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치는 프린세스 해를 담은 책그릇 2
섀넌 헤일 지음, 공경희 옮김, 이혜진 삽화 / 책그릇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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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었던 <프린세스 아카데미>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감탄하면서 재밌다고 이야기 했지만, 책 두께 때문에 항상 밀쳐두고 있었는데, 어제 드디어 잡은 자리에서 잠도 안 자고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림형제의 원작 <거위치는 소녀>에서 이야기를 따 왔다고 하는데, 공주가 사랑한 말 팔라다나 함께 거위를 쳤던 소년 콘래드는 이름까지 그대로 따 왔다.(책 뒤에 원작을 실어 두었다. 안 그래도 집에 있는 책을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친절도 하시어라.) 원작을 읽으면 새넌 헤일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뻥튀기기'를 잘 해 두었는지 감탄스러울 것이다.  

고도로 정제된 하이틴 로맨스를 읽는 느낌도 조금 들었다. 왕자와 공주의 사랑이야기가 사춘기 소녀들을 얼마나 두근거리게 만들까? 

왕가의 후계자로 키워지지만 어머니의 힘 아래 놓여 자신이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가 늘상 고민이었던 공주, 어머니는 그 공주에게 왕권을 물려주는 대신 이웃나라의 왕자와 결혼을 하게 하여 전쟁으로부터 자기 나라를 지키고자 한다. 얼굴도 보지 못한 이웃 나라 왕자와의 결혼도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먼 길을 여행하는 중 겪게 되는 시녀 셀리아의 배신과 호위병들의 죽음은 그녀를 단련시킨다. 왕실 안에서만 고이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가 아닌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게 하여 진정한 통치자가 될 수 있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왕실의 거위치는 소녀로 일하면서 기회를 틈타 사랑하는 애마 팔라다를 구하고 싶었으나 결국 팔라다를 잃게 되었고, 자신의 위치를 찾고 싶었으나 반역자들의 눈을 피해 목숨을 이어가는 일이 급했다. 오로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공주는 혼자의 힘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시켜 나간다.  

프린세스 시리즈는 주인공들이 자연물을 하나씩 다루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설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니도리-킬라드라 탈리안나 이질리는 바람을 다룬다. 바람이랑 대화를 하면서 위기의 순간을 극복해 나간다.  

거위치는 소녀에게 찾아온 사랑, 어느 날 왕실 호위병이라고 칭하는 게릭이라는 자가 거위치는 소녀(이지 공주)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은 여느 남자가 여인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편지만을 남긴 채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호위대장 탈론이 살아 있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셀리아의 수작으로 인해 두 나라간에 전쟁이 일어날 위기에 놓였음을 안 이지 공주는 용기를 내어 가짜 공주(시녀 셀리아)와 왕자의 결혼식이 열린다는 곳에 거위치는 아가씨의 모습이 아니라 당당한 공주의 모습으로 찾아간다. 악당들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이지만 극적 반전이 우리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읽어본 자만이 알 수 있으리라. 재미 대빵 좋으니 일단 읽어 보시라니깐요. 

"마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지난 일들이 사실이라면,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자, 이젠 지난 세월과 잃어버린 것 때문에 울지 마라. 그리고 알 수 없는 부분은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할 몫이란다.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스스로 알아낼 만큼 똑똑한가 아닌가 하는 것이지. 그게 바로 내가 알고 싶은 거야."(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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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띠 2010-08-1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같은 출판사에서 '구스걸'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걸 읽었는데 저도 잡은 순간 끝까지 다 읽어버렸어요. 어린 시절의 설레는 마음으로 읽은 책이에요..^^ (책 사서 읽고 나서야 거위치는 프린세스랑 같은 책이라는 걸 알았어요.ㅎㅎ) - 선생님 저는 신지현이랍니다. 방명록에도 글 남겼어요~

희망찬샘 2010-08-18 23:07   좋아요 0 | URL
책을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으니까 막 행복해 지더라구요. 최근 책인 줄 알았는데 나온지가 좀 됐나 봅니다.
 
