실제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대요.
그런 말을 유언으로 해선 안 되는 거죠,라고 인터뷰에서 말하네요.
이 책, 꽃과 뼈를 세밀화로 그려내는 일, 생명을 그려내는 일, 숲과 나무와 익명성과 개별성의
이야기들이 두루 들어앉아 있어요. 저 위의 인용구절은 정말 절박하지요.

2010-12-09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12-09 08:23   좋아요 0 | URL
서재 스킨요? 붉은 단풍잎색이에요.ㅎㅎ
그런 심리가 내재되어 있겠군요. 그래서인가, 전 옷도 붉은 색이나 선명한 색을 좋아해요.
사실 좀 그래요. 잘 들여다보신 것 같아서 그냥 위로가 좀 되네요. 참 고마워요.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하루 보내세요.^^

같은하늘 2010-12-09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넘 오랜만이예요.
하는일 없이 바쁜 사람~~~^^;;
프레이야님의 이런 글을 읽을때 마다 녹음된 목소리로 듣고 싶어져요.

프레이야 2010-12-09 08:22   좋아요 0 | URL
하는 일 없기는요, 같은하늘님은 정말 부지런하시잖아요.^^
어떤 날은 호흡이 힘들고 어떤 날은 술술 수월하고 그래요.
심리적인 걸까요?^^
아, 벌써 12월9일이에요.~~

세실 2010-12-0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 김훈작가 강의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참 좋았어요. 외모와는 달리 여성적인 면도 느껴지고...ㅎㅎ
허접쓰레기들의 정체를 명확히 보려면 돈이 떨어져야 하는군요. 음.....

프레이야 2010-12-09 08:55   좋아요 0 | URL
굿모닝~ 세실님^^
전 접힌 구절들이 다소 공감되는 한 해를 보냈어요.
난 자리는 선명하다는 게 사람이 아닌 경우에도 적용되는 거 같아요.
시댁어른께 섭섭한 생각도 들었지만 어쩌겠냐 내 복단지가 그만큼이지 생각하구요.
김훈 작가는 외모와 달리 정말 그래 보여요. 저 위의 인터뷰에만 봐도요.
자신의 작품에 소극적 연애담이나 사랑의 표현에 대한 질문에도
꽤 쑥쓰러워하고, 그런 걸 잘 못하는 게 자신의 한계라고 하더군요.ㅎㅎ

2010-12-09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12-09 23:39   좋아요 0 | URL
많이 아프셔서 걱정이에요.
저처럼 많이 먹고 쫌 그래봐요.^^
저같은 경우엔 폐활량이 부족한 편이고 맥박도 적고 낮게 뛰는 편이지만
목청은 좋은가봐요.ㅎㅎ(농담)
가만히 앉아 하는 일이니까요. 발성은 요령이 생기고 조절해서 하면 괜찮아요.
눈이 피로하고 목줄기와 어깨가 쑤시는 게 문제지만, 가끔 일어나 몸을 풀어주면 낫구요.

hnine 2010-12-1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 작가가 상대방을 쳐다보는 눈길에서 저는 그 사람이 별로 강인한 성격은 아니라고 넘겨짚었어요. 말씀하신대로 오히려 내성적이고 수줍음도 많은 사람일꺼라고. 하지만 자기 감성이나 생각을 부풀려서 나타내기 보다는 절제해서 나타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작가의 방을 훔쳐보니 방도 그런 것 같네요.
이 책은 눈독 들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하면 억지일까요? ^^

프레이야 2010-12-18 22:43   좋아요 0 | URL
아뇨, 억지는 아닐 거 같은걸요.^^
그럼에도 끌리는 사유의 문장은 밑줄 그어뒀어요.
서사는 그닥.. 김훈 식인데.. 어찌 보면 서사도 절제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요.
눈길이 불안하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수줍음 같은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