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의상(古風衣裳)
조지훈
하늘을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附椽) 끝 풍경(風磬)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호장 저고리
호장 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도라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추운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胡蝶)
호접인 양 사풋이 춤을 춰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를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이냥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지어다.
[문장 3호 19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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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과 관련한 이야기를 찾다가 오랜만에 읽게 된 시. 그 안에 '부연'이 있다.
며느리서까래, 부연에서 생각을 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