전교 모범생 사계절 중학년문고 6
장수경 지음, 심은숙 그림 / 사계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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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사건 : 폭력 교사에게 얻어 맞은 주인공 아이(전교 모범생)가 '눈티반티'(우린 이런 말 쓰는데 다른 분은 이 말 뜻을 이해하시려나?)되어 급 흥분한 엄마가 학교를 찾아가 한 번 휘젓고 그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아이에게 '전교 모범상'을 준다. 이 부당한 상에 대해 다시 들고 일어난 학부모측과 학교와의 대립으로 정년을 6개월 남겨 두신 교장 선생님이 책임을 지고 뒤로 물러나신다. 이에 다시 너무 한 거 아니냐는 말에 학부모회장도 사퇴를 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을 소재로 했고, 심심찮게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일들을 다루었지만, 너무 과장되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물론 학교에서 무슨 일이든지 생기면 어떻게든 말 안 나게 무마해 보려 하다가 "학교에서는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고..."하는 기자의 이야기가 완전 근거 없는 것은 아니나 과장 또한 심하다는 말씀.   

전교 모범상을 타면 전교회장선거의 후배가 될 수 있기에 반장 영훈이는 모범생이 되려고 항상 준비한다. 자기 역할을 다 하면서 해룡이처럼 말썽꾸러기 아이를 제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개구쟁이라고 해서 해룡이에게 큰 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따지고 보면 사건을 시작되게 한 너무 엄한 체육 선생님에게 큰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유야 어떻게 되었든 사건은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쪽으로 진행되고, 그 속에서 아이들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는데, 작가는 어쩌면 주인공인 아이들이 소외되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항상 정직하게 살아라고 강조하시던 아빠, 무언가 찜찜한 짐을 견딜 수 없는 해룡이, 말썽꾸러기 아들이 아니라 모범생 아들을 두어 어깨를 펴 보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 서로 싸우다 결국 모두가 선택하고 나아가야 할 제대로 된 길을 쓰리지만 엄마도 따라야 함을 알고 용기있게 결단을 내린다. 그리하여 모두가 해피엔딩? 아니다, 잘못 된 행동에 대한 댓가는 충분히 치루어졌다고 보면 되겠다. 정의롭다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당당할 수 있는 법. 지금 당장 손해 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을 때도 있구나~ 하는 것을 이 글을 통해 느꼈다. 무언가 찜찜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게 현실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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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8-14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팅이 밤탱이? ㅎㅎ
전교 모범상은 심했네요.

희망찬샘 2010-08-16 11:19   좋아요 0 | URL
학교에서 이렇게 얼렁둥땅 해결하려 하지는 않을텐데 말이지요.

후애(厚愛) 2010-08-1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러 왔다가 발자국 남기고 갑니다~ ^^

희망찬샘 2010-08-16 11:19   좋아요 0 | URL
네. 후애님 감사합니다.
 
아빠도 시간이 필요해 와이즈아이 나만의 책방 4
이성자 지음, 김중석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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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쯤 울어 보았으면 한다.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 나를 울렸던 책, 웃겼던 책, 가장 기억에 남는 책... 뭐 이런 책과 관련 된 특별한 기억들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아이가 평생 독서가로서 살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어떤 암시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래서 미뤄 두었던 책이다. 슬픈 책은 마음을 아리게 하니 말이다.  

역시나~ 작가는 독자의 마음을 잘 흔들어 놓았다.  

<<아빠 보내기>>라는 책이 있었다. 엄청 슬폈던 그 책을 우리 반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더니 하나도 슬프지 않다고 자신은 감정이 메마른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이 책 또한 그 아이는 그렇게 읽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아이들이 세상을 산 시간이 적어서 어른인 우리 보다 공감할 양이 더 적기 때문이리라. <<아빠 보내기>>는 아빠의 죽음을 견뎌내는 엄마의 이야기를, 이 책 <<아빠도 시간이 필요해>>는 엄마의 죽음을 견뎌내는 아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 슬프다. 그런데, 조금 화가 난다. 왜 아이들이 남은 한쪽 부모를 위로해야 하는가? 보낸 슬픔을 견뎌내지 못 해 남아있는 아이의 슬픔을 눈여겨 보지 못하는 부모는 자격 미달 아닌가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슬픔을 느끼는 것은 내가 혹 아파서 덜커덕 큰 일을 당했을 때 꼬맹이 우리 자식들은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아이 때문에 건강해야 겠다던 어느 분의 말,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나도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지나고 보니, 내 인생의 절반을 넘게 살았는데 그 남은 시간 동안, 우리 아이 잘 키우고, 시집 장가 가서 (아니, 시집 장가 못 가도 괜찮다. 하지만, 가는 것이 조금 더 안심이 될 것도 같다.)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고 싶다.  

