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너무나 치명적인  

  

 

여자의 자궁이 연상되는,  

 

- 루프스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전신성 홍반성 낭창이 
라고도 한다 루프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바이러스,
세균 등의 항원에 대하여 항체를 만드는 면역체계가 무
너진 것을 말한다 외부의 침입자인 항원과 자기자신을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자기자신에 대한 항체를 만
드는 것이다 자기항체라 불리는 이것은 자기자신의 항원 
과 작용하여 면역복합체를 형성하는데 이 면역복합체는
조직에 축적되어 염증, 조직손상, 통증을 유발한다 피부,
관절, 혈액과 신장 등 각 기관과 조직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며 때론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이 병의 원인은 확
실하게 밝혀진 바 없다 대다수가 여자이며 그 이유와 증
상의 주기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설명이 불
가능하다 

설명이 안 되는 이 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7년이
걸렸다 언제 당겨질지 모르는, 관자놀이를 향해 장전된
총구 치명적인 너무나 치명적인, 그 한 발  

 

* 루프스를 앓고 있는 모든 여성과 함께하며, 부디 용기를 내고 건강하기를 

 

- 최영숙 유고시집 <모든 여자의 이름은> 중 

 

최윤희님의 죽음에 같은 병으로 2003년 고인이 된 최영숙 시인의 시집을 다시 들춰보게 된다.  
시인은 질병을 생의 은유로 여겼는데, 수잔 손택은 질병은 단지 질병일 뿐이라고 선언했다.
질병을 덮어씌운 은유를 걷어내고 질병 자체를 직시하라고 충고한다.
사람은 질병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과 의지를 갖고 있고 그걸 발휘하려는 건 자연스러운 내면의 힘이다.
그러나 고통을 이겨내는 내면의 '생명력'을 압도하는 지극한 슬픔과 공포가 어떤 것일지 감히 짐작해본다.
시의 마지막 3연, 그녀들의 고통과 두려움이 감히 짐작되는 느낌이다.
나는 아직 건강한 육체를 지니고 하루하루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으로 살고 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더라는 경험을 한 건 어느덧 오래 전 일이다.
더 이상 출구가 보이지 않게 된 자의 고통은 희미하나마 출구가 보이는 자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테다.
전부터 생각해온 장기기증을 구체적으로 당장 실천에 옮기기 위해 루트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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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0-1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가면역질환, 저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후천적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군요. 그것도 특히 여성에게.
저는 가끔 느닷없이 제가 지금 어디가 크게 아프지 않은 상태라는 것에 휴~ 안심하며 얼마나 다행인가 싶을 때가 있어요. 마음도 이렇게 물러터져서 몸도 성치 않으면 어떻게 버틸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의 고통, 저도 감히 짐작 간다 말을 못하겠습니다.

프레이야 2010-10-12 03:07   좋아요 0 | URL
네, 나인님. 살아가면서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게 적어지는 거 같아요.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꼭 그런 것만도 아니고 독선이나 아집, 나아가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구요. 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특히 타인의 행동에 이해가 되지 않아도 비판보다 연민부터 느껴보는 게 나쁘다고 생각되진 않아요.
나약한 사람이니까요, 우리 모두.
고통이라면... 저처럼 참을성 없는 사람은 정말 자신없어요.

라로 2010-10-1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말을 잃었어요...
좀 더 겸손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멋져요!!

프레이야 2010-10-12 03:08   좋아요 0 | URL
나비님, 울컥~~
저도 지금의 저한테 고마워할게요.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도요.^^

2010-10-11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10-12 03:14   좋아요 0 | URL
저도 그거 보고 그랬어요. ㅠ
참 안타깝더군요.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나라면 어땠을까, 다른 생각들도 참 많구나...
주말은 아이들과 좋다가 짜증나다가 또 달래주다가 지냈고,
오늘 어이없이 정신적 손상 당한 일도 있었지만 제가 이해하고 참아주기로 맘 먹었어요.
그래도 저 결정적으로 진짜 화나면 완전 겁나는데...ㅠ
제 마음도 좀 헤아려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자만감보다 더 위험한 건 열등감인 거 같아요. 모두가 불쌍한 존재들이죠, 저를 포함해서.

blanca 2010-10-11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맞아요. 심적 고통이 육체적 고통보다 더하다고들 과장하지만 정말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로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아픈 사람들...제발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0-10-12 03:18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동의해요. 정신이 우위에 있다는 그건 관념일 거에요.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전 견뎌낼 자신이 없어요. 제발 아프지 않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불행한 일이 닥치면 또 견뎌내려고 최대한 애쓸 거에요. 하지만 장담은 못해요.
남에게 그러라고 말할 자신도 없어요. 물론 용기는 불어줘야겠지만 강요할 순 없어요.
존엄사, 그게 모든 이의 소망이겠죠.
중세, 페스트균보다 더 무서웠던 건 페스트균에 대한 두려움 그 자체였다고 하죠.
오늘을 두려움 없이 살고싶어요.

순오기 2010-10-12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하루 감사하며...

자하(紫霞) 2010-10-12 08: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이야 2010-10-12 22:45   좋아요 0 | URL
네, 언니^^
베리님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