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 복잡한 현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사
사토 마사루 지음, 신정원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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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사에도 무지하다. (도대체 아는 게 없다) 덜컥 집어든 책이었는데, 세계사 책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채사장이 세계사 책을 썼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간결하고 명쾌할뿐더러 단번에 핵심을 푹 찌른다.

 

왜 역사를 공부하는가? 현대를 인식하기 위해서다. 사토 마사루는 세계사를 아날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날로지란 유비또는 유추로 해석된다.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의 흐름을 아날로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앞으로 전개될 국제정세 역시 내다 볼 수 있다. 사토 마사루가 제시하는 아날로지적 사고 훈련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전쟁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사토 마사루가 파악한 아날로지적 관점으로 보자면 곧 세계 전쟁이 터질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 유발 하라리 등 전 세계 석학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합창이다. 세계 전쟁이 임박해 있다고.

 

나치에 의해 유대인 600만 명이 학살되길 원했던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6.25 전쟁 전후에 이승만, 미군정에 의한 백 만명의 민간인 학살을 원했던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학살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런 유아적인 발상을 갖고 살아도 용납되지 않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은 일어납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또 앞으로도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과 타협할 작정입니까? 어차피 힘 있는 자들의 세상인데 미련하게 사서 고생하느니 속 편하게 안주하는 얼뜨기가 되겠습니까?”

 

- 사사키 아타루,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 P138.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듯 일어나서 안 될 일은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실을 거부하는 태도가 과연 옳은 일일까? 임박한 전쟁의 위협을, 단지 SF소설로 치부하는 이들. 사사키 아타루의 표현을 빌리자면 얼간이.

 

그렇다면 세계전쟁이 임박해 있다는 사토 마사루의 근거는 도대체 뭘까? 사토 마사루는 네 가지 이유를 꼽는다. 신제국주의의 발흥, 자본주의의 위기, 되살아나는 내셔널리즘, 종교 분쟁.

 

사토 마사루는 현재를 신제국주의의 시기로 파악한다. 사토 마사루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본격적인 신제국주의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었다. 반면에 이를 틈타 러시아와 중국이 부상한다. 2008년은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해일뿐 만 아니라 러시아-조지아 전쟁이 발발한 해이기도 하다. 이 해를 기점으로 피너클 제도(센카쿠 열도), 스프래틀리 제도, 파라셀 제도를 둘러싼 중국의 영유권 주장, 우크라이나 내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등의 사건이 벌어졌다.

 

(스프래틀리 제도의 경우, 중국, 타이완, 말레이시아, 배트남, 브루나이 필리핀이, 파라셀 제도의 경우 중국, 타이완, 배트남이 각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20162월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지 말 것을 경고한 바 있다.)

 

사토 마사루에 따르면, 패권국가의 약화가 제국주의를 불러온다. 작금의 국제 정세는 영국이 약해지자 독일과 미국이 대두, 구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자본주의의 위기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공황을 불러온다. 실제로 1873년 대불황이 구미를 덮쳤다. 불황은 1896년까지 이어졌다. 대불황을 계기로 구미 열강에 제국주의가 급속히 형성되어갔다. 공황을 피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당연히 전쟁이었다. 현재 역시 전 세계적인 공황 상태다. 완곡히 표현하면 저성장. 두 번째 해결책은 보호주의였다. 사토 마사루에 따르면, 현재 모든 강대국이 입으로만 자유무역이지 실제로는 보호주의를 도모하고 있다고 본다.

 

내셔널리즘의 부활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이 발발했다. 우크라이나 서부와 동부, 남부는 역사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폴란드에 인접한 우크라이나 서부는 18세기만 해도 폴란드에 속했다. 종교도 우니아트교(동방귀일교회)를 믿는다. 반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는 러시아에 인접해 있어, 종교 역시 러시아정교를 믿는다. 서부는 독립을 주장하고 EU에 편입되길 원하고, 반면 동부와 남부는 러시아에 통합되기를 바란다.

 

거의 북아일랜드와 잉글랜드의 경우와 판박이다.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가 있었다. 투표 결과 스코틀랜드는 계속 잉글랜드와 통합을 유지하게 된다. 스코틀랜드 문제는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다.

 

종교 분쟁

 

 

이슬람 수니파 무장집단인 IS가 문제다. 이슬람 과격파는 대부분 수니파인 한발리파에 속한다고 한다. 이 한발리파 가운데 와하브파가 있다. 이 와하브파와 결합된 국가가 사우디아라비아다.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 체첸의 테러 단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등 이슬람 과격파는 모두 와하브파 계통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지배하는 수니파 원리주의 과격파인 하마스의 사상 역시 IS와 탈레반과 같다.