언제나 그러하듯, 책에는 갈등이 해소되고 문제는 잘 해결된다. 아빠는 제 자리를 찾고 엄마를 이제 건강하게 추억할 수 있게 된다. 아빠에게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이를 위해서 그 시간을 좀 더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자꾸 들지만, 이 책은 아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줄 책이라 여겨진다. 두 책을 함께 읽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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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뱅이를 아시나요 파랑새 사과문고 1
김향이 지음, 김재홍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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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동화가 있다는 정보에 이 책을 사 보았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두었을까? 

표지에 보면 두 여자 아이가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한 아이의 머리 색깔이 노랗다.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너무너무 사랑하니까>에서는 얼굴에 난 커다란 점 때문에 아이들이랑 어울리지 못하는 한 여자 아이가 나온다. 점순이라고 놀리는 친구들에게 날카롭게 대들어도 보고, 동생이 자신을 창피해 할까봐 등교도 같이 하지 않는 아이의 아픔이 하나하나 전해져 온다. 아이의 유치원 때 선생님은 "홍점이 얼굴에는 예쁜 이름표가 있어요. 엄마를 잏어버려도 금방 찾을 수 있지요." 하시며 짝꿍 이마에 빨간 사과를 그려 주신다. 너도나도 토마토, 앵두, 해님을 그리면서 홍점이를 친구로 받아 들인다. 홍점이에게 이런 추억이 있다는 게 상처난 마음을 치료 해 줄 수 있는 연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무척 다행스럽다. 그 홍점이가 이웃 아저씨를 만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웃 아저씨? 다정한 아저씨가 아니라 경계해야 할 인물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것이 씁쓸하다. 사고로 가족을 잃고 자신도 다리를 잃고 목발에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아저씨는 자신의 재활을 도와 준 호두알 2개를 홍점이에게 준다. 단단한 껍질을 뚫고 나오는 연한 싹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느님의 사랑의 표시를 받은 두 사람이 세상을 잘 살아가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멋진 동화.  

<소리하는 참새>는 새로운 둥지를 찾아 행복해 하는 참새들이 새터를 잡은 곳이 근세 판소리 부흥의 대가 동리 신재효 선생의 고가여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새 터전 또한 좋은 보금자리가 아님을 생각하다가, 그 곳의 의미를 알고는 소리하는 참새가 되어 보자고 제안하는 아빠 참새. 은근히 판소리에 대한 이해를 아이들이 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쌀뱅이를 아시나요>는 41세의 사진작가인 미국 입양 혼혈인이 고향을 찾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문기사를 읽은 '나'는 얼굴이 쌀처럼 하얗다고 해서 쌀뱅이라고 불렸던 꼬마 아이와의 추억이 담긴 고향을 떠올리고 고향을 이미 잊은 쌀뱅이의 고향을 찾아주게 된다.  

<막둥이 삼촌>을 읽으며 나는 슬펐다. 할머니는 덩치만 어른이지 정신은 아이인 정신박약 막내 삼촌을 키우느라 그 흔하디 흔한 여행 한 번 다녀 오지 못하신다. 엄마와 아빠도 막둥이 삼촌의 일로 늘상 다투신다. 나는 막둥이 삼촌을 노리개감으로 놀려먹고 데리고 놀기만 했다. 그런 막둥이 삼촌을 두고 할머니가 갑자기, 정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장애아를 둔 엄마들은 가장 큰 걱정이 "나 죽으면 저 아이를 누가 돌봐주나?"하는 거라고 한다. 이제 막둥이 삼촌은 어떻해야 하나? 가족 회의를 통해 장남이 아버지가 삼촌을 맡기로 했다. 자신 없어 하는 어머니. 하지만, 동우는 삼촌을 이해하면서 좀 더 잘 지낼 자신이 생겼다. 이제 많이 컸다는 뜻이 되겠다. 그런데,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많은 손님이 오가 가는 것을 보느라 연신 신나하는 삼촌이 아버지의 차에 할머니가 타지 않은 것을 보고 할머니를 태우고 가자고 울부짖는다. "이 담에 저 세상 가면 저하고 나하고 바꾸자더라. 에미 발에 흙 안 묻히게 날마다 업고 댕긴다더라."하셨던 할머니를 떠 올리며 동우는 할머니 대신 삼촌을 돌보리라 다짐한다.  

