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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한비야님이 58년생일 줄 몰랐다. 바람의 딸로 내게 다가왔던 그녀는 젊음과 열정의 대명사로 기억되어 있어서 나는 그녀의 나이가 (좀 과장하여) 이십대 혹은 많아도 삼십대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실제로 그녀의 말투와 목소리를 들어보고 책을 읽어보면 물리적 나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사는, 그야말로 패기와 도전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청춘으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얼마전 텔레비전 모 프로그램에 나와 세계여행에 관한 도움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음 속에 늘 세계지도를 품어라.'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세계지도와 지구본을 날마다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녀가 늘 새로운 도전에 흔쾌히 응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말대로 하느님의 부름이기도 하겠지만 가슴속에 늘 품고 있는 세계지도의 힘이 아닐까싶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이후 신간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는 좀더 솔직담백한 그녀의 생각과 삶을 엿볼 수 있다. 사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좀더 거시적인 이야기까지 그녀가 발로 뛰어가며 몸으로 느꼈던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늘 그렇듯 그 울림이 강하다. 머리로 하는 말이 아니라 온 몸으로 헌신하고 온 가슴으로 부대끼며 겪었던 일들과 구체적이고 놀라운 경험들이 두루 녹아있다. 그녀의 문장은 여전히 통통 튀고 쉽게 읽힌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퇴고에 퇴고를 마감시간 직전까지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놀랐다. 그렇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날밤을 새며 글을 지우고 또 지워가며 써서 마감시간을 꽉 채우고서야 보낸다고 한다. 역시 쉽게 읽히는 내공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진정성과 성실성에 기반하는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지도를 가슴에 품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고 말한 뜻을 이 책에서 알게 된다. 2007년 여름부터 시작한 세계시민학교의 별칭이 '지도 밖 행군단'이다. 세계시민학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세계시민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자율적인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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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지도, 나의 한계라는 지도, 사회의 통념과 편견이라는 지도 밖으로 나가라는 뜻이다. 그리고 지도 밖, 우리의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도 살피고 돌보라는 뜻이다. 나는 이 행군단의 단장이다. 영원한 단장이다. 해마다 새로 만나게 될 눈빛 반짝이는 내 아들딸 같은 행군단원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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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두려워 하는 것은 나이 먹는 것이 아니라 '후지게 나이 먹는 것'이란다. 자신의 내부에 행복발전소를 두고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아내어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만하고 하느님의 사랑에도 확신에 찬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끝내 벼랑 아래로 밀어버리는 하느님이지만 그때 그 순간 비로소 자신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내용의 인용된 글귀는 잔잔하고 깊은 감동을 준다. 또한 종교에 대해 우리가 지녀야할 태도와 진정한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종교적 태도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횡행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경험을 이야기 들려주듯 풀어놓은 사례들이 흥미진진하면서 충분히 의미있게 읽힌다. 배낭여행의 장점과 진정한 성공의 의미 그리고 구호요원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그들 옆에 있어주는 것)에 대한 겸허한 이야기도 충분히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녀는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높은 책장에 책이 빽빽한 서재에 퍼질러 앉아 책을 읽는 그녀의 사진이 보기 좋다. 권장도서로 그녀가 내미는 책들을 보면 그녀의 가치관과 삶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을 구호활동과 관련하여 엿볼 수 있다.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들이다.
그녀의 매력을 들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이 책에 겸손하게 거의 모두 담겨있다. 9년 간의 월드비전 일을 일단 미루고 미국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대학교의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석사과정에 합격되어 올 9월부터 다시 학생이 되었다고 기뻐하는 그녀! 그녀의 수많은 팬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밝은 앞날을 기대한다. 등산을 좋아하는데 그곳엔 산이 적을 것이라 행복한 고민 중인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하나의 희망에너지가 된다.
특히 그녀가 말하는 젊음의 실체에도 귀기울여볼 만하다. 이런 한비야님을 누구인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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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굶주리는 아이가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갖는 세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청춘과 인생을 바치고 목숨까지 바친다고 한들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건 한마디로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이 꿈을 가슴에 가득 안고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룰 수는 없을지언정 차마 포기할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아니, 포기해서는 안 되는 꿈이기 때문이다.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돈키호테>의 내용이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말이지만 나는 이것이 젊음의 실체라고 생각한다....... 이 젊음의 특권을 그냥 놓아버리겠다는 말인가, 여러분. (151-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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