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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주인공은 중학생이다. 초반부터 나오는 그들의 언어는 이미 구세대인 내가 읽기에는 껄끄러웠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을 빨리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을 듯하다. 가령 아이들이 쓰는 "쩐다~"라는 의미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면서 그 말의 뉘앙스가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물었더니 "아주 근사하고 멋지다는 뜻이에요."하며 가르쳐 준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몰라서 물으면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인기가요 1위가 무엇이냐고 물어도 '우리 선생님은 이렇게 구세대구나!'하면서 타박 주지 않고 아주 신나하면서 가르쳐 주니 한없이 고맙다.) '쩐다, 뽀대난다, 찌질하다, 므흣하다...'뭐 이런 말들은 이들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거짓말들은 도둑질과 얽혀있다.
이 책에는 세 도둑의 이야기가 나온다.
장하리. 식당일을 하는 엄마와 노동일을 하는 아빠 사이에서 행복하지 않은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남에게 꿀리고 싶지 않은 마음만큼은 여느 10대와 마찬가지! 그 하리가 엄마를 찾으러 교회에 갔다가 새로 나온 유명 연예인의 귀한 앨범을 화장실에서 발견하고 그만 가방에 슬쩍 집어 넣는다. 그 앨범은 하리의 마음에 화살을 꽂은 성민이가 좋아한다는 (물론 하리도) 그 연예인의 새앨범이다. 주인을 찾아 주어야 마땅할 남의 물건을 자기 가방에 넣고는 그것을 성민이에게 선물하는데... 이 광경을 끝까지 지켜 본 같은 반 친구인 삐딱순이 예주! 예주는 그것을 무기 삼아 하리에게 좀 더 대범하게 물건을 훔칠 것을 강요한다. 또 다른 도둑인 예주는 하리와는 달리 경제적인 빈곤의 고민은 없다. 너무 많이 가져 더욱 허한(뭐 이런 것을 하리에게 이해하라고 하는 것은 어쩜 잔인한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예주는 부모님의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 덕에 정신적인 고통이 심한 아이다. 한창 사춘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그 무게도 만만치 않은 법!) 예주 덕(?)에 하리의 도벽은 깊어진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니.
성민이에게 슬쩍 한 앨범을 주고, 뽀대나는 성민이의 여친으로 지내보기도 하지만, 성민이와의 이야기는 중심갈등의 양념 같은 것. 하리의 더 큰 고민은 행복하지 않은 그 가정 속에 자기처럼 도벽을 앓는, 아니 어쩌면 자기의 도벽은 유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엄마의 도벽이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는 각종 양념류들을 슬쩍슬쩍 해 온다.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그렇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마음의 위안이 있다는데. 대화가 없는 하리의 가정은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인다. 어떻게 이들의 죄를 씻을 수 있을까? 도둑질을 하다 잡힌 딸에게 도둑질을 왜 했냐고 말할 수 없는 엄마, 자신은 크나큰 상처(어린 자식을 먼저 보낸)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이 악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이들은 전혀 행복해 질 수 없다.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경찰서로 가서 자수를 하는 엄마! 식당 주인들이 고발하지 않아 죄가 성립하지 않으니 데리고 귀가하라는 연락을 받으면서 위태위태한 이 가족은 대화를 시작한다.
다행히 하리가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할 줄도 알게 되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기. 모두 하리와 같은 걱정고민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가진 고민은 세상 전부일 것이다. 그 고민을 해결해 보면서 우리 청소년은 그렇게 커 나갈 것이다.
장하리의 장한 성장기! 그냥 눈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책의 마지막 페이지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도 무척 궁금하다.
*잘난 아이들에게만 관대한 담임의 모습은 씁쓸하다. (좋은 선생님들도 많은데, 이렇게 나쁜 선생님이 더 많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