<마음이 담긴 그릇>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작품이다. (새 교과서에서는 어떻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장인 정신에 대한 이야기로 간단히 정리해 둔다. 

<버버리 할아버지>는 고향을 벗어나 도시에 살면서 말을 잃고 만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노인 문제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묻어나 있다. 양로원으로 옮기면 처지가 비슷한 노인분들과 벗 하면서 더 잘 지내시리라 여겼지만, 할아버지의 병세는 차도가 없다. 할아버지가 예전처럼 흙을 밟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다시 건강해지실까?  할아버지를 위한 보리싹을 학교 실습지에서 하나 훔쳐내면서 동준이는 할아버지의 건강을 기원한다.  

마지막 작품인 <부처님 일어나세요>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당시 학생 운동을 하던 외삼촌의 행방을 알길 없는 할머니는 밥집을 여시면서 식당 이름도 '박우천 밥집'이라고 정하고 식당 여기저기 삼촌의 사진을 붙여 둔다. 살아있다면 삼촌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지금은 절에서 부처님께 빌러 가셨고, 그래서 순임이는 할머니를 뵈러 절로 심부름 간다. 가는 길에 차가 멎자 운전사 아저씨의 입을 빌어 작가는 귀신들의 장난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따, 너릿재에 원통하게 죽은 귀신들이 한둘이다요? 옛날 고릿적에는 산적들이 득시글거려서 목숨 내놓고 넘어 댕겼다잖어요. 동학난 때도 농민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얘기 못 들어 보셨소? 인공 때는 빨치산들이 겁나게 지랄들 했제. 5*18 난리 때는 공수부대 총질에 아까운 목숨 때거리로 죽었잖이요. 참말로 그 때 생각하믄 복장이 터져뿔라고 혀요. 그렁께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이 쎄뿌렀을 거 아니요. 여그만 지나갈라믄 껄적지근 허당게요."  

그 당시 사람들을 죽이는 악역을 맡은 군인들도 그 괴로움은 크리라. 작가는 그들에 대한 마음을 동냥치 스님을 빌어 표현한다. "꿈과 야망에 들뜬 한 청년이 있었지. 그도 남들처럼 군인이 되어 나라를 위하고 부모 형제를 지키고자 훈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마친 다음 청년은 폭도들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았어. 폭도들이란 민주화 운동에 나선 학생과 시민들이었다. 군인들은 그들을 향해 총보리를 겨누고 마구 쏘아댔어. 그도 정신없이 총질을 해댔다. 나중에 제정신이 돌아온 그는 붉은 꽃잎처럼 스러진 사람들을 보고 자기 가슴을 할퀴어 뜯었어. '난 위에서 시키는 대로 명령에 따랐을 뿐이야. 어쩔 수 없었어. 내 잚소이 나야.' 그 끔찍한 악몽을 떨쳐내려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어. 밤마다 원귀들이 달려 들어 그의 목을 조이고 가슴을 짓눌렀지. 차라리 자기도 한 점 선홍빛 꽃잎으로 지고 싶었다. 하지만 겁쟁이었어. 그 겁쟁이는 용서를 빌지도 못 했고, 용서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몰랐지. 그 후로 그 겁쟁이는 자기 가슴에 응어리진 상처 때문에 떠돌이가 되었고, 문득문득 상처가 쓰리고 아파서 속으로 운다고 하더라."  

동냥치 스님은 와불이 일어나는 날 세상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순임이는 낙상하여 누워계신 할머니의 건강을 위해, 또 평생을 간절히 바라시는 할머니의 소원(외삼촌 찾는 일)을 위해 와불이 일어나기를 간절히간절히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막둥이 삼촌>에서 울컥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작품이 없다. <부처님 일어나세요>도 의미있는 동화다. 만족스러운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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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13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은지가 10년은 되다 보니 5.18 이야기가 나오는 거 잊고 있었네요.ㅜㅜ
마음을 담은 그릇,은 5학년 1학기 읽기에 실렸는데~
5학년은 아직 개정교과서 아니고 내년에 개정교과서가 나오는 거로 알아요.
한해에 두 학년씩~ 작년엔 1,2학년, 올해는 3,4학년까지 나왔으니까.

