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큰딸이 머리스타일을 좀 바꿔보고 싶다고 미장원에 같이 가자고 했다. 중학생이 바꿔 본들 뭐 크게 바꿀 수도 없는 머리형이니까 너무 기대하지 말고 가자고 했다. 숱이 적어서 너무 짧게 자르면 숱이 더 적어보일까봐 적당히 층을 내고 컷트를 했다.

다 자르고 나서, 까다로운 그녀의 한 마디, "와, 너무 맘이 들어."

다행이다, 속으로 이러며 미장원을 나왔다. 집에 오는 길에 그녀의 뜬금없는 제안,

"엄마, 우리 노래방 갈까?"


며칠 전 기말고사 끝나고 친구들이랑 갔다왔으면서 뭔가 부족한 2%가 있었던가 보다 싶어

오케이~ 했다.

애들이 팝송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못 불렀다며 그녀가 불렀던 노래들의 80%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애이브릴 라빈의 노래들이었다.  아니, 그렇게 어려운 곡을? 

우리딸, 많이 컸구나!  그래서 나도 팝송 한 곡 불러주고 (I.O.U)

'사랑' 이란 단어 안 들어가는 노래들로 나름 골라서 좀 까불어주며 불렀다.

왜냐면 그런 치렁치렁한 단어에 딸이 좀 알러지가 있어서다.

연극이 끝난 후(샤프), 어떤이의 꿈(봄,여름,가을,겨울), 젊은 미소(건아들), 어젯밤 이야기(소방차), 하얀새(이승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놈의 사랑, '사랑일뿐야' 불러서 딸의 박수도 받고..ㅋㅋ

이 노래는 딸이 좋아하는 신화, 그중에서도 전진이 부른 버전이 좋다고 늘 듣길래..

딸, 많이 컸구나!!

한 시간 삼십 분을 부르고 들어왔더니, 한자 학습지 하고 있던 작은딸이

 "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힝.. 심심했단 말이야. " 이러며 살짝 눈을 흘긴다.

요, 통통여우 같으니.. 옆지기는 소파에서 잠 들어있다 깨고..

왜 이렇게 늦었냐고 안 묻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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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과의 데이트 정말 그림같아요.
저도 작은 딸이 크면 이렇게 친구처럼 놀게 될까요?
가끔은 아들과 놀고 싶은데 정신연령이 어린듯해 뭔가 맞지 않더군요.
언제 철들라나?

프레이야 2007-12-10 18:24   좋아요 0 | URL
딸이 저를 계속 좋은 친구처럼 생각해 주길 바래요.
이렇게 불쑥 노래방 가자고 신청하기도 하는..
전 한 번도 엄마에게 그렇게 못 해봤거든요.
아들은 좀 더 크면 엄마의 연인의 될 거니 얼마나 좋을까나..ㅎㅎ

춤추는인생. 2007-12-10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멋진풍경인걸요.^^ 희원이와 함께 단둘이 노래방에 가셨다니... 그나이에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알러지가 가장 심할때가 아닌가 싶어요. 제마음은 안그랬는데 어른들앞에서는 괜히 그런척 했던 제 그시절 모습도 생각나요.
통통여우 희원이는 왜 놔두고 가셨어요? 좌중을 압도하며 노래했을텐데요!!

전 노래방은 잘 가지 않지만. 천변 다리위에서 큰소리로 가끔 노래해요. 얼마나 시원한데요 ^^

프레이야 2007-12-10 18:34   좋아요 0 | URL
아, 그거였구나. 마음과는 달리 알러지인 척 하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홍홍.. 그 나이때 옛날에 친구들 중 시집 안 갈거란 아이들도 있었죠.
그 아이가 졸업하고 제일 먼저 가더이다.
통통여우 희령이 끼워주는 걸 희원이가 워낙 싫어해요.
우리둘만의 데이트를 원하죠.^^
님, 근데 다리위에서 부르는 노래, 음음, 듣고 싶어요~

춤추는인생. 2007-12-10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맞아요.^^ 전 시집안가고 엄마랑 평생 산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지금도 하고 있답니다.ㅎㅎ 그런건 괜시리 부끄러워지쟎아요. 외롭다는것 사랑한다는것 뭐 이런 여린듯한 감정들은 실은 부모님앞에서 가장 감추고 싶은것들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저도 어릴적에 그랬던것같아요. 두살터울 남동생빼고 엄마랑 나랑 단둘이.
딸과 엄마는 친구처럼. 참 좋아요. 애틋하고.^^

프레이야 2007-12-10 18:42   좋아요 0 | URL
님, 맞아요. 엄마에겐, 감추면서도 은근히 드러내어 알아주길 원하죠.
속내를 알아주길 원해서 보여줬다가 반응이 별로면 참 안 좋았었는데요..
아, 난 딸들한테 거부감 일지 않는 반응을 해줘야겠단 생각이 불쑥 드네요.
님, 몸은 괜찮아진 거에요? 무리하지 않는 거, 아시죠? *^^*

turnleft 2007-12-11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주말 사이에 노래방 갔어요.
너무 오랜만에 갔더니 목소리가 잘 안 나오더라는 ㅠ_ㅠ
그나저나 딸아이와 노래방이라니, 제 로망 중에 하나에요~ ㅎㅎ

프레이야 2007-12-11 03:40   좋아요 0 | URL
앗, 그곳에도 노래방이 있어요?
딸을 낳고 싶다시던 좌회전님, 언제 낳고 키워서 노래방 같이 가시려나요..
자자 어여 서두르세요 ^^
그나저나 님은 멋지게 팝송을 부르셨을 것 같아요~

미설 2007-12-11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 재밌으셨겠어요. 저도 얼른 봄이랑 노래방 갈 날이 왔음 좋겠네요^^

프레이야 2007-12-11 21:03   좋아요 0 | URL
이궁.. 미설님, 몇년만 지나면 봄이랑 갈 수 있을 거에요.
동요 레퍼토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