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의 방식

 

이만섭

 

 


직선은 천성이 분명하다 바르고 기껍고
직선일수록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는 곧 정직한 내력을 지녔다 하겠는데
현악기의 줄처럼 그 힘을 팽창시켜 울리는 소리도
직선을 이루는 한 형식이다
나태하거나 느슨한 법 없이
망설이지 않고 배회하지 않으며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단순한 정직이다
밤하늘에 달이 차오를 때
지평선이 반듯하게 선을 긋고 열리는 일이나
별빛이 어둠 속을 뻗쳐와
여과 없이 눈빛과 마주치는 것도
직선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령,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세우는 일은
직선의 힘을 얻어
허공을 가르며 쏘아대는 직사광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뜻이 담겨있다
그로 인하여 빨래는
마음 놓고 햇볕에 말릴 수 있을
것이다
바지랑대는 빨랫줄로 말미암고
빨랫줄은 바지랑대 때문에 더욱 올곧아지는
그 기꺼운 방식

 
(201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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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의 미, 직선의 힘. 글쓰기도 이런 방식으로 가야겠다. 에두르지 않고 곧고 바르게 꾸밈없이, 고운 결은 잃지않고.

'밤하늘에 달이 차오를 때 지평선이 반듯하게 선을 긋고 열리는 일' 

'별빛이 어둠 속을 뻗쳐와 여과없이 눈빛과 마주치는 것'  

삶 또한 이러해야겠다.  그래, 다시 직선이다. 내 마음에 수평과 수직을 바로 세우고 기대할 수 없는 것들과 거짓 언사와는 안녕하고 싶다. 안녕은 덜어내기, 탐욕 버리기, 집착에서 놓여나기. 글쓰기도 삶도 채우기보다 오히려 덜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지난 연말에 한 건강검진 결과, 혈색소 수치가 정상치보다 낮다.  빈혈 정밀 검진 및 주기적 검사를 요한다고 나왔는데, 집에 있는 철분약부터 복용해야겠다.  그리고 음주과다에 활동량 부족이란다. 뭔가 운동을 하나 시작하고 음주는 줄이도록^^

날도 추운데, 어제보다 오늘 더욱더 몸도 마음도 스산하다. 심장이 없는 듯한 사람 풍경이 아뜩하기만 하다.  쓰리고 안타깝다. 그럼에도, 늘 최선을 다했고, 진심으로 대하고 진심으로 도우려했다. 난 정확하고 분명한 게 좋고 기본적으로 순수한 게 좋다. 나의 그런 점을 잘 알면서 오히려 상처로 되갚는 비정한 사람 풍경이 스산하다. 시간이 가면 나의 진심을 알아줄 거라 믿는다. 누군가 초심으로 돌아가라 했던가. 그러면 알아줄 거라고... 이제부터라도 나를 먼저 사랑하고 싶다.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마음, 연초에 내심 약속했던 그런 것들을 지키고 싶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고 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깨는 대상 곁에는 가고 싶지 않다. 이런저런 말들, 얼굴들, 목소리들, 시공간들, 상황들, 그런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흘려보내든 접어두든 나 아닌 무엇에 맡겨두고 싶다. 어쩌면 좀더 이기적으로 살자는 말이다.  좋은 기억만 갖고 살고 싶다.  생각하면 눈시울 젖어드는 고마움, 마음으로 전해지는 소소한 기쁨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싶다.  

큰딸,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뮤즈 내한공연을 보러 갔다. 지금 공연중이겠다. 오늘밤차로 내일 아침 일찍 도착이다. 눈길은 괜찮은지... 잘 갔다오겠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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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1-0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이름만 보고 위에서 말하는 이만섭이 전 국회의장을 가리키는 줄 알았네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0-01-08 20:2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ㅋㅋ

반딧불이 2010-01-0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 음주과다라니요? 제가 갖고 있는 프레이야님 이미지와는 전혀 안어울리는 단어인걸요. 육체적 건강도 좋아야 겠지만 마음이 아프지 않으시기 바래요.

프레이야 2010-01-08 20:22   좋아요 0 | URL
마음에서 병도 오겠지요. 좀 줄일게요.ㅎ

라로 2010-01-08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저 글자들을 아주 꾹꾹 눌러쓰는 마음으로 한자 한자 자판을 두두렸다는~.)

프레이야 2010-01-08 20:23   좋아요 0 | URL
꾹꾹 눌러서 저도 우리 화이팅!

무스탕 2010-01-0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선을 자 없이 곧게 그을수 있는 재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 맘이 뻗치는걸 따라가면 그게 직선이다.. 이런 재주요.
그러자면 내 맘이 거리낌 없이 곧아야 할텐데 참 어려운 일이네요. 하하~

프레이야 2010-01-08 20:24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은 그리 사시는 것 같아 보여요.호호~

소나무집 2010-01-0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새해 복도 많이 받고 좋은 일도 많이 하시구요,
건강도 챙기세요.
빨랫줄과 바지랑대 같은 삶에서 한참 머물다 갑니다.

프레이야 2010-01-08 20:27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땅위에 서있는 우리들도 어쩌면 빨랫줄과 바지랑대가 아닐까요.
받아들이고 기쁘고 마음 편히 그러나 꿋꿋하게요.^^

순오기 2010-01-09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세우는 거 해보셨나요?^^
새해에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진주 귀고리 소녀'를 봤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영화였어요. 그 푸른 스카프와 진주 귀고리 소녀의 눈빛이 어찌나 선명하던지~
금욜 오후엔 '더 로드'를 보고 왔고요.
님은 무슨 영화로 새해 첫 막을 열었는지...

프레이야 2010-01-09 01:49   좋아요 0 | URL
그 영화, 이제 보셨군요. ^^
바지랑대, 어릴 적 마당에 서 있던 거 기억이 나요. 흔들면 재미났던..
'더 로드'는 그러잖아도 내일 큰딸이 같이 보자고 하네요. 원작소설을 사뒀더군요.
전 나인과 용서는없다,로 열었어요.
지난해 다 정리하지 못하고 지나간 영화들도 많은데 지금 새삼스레 하자니 뻘쭘하고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