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머리가 주는 공포
사람의 머리를 손에 든다는 것은 무섭고도 불안한-심지어는 겁나는-일이다.
사람의 머리를 드는 것과 두개골을 드는 것은 비교도 할 수 없다. 두개골을 들고 있을 때는 일정한 정서적 거리를 둘 수 있다. 팔을 쭉 뻗어 멀찌감치 들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그다지 마음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체보관소에 있는 머리는 신경을 온통 헤집어 놓는다.
부분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를 그토록 뒤흔들어 놓는 것은 부드러운 조직들, 즉 피부, 모발, 눈, 귀, 입술과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모여 얼굴 생김새를 구성한다. 우리가 인간다움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그릴 때면 살아오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얼굴들 - 거리에서 다가오는 얼굴들, 잡지의 그림이나 사진, 혹은 은막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얼굴들 - 을 떠올린다. 그래서 어떤 형태든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놓여진 머리를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질 만큼 머리에 감정을 부여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갑을 낀 손으로 머리를 들고 있을 때면 어떠한 정서적 거리감도 가질 수 없다. 사실 무관심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들고 있는 것이 누군가가 자식으로 두고 있는 사람의 머리라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부정하고 싶은들 어떻게 머리를 들고 있든 어떤 자세로 놓아두거나 받쳐놓든 머리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인 영향력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잘린 머리를 대할 때마다 갖는 - 꼼짝없이 등골이 오싹하게 만드는 - 그 느낌은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중략)
사람의 안면은 열네 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다. 그 대부분은 서로 대칭되는 모양의 조각들이 쌍을 이루고 있는데, 두개골의 바닥부분에는 후두골이 꼬리뼈(환추)라는 목에 있는 첫 번째 등뼈와 관절을 이룬다. 꼬리뼈를 영어로는 ‘아틀라스’라고 하는데 고대 그리스인들로서는 이 꼬리뼈가 머리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가 마치 아틀라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족 이름. 티탄족에 반란을 일으킨 하늘의 신 제우스와의 전쟁에서 패하여 그 벌로 하늘을 떠받들고 있게 되었다고 함)가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 같다고 여겼던 것이다. 꼬리뼈로 인해 목 부분의 등뼈 위에 놓인 머리를 돌리거나 굽힐 수 있다.
- 마이클 베이든의 법의학 이야기 <죽은 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중
p280-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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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206개의 뼈 중에서 22개가 머리와 안면을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안면을 구성하는 뼈가 14개다. 우리의 눈과 귀와 입술 등 부드러운 조직들을 구성하는 감싸고 보호하는 데 필요한 뼈이기도 하다. 그걸 쓰다듬고 입 맞추고 지긋이 바라보는 일은 그것과의 모든 추억과 어쩌면 아련한 그 옛날의 꿈이었을지도 모를 개개인의 기억들을 상상해보는 것과 유사하다. 상상력! 인간에 대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인간 삶의 애잔함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이 우리가 살면서 무수히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의 얼굴에 대한 공포를 갖게 하는 것이다. 부드러운 그 조직들, 미세한 주름의 수까지도 다른 그 얼굴들이 한편 두려움의 대상인 것이다. 나는 대개 사람의 얼굴이 두렵다. 오욕칠정의 감정에 독기를 뿜어내기도 하고 충만한 감정에 벅차오르기도 하는, 나를 야누스이게 하는 그 얼굴들이 두려운 것이다. 내 얼굴을 포함하여. 내 얼굴의 조직들은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오늘 연 와인의 오크향이 오늘따라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