희망찬샘 2010-08-14 07:33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제가 학교에 있는데, 당연히 5학년 개정 교과서가 내년에 나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요. 저는 내년 개정 교과서 기준으로 말씀 드린 거예요. 헤헤~ 실렸던을 '실려 있는'로 고쳐야 혼동이 없겠군요. 수정 들어갈게요.

순오기 2010-08-14 20: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요런 걸 보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다'고 해야겠군요. 죄송~ ^^

희망찬샘 2010-08-15 07:2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을요! 순오기님이 글을 무척 꼼꼼히 읽으시는 분이구나, 감탄 또 감탄 할 뿐이지요. 항상 감사합니다. 작은 지적을 하실 때는 꼭 비밀 댓글 남겨 주시는 배려에도 깊이 감사 드려요. (진짜예요)

순오기 2010-08-15 13:05   좋아요 0 | URL
제가 제대로 안 읽은 글에는 댓글을 안 달아요.
간혹 바쁜 분들이, 제대로 안 읽고 단 댓글을 보면 썩 좋아보이지 않아서요.^^
그리고 제 글에도 실수가 있으면 비밀글로 알려주시는 분들이 있어 고맙게 생각하지요.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산하어린이 57
권정생 지음 / 산하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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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권정생 선생님의 책을 들라면 나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강아지 똥>>이 아니라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를 들고 싶다.  

그 책에서는 권정생 선생님식의 유머가 살아있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묻어난다. 그런데, 오늘 이 책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를 만나고 나서 마음이 살짝 흔들리려고 한다.  

하느님이라면 전지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시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세상의 시작과 끝을 주관하시는 그런 대단하신 분인데, 권정생 선생님은 그런 분을 우리 옆집 할아버지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이 동화가 월간잡지 <<새가정>>에 두 해 넘게 연재 되면서 하느님을 욕되게 한다고 독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꾸지람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해 못 하는 것을 아이들은 훨씬 바로 깨달으리라는 권정생 선생님 말씀. 나도 이 책에서 선생님의 뜻을 이해했다면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어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예수님은 '가난한 이웃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하셨다. 세상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신 하느님이 어느 날 아들 예수에게 땅으로 내려 가 보자고 하신다. 그렇게 해서 바람에 쓸려쓸려 내려 온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땅으로 내려와서 인간의 모습으로 살기로 했으니 전지전능한 능력을 쓰는 것은 반칙이다. 가장 가난한 동네를 택하셔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처지가 되신 하느님. 고아원에서 생활했다는 공주님이라는 5살 반(정확한 나이를 몰라서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아이)이라는 여자 아이와 전쟁통에 가족과 헤어져 그 가족이 살아있다면 북한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지내시는 과천댁 할머니와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신다.  

점쟁이 집에 갔다가 살풀이 굿을 하라는 말도 듣고 전도사의 손에 이끌려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 교회도 다니시는 하느님. 무슨 하느님이 이래? 하면서 웃음이 쿡쿡 나온다. 하느님의 위치를 우리 이웃으로 끌어내려 주신 권정생 선생님이 한없이 고맙다. 그 어떤 훌륭한 목사님의 설교보다도 그 어떤 근엄한 하느님의 모습보다도 아이들에게는 이 동화의 하느님의 모습이 더 근사하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정생 선생님 동화에는 늘상 평화 이야기가 나오고, 통일 이야기가 나온다. 세 해를 땅에서 보내신 하느님은 그래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는 이 세상을 보면서 다시 하늘로 올라 가려 하시지만, 예수님이 이 땅이 통일될 때까지만이라도 이곳에 있자 하시니 하느님은 아직도 우리 옆집에 살고 계시는 거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래도 살아가려고 과천댁 할머니도 열심히 일을 하시는데, 같은 또래이신 하느님이 너무 일을 안 하신다는 거다. 물론 공주님을 열심히 돌보고(?) 계셨지만 말이다. 일 좀 하시지...  

재미있는 동화다. 한 번 읽어보시길~ 

사람들은 아직도 이웃 사랑보다 기적만 바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제가 옛날에 기적을 보여 준 것이 잘못이었어요.  (164쪽)

아버지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이 세상 어딘가에 오히려 제 십자가보다 몇 갑절 힘들게 이웃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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