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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야, 너도 조심해
시게모리 지카 글.그림, 최용환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여러 책의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아기 돼지 삼형제, 빨간 모자,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세 가지 이야기가 한 데 섞여 있는데,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늑대다.
소심한 늑대, 여우의 신포도가 생각나게 하는 늑대.
모든 게 어쩔 수 없는 일들이다. 포도가 시어서 그런거다.
이야기의 결말은 미리 다 알고 있다.
할머니는 그림책을 읽어주시면서 늑대에게 녀석들을 조심하라고 하신다.
늑대의 배 속에 돌을 가득 채운 아기 염소, 빨간 모자, 펄펄 끓는 큰 솥에 늑대를 퐁당 빠뜨리는 아기 돼지까지!
할머니는 언제나 말씀하신다.
"늑대야, 너도 조심하렴." 하고 말이다.
늑대는 아기 돼지 삼형제 중 막내 돼지만 조심하면 된다.
그림책과 똑같은 장면들.
결말을 다 알고 있는 늑대가 모든 면에서 전적으로 유리할 것 같다.
그런데, 여우는 아기 염소들이 오히려 두렵고 빨간 머리가 두렵고, 아기 돼지가 두렵다.
아기 염소들이 자기 배를 갈라 버릴까 두려워 아기 염소를 잡아 먹을 수 없다.
빨간 모자를 잡아 먹기 위해 할머니 집에 먼저 가야 하는데,
예쁜 꽃을 꺾으라고 꼬셔도 케이크와 포도주를 할머니께 빨리 갖다 드려야 한다고 꽃을 꺾을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배달해 줄테니 꽃을 꺾어서 천천히 오라고 한다.
이야기책에 그리 되어 있으니 빨간 모자를 꿀꺽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빨간 모자는 케이크가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포도주 병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늑대에게 주문한다.
조심조심 할머니집에 닿고 보니, 이런~ 빨간 모자가 먼저 와 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늦었냐고 타박이다.
그래도 늑대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아기 돼지를 잡아 먹으면 되니까 말이다.
막내 돼지만 조심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렇게 찾아간 돼지들의 집!
첫째는 분명히 지푸라기를, 둘째는 나뭇가지를, 셋째는 벽돌을 들고 갔는데,
그들이 따로따로 집을 짓지 않고 힘을 합쳐 집을 지었다.
그리고 사이좋게 잘 살고 있다.
후 불어도 끄덕없을 집, 늑대가 와도 겁나지 않는 집이다.
늑대는 오늘도 배가 고프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도 녀석들에게 당하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으니!
꼬르륵꼬르륵~
내일도 사냥하러 나가면 된다.
무서운 놈들을 조심해서 말이다.
아, 불쌍한 늑대씨!
근데, 왜 이리 우스운 건지...
아이들에게 소개해주면 참 재미있어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