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탕 그림책이 참 좋아 2
손지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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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책읽어주는 엄마'들은 백희나의 <<장수탕 선녀님>과 함께 이 책을 들고 가서 아이들에게 읽어준다.

아이들의 반응~ 엄청 좋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도 좋아하겠지만 어른들도 어린 시절이 떠올라 미소짓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랬다. 그래서 엄마들에게도 읽기를 권한다.

우리 엄마는 일하는 중에 네 자녀를 키우셨다.

아이들 데리고 명절 기념 목욕탕에 간 이야기를 가끔 하셨다.

아이들 넷을 차례로 씻기고 나오는데, 빛의 속도를 내는 신공을 발휘하신 이야기!

후다닥 후다닥 씻기고 그리고 엄마도 씻고 나오는데 한 시간 만에 뚝딱!!!

명절날 목욕탕에 가면 정말이지 발 디딜 틈이 없다. 느긋하게 탕 안에 앉아 있을 여유를 누리기는 어렵지!!!

목욕탕에 가면 때타월로 몸을 박박 미느라 아이를 울리는 엄마들이 그 때는 많았는데...

우는 아이 등을 찰싹 찰싹 때려가며, 웬 엄살이냐 야단치던 모습!

지금 보면 이상하게 보이겠지?

그림책으로 들어가 보자.

탈의실에서는 같은 반 남자 친구를 만나 얼굴이 붉어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탕 안은 지옥 같이 느껴진다.

머리를 감겨 주실 때 눈에 샴푸가 들어가고 거품 때문에 숨 막히고,

뜨거운 탕 안에 앉아 있기 어려운데 엄마는 목까지 담그라 하고,

그리고 나를 눕힌 후 불린 때를 빡빡 미시는데... 이것이 진정한 지옥 체험이다.

이제 살았다~ 하는데 "어딜!" 하시며 내게 때타월을 넘겨주시는 엄마.

엄마의 등은 넓고도 넓어라~~~

넓은 엄마의 등을 표현하기 위해 책은 4배의 페이지를 할애하여 접혀져 있다.

도서관 책이다 보니 이 부분이 너덜너덜해져서 테이프로 수선되어 있다.

아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증거겠지!
보송보송 말리면 목욕 끝~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얻어 먹는 단지 우유~

아, 그리운 맛이다.

<<장수탕 선녀님>>에는 요구룽이 <<지옥탕>>에는 단지 우유가 있구나.

힘들었지만 단지 우유 덕에 다음 목욕 가는 일도 괜찮을 듯하다.

 

이렇게 넓고 넓었던 엄마의 등이 어느 순간 좁게 느껴진다면 내가 자란 것일까? 엄마가 늙은 것일까?

엄마 따라 목욕 갔던 그 옛날을 떠올리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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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8-2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네요. 저도 어릴 땐 그리 싫던 뜨거운 입욕이 나이 들어선 시원~ 해요.

희망찬샘 2015-08-27 21:21   좋아요 0 | URL
으~~~ 시원하다. 너도 얼른 들어 와라! 는 할아버지 말씀 듣고 첨벙 물 속에 들어갔다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했다는 손자 이야기 들으며 웃었던(웃어도 될까요?) 장면 떠올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