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거짓말이
- 김상용(1561-1637)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와 뵌단 말이 긔 더욱 거짓말이
날 같이 잠이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보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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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 가사 같은 제목. 제목만 보면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어느 청춘남녀의 일기장 한 귀퉁이 글귀 같기도 하다. 우연히 만난 이 시는 감각적인 언어의 리듬과 솔직한 감정의 대담한 표현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한자로 씌었겠지만 번역의 힘이 대단하다. 마치 한 연의 미끈한 현대시조를 낭송하는 느낌이다. 애절한 연애시 한 편으로..
쓰인 연도와 번역자는 알지 못하겠다.
시만 보면 어느 여린 규수가 읊조렸거나 한 많은 기생이 휘갈긴 붓끝에서 나왔을 것 같지만 작자를 보고 다시 놀랐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김상용도 아니고 그는
조선 중기 문신이며 서인의 우두머리로 병자호란 때 순국한 충신이다.
호는 선원(仙源). <선원유고>와 <독례수초> 등의 저서가 전한다.
김상용은 김상헌의 형으로 1636년 겨울,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왕세자비와 봉림대군을 모시고 다른 신하들, 귀족들과 함께 강화도로 피신했다. 인조는 남한산성에 갇혀있었고, 김상용은 강화도는 안전할 거라 믿었다. 끝내 인조가 치욕의 항복을 하고, 강화도가 청군에 함락될 때 달아나려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폭약을 던져 다른 신하들과 함께 순국했다. 의도적 폭파가 아니라 실수였다는 말이 있었지만 후에 그 뜻을 기려 공을 높이고 강화도에 순절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지금 강화도에는 순절비가 모셔져 있다.
아무리 임금에 대한 절절한 충절이 보이는 시로 해석해도 조금도 덜 낭만적이지 않다. 잠못 이루는 밤, 먼 곳, 물 건너 성 안에서 또한 잠못 이루고 있을 님 생각에, 신하의 마음이 다 졸아든다, 간당거린다, 바람 앞의 촛불이다.
날 사랑한다는 말 거짓말이지요
님이 날 사랑한단말 거짓말이지요
꿈에 와서 날 만난다는 말은
더더욱 거짓말이어요
당신도 나처럼 잠 못 이루니
어느 꿈에 보일 수나 있겠는지요
(이건 제가 풀어 써 본 싯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