 

EU는 단순히 유럽경제 연합체라고만 알고 있었건만. EU에는 코퍼스 크리스티아눔이라는 개념이 있다. 번역하자면 기독교 공동체. 그래서 러시아나 터키의 가입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자 그럼 이 책을 기반으로 최근에 벌어진 국제 정세를 정리해 볼까? 세계 전쟁의 기미는 완화되었는가

불행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1. 브렉시티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 브렉시티 건은 신제국주의의 부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민자 문제에 따른 극우주의, 자본주의의 위기 등등.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내셔널리즘의 부활이다. 영국을 신호탄으로 여러 나라들이 독일 중심의 EU를 탈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만 해도 골치 아프다. 당장 북아일랜드가 독립을 원하고 있고, 스코틀랜드 역시 독립에 대한 찬반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이 완전히 쪼개지기 일보 직전이다. 왜 이것이 문제일까?

 

영국의 경제학자 J.A 홉슨은 그의 저서 <제국주의론>에서 일정한 조건 하에서라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홉슨은 제국주의국가 사이의 세력 균형을 지향한다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보았다. 앵글로색슨연합, 범게르만연합, 범슬라브연합, 범라틴연합과 같이 제국주의 국가 연합이 형성된다면 각각의 세력의 균형에 의해 전쟁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 EU는 경제적으로 보자면 독일 제국주의였다. 이 연합이 깨졌다. 종교적으로 보자면 기독교 연합이 깨진 것이다. 반면에 이슬람 연합은 공고하다. IS 탈레반 하마스 등등.

 

2. 남중국해 위기

 

스프래틀리 제도, 파라셀 제도, 이른바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올해 712일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재판소는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은 닭 쫓던 개 된 것?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은 판결에 승복하길 거부했다. 남중국해 상공으론 전투기를 띄우고 해상에는 핵잠수함을 띄웠다. 심지어 주권을 침해했다며 필리핀 어선의 조업을 막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이 점입가경이다.

 

3. 일본, 전쟁국가로

 

710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했다. 일본은 알려진 대로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다. 평화헌법 9조 때문인데, 아베는 이 평화헌법 9를 뜯어 고치려 발악을 해왔다. 불행히도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했기에, 이제 곧 개헌에 들어갈 것이고, 개헌이 된다면 일본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야 러시아와 중국이 하도 설치니, 사냥개 일본의 목줄을 풀어 놓을 수밖에. 일본은 곧장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달려들까? 그보다 약한 북한이 있는데??

 

4. 한국의 사드 배치

 

여러 군사전문가와 지식인들이 누누이 얘기해왔지만 사드 배치는 북한과 눈곱만큼도 관련이 없다. 국민을 바보로 아나. 북한 때문에 사드를 놓아야 한다는 사람을 뭐라 부른다? 얼간이라고 부른다. 설령 북한이 한국을 향해 미사일을 쏘더라도 사드로는 막을 수가 없다고. 이 멍청한 것들아!! 사드는 100%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조치다. 아무리 미국의 속국이라지만 외교를 이따위로 하나? 사드배치는 한국의 국익에 눈곱만큼도 도움이 안 된다. 도움은커녕 전쟁의 위험성만 높이는 짓거리다. 이승만은 허구헌날 북진통일론을 부르짖었다. 북한군 쳐들어오자 어떻게 했더라? 지 혼자 도망가고, 다리 폭파해 수 만명을 폭살시켰다.


 

한국인들이야말로 최근의 국제 정세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 전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사드 배치가 실현된다면 한반도에서 강대국의 대리전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1950년과 마찬가지로 한반도는 폐허가 될 지도 모른다. 당시 미군은 한반도에 핵폭탄 40개를 심어논 걸로 알려져 있고, 트루먼, 아이젠하워, 맥아더는 한반도에서 핵폭탄을 터트릴 것을 고려했었다. 만일 이번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굳이 핵폭탄을 쓰지 않아도 핵은 누출될 것이다. 1950년 대에 없었던 핵발전소가 수도 없이 깔려있기 때문에.

 

나는 새누리당이 내년 대선을 포기한 것 같아 섬찟하다. 도대체 뭘 믿고? 사드 배치 시기가 묘하다. 만일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과 이승만은 전쟁 후에 정적들을 해치우고 오히려 체제를 더욱 더 공고히했다. 그래서인가?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이승만을 국부로 떠드는 건?? .

 

남북 간의 화해는 동아시아 평화에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오히려 남북 간의 위기를 조장하기 바쁘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아야한다.


세계 전쟁이 여전히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

 

그래서 저는 다음에 일어날 세계 전쟁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일어날 전쟁은 자본과 국가가 생존을 위해 일으키는 것이니까 그것을 막는 것은 곧 자본과 국가의 연명을 저지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평화 운동과 혁명 운동은 별개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칸트가 말하는 영구평화와 마찬가지로 국가 간의 적대성이 없어진 상태, 즉 국가가 지양된 상태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러한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세계동시혁명입니다.


미국이 물러서지 않으면 동아시아의 재구축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뒤집어 보면 미국은 그 점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반미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미국을 아시아에서 내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동아시아에서 미국 이외에 전쟁의 위기를 초래하는 요소는 없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상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북의 대립을 해소하는 것은 동아시아 전체로 보았을 때 매우 중요합니다.

 

- 가라타니 고진, <가능성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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