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28 녹음 시작
467쪽 중 236쪽에서 멈추고 있던 책을 오늘부터 다시 시작, 313쪽까지 녹음.
코로나와 부상으로 3년이 흘렀다. 코로나 한창일 때도 할 건 그대로 다 했고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면 왜 그때 그 시기가 어디로 증발해 버린 느낌인지 모르겠다. 심리적 요인이 큰 듯.
이 책은 녹음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있던 책이라 늘 마음에 걸렸다. 오늘 세 시간 연속 녹음했다.
10번 파일 남은 것 마치고 11, ,12, 13번 파일 완료.
몸이 기억하는 건 정확하고 오래가는 것 같다. 녹음실 기기 작동 잊어먹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바로 아무렇지 않게 되어서 신기했음. 다음주에는 도서관냥이들 습식캔 좀 갖다줘야겠다.
돌아오는 길, 신선대 부두 아래 정박한 컨테이너선에 황금색 불빛이 휘황하다. 저 멀리 눈앞에는 부산항대교 불빛. 야경이 멋진 거 보니 해가 많이 짧아졌구나.
아래 첫 밑줄긋기 내용은 처음 안 사실이다.
살아가는 사람들- 세월호 4주기 편의 문장이다.
놀라운 일이다.
<연필로 쓰기>는 기록과 자료를 토대로 저자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의 삶을 가꾸는 사람들을 직접 발로 뛰어서 보고 느낀, 역사적 이웃의 증언이다.
2019년 3월 발간.

고 문지성양(2학년 1반)의 시신은 유실되었다가 동거차도 어부의 미역다발에 걸려 올라왔다. 지성양의 시신은 얼굴이 없었다. 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는 그날부터 카메라를 들고 이 참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기록해서 보관하고 편집해서 유튜브로 송출해왔다. 주부단체가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 400만 원으로 문종택씨에게 카메라 장비를 사주었다. 문종택씨는 서울에서 신문광고 업무에 종사했기 때문에 정보와 기록이 무기라는 것을 잘 알았다. - 초기에 기록과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구렁텅이에 빠진다. 적폐의 나라에는 감추고 지우고 뭉개려는 자들이 우글거린다. 고함으로 싸울 수도 힘으로 싸울 수도 없다. 기록으로 싸우겠다. 고 문씨는 말했다. 문씨의 컴퓨터는 최근에 바이러스 공격을 받아서, 참사초기 1년간 찍은 자료 14테라바이트가 증발했다. 2.5톤 트럭 서너 대 분량으로, 기록의 핵심부이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복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누구의 소행인지 밝힐 수도 없었다. 문씨는 -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 라고 말했다. - P256
주먹도끼의 손잡이에는 그 도끼로 사냥을 해서 처자식을 벌어먹이던 사내의 손바닥 체온이 남아 있다. 그는 이 손바닥으로 짐승을 때려잡고 아내를 애무했을 터이다. 주먹도끼의 손잡이는 사람의 손아귀에 닳아져서 반들반들하다. 나는 석장리박물관의 주먹도끼를 들여다보면서, 짐승의 머리를 치다가 일격이 빗나가서 짐승에게 먹힌 사내들, 하루종일 허탕치고서 배고픈 처자식들에게 빈손으로 돌아오는 사내들, 비가 오고 또 눈이 와서 나가지 못하고 움막집 안에 웅크리고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내들을 생각했다. - P312
할매들은 작물을 통해서 자연과 깊이 공감하고 있다. 감자, 푸성귀, 벼는 소출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작물들은 할매들의 마음속에 사랑과 기쁨의 자리를 만들어준다. 작물이 비를 맞듯이, 할매의 마음에 이슬비가 뽀시락뽀시락 내린다. 할매들의 감수성은 늘 외계와 직거래하고 있다. 할매들의 언어는 몸의 언어이다. 이슬비가 오면 몸이 끄끕하니 개작지근하고, 밭에 가보면 파란 잎이 팔랑팔랑하고, 이파리와 사람이 서로 알아본다. 할매들은 늘 생산노동과 가사노동을 겸했다. 할매들의 생애에 가해진 억압은 풍속이 되어 있었고 때때로 야만적이었다. 할매들은 그 가혹한 억압과 빈곤 속에서도 키우는 자의 심성을 보존했고, 그 심성 위에 생애를 건설할 수 있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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