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량한 자전거 여행』과의 만남
2015년 첫 번째 <찾아가는 작가>인 동화작가 김남중 선생님이 지난 1월 29일에 부산 기장군에 있는 00초등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읽었던 「나를 싫어하는 진돗개」(단편 동화집『자존심』에 수록된 동화)를 쓴 작가 선생님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게 흥분했다.
작가 강연회에 참여하는 5학년 친구들을 위해 담임선생님들은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읽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여러 날에 걸쳐서 읽어주어야 하는 장편이다 보니 ‘지겨워하면 어쩌나?’,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런 염려는 첫 장을 읽으면서 사라졌다. 아이들은 귀를 쫑긋거리며 자신이 주인공 호진이가 된 것처럼 이야기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호진이 엄마, 아빠가 싸우는 장면에서는 부모님의 싸움에 가슴 졸였던 자신의 모습을 대비시키기도 하였고, 집을 나가 석기 삼촌을 찾아 떠날 때는 호진이의 무사함을 함께 빌기도 했다. 10여일에 걸쳐서 날마다 책을 읽어주는 동안, 뒷이야기가 궁금해진 아이들은 선생님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슬쩍슬쩍 들춰 보기도 하였다. 아이들은『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듣는 동안 주인공 호진이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다리도 건너고 고개도 넘으면서 힘들지만 뿌듯한 상상의 자전거 여행을 해 보았다.
2. 강연장 스케치
강연회가 있었던 날은 도서관에 있는 김남중 선생님의 책을 작은 책꽂이를 마련해서 전시해 놓았다. 김남중 선생님께서 독후활동 자료를 보내주셔서 책을 읽은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볼 수 있었다. 김남중 선생님의 책 옆에 독후활동지를 정성껏 한 아이들의 작품을 모아 작은 전시대를 마련해 두었다. 그 전시대에는 작가 선생님께 궁금한 것을 적은 아이들의 질문지도 함께 붙여 두었다. 미술 시간에 스크래치 페이퍼를 이용한 수업을 하면서 책표지를 따라 그리면 강연장 꾸미기에 도움이 되겠다고 했더니 그림 잘 그리는 친구(민규)가 책표지를 멋지게 따라 그려 주었다. 커다란 응모함에는 아이들의 독후활동지를 접어 넣어 두었다. 때맞추어 ‘고래가숨쉬는도서관’이 『불량한 자전거 여행』과 『자존심』, 『미소의 여왕』을 보내주어서 독후활동을 잘 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작가 선생님께 좋은 질문을 한 친구들에게도 선물을 할 수 있었다. 강연 후, 응모함에 넣어 두었던 독후활동지를 추첨하여 남은 책들을 선물하였는데, 선생님께서 따로 책을 준비해 오셔서 생일인 친구들에게도 나누어 주셨다.
책을 선물로 받은 아이들과 선생님 책을 사 온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작가 사인회에 참여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면서 이름을 물어 봐 주시고,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사인을 해 주셨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사인이 담긴 책을 안고 더 큰 기쁨을 누렸다. 좋은 책 읽고, 책 선물 받고, 선생님의 좋은 강연도 듣고, 저자의 사인도 받은 복된 시간이었다.
학습지의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호진이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었는데, ‘호진이가 되어 뒷이야기 상상하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과 그 이유 쓰기, 호진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을 이겨낸 경험 떠올려 보기, 책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 써 보기’ 등의 질문에 진지한 답변들을 해 주었다. 마지막 날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민수, 희성, 민서, 지호), 앵규 아저씨를 새 식구로 받아들이는 장면(민성, 유림, 승우, 동준, 태석, 재혁), 가지산이나 미시령 고갯길을 달리는 장면 등이 인상 깊었다(요원, 유진)고 이야기 했고, 부모님의 다툼, 친구와의 다툼, 학업 성적 등의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잘 이겨낸 이야기도 하나둘 풀어내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은 호진이가 자전거를 달리며 그랬던 것처럼 많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3. 김남중 선생님과의 만남
드디어 김남중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다. 선생님은 새벽 5시에 집을 나서서 직접 운전하여 먼 길을 달려오셨다고 한다. 많이 피곤했을 텐데도 그런 내색 없이 작품과 관련된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 이야기에 푹 빠져 들었다.
자전거 순례를 직접 인솔하셨던 선생님께서는 책 속의 장면 같은 실제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여 주며 “‘작가는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서 글을 써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하멜표류기에서 이야기의 씨앗을 건져 올린 『나는 바람이다』라는 작품을 쓰면서 하멜을 따라 나선 조선 소년 태풍이의 여정을 따라 가 보기 위해 직접 범선을 타고 그 길을 가 보았다니 놀라웠다. ‘선생님의 글이 생생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이 책은 현재 선생님께서 가장 공을 들이는 작품으로 모두 11권까지 나올 계획이라고 하니, 우리 도서관에서도 한 권 한 권 사서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남중 선생님은 현재 30여 권의 책을 냈다. 선생님은 자신이 쓴 책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간단한 내용을 설명해 주셨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김남중 선생님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많은 책을 썼다. 삼별초 항쟁을 다룬 『첩자가 된 아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친일과거 청산과 관련한 반민특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새 나라의 어린이』등은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해 줄 책들이다.
4. 자전거 여행을 꿈꾸며
“저, 김남중 선생님이랑 악수 했어요. 이다음에 자전거 여행 하게 되면 선생님 만날 수도 있을 거라 하셨어요.”라며 설렘을 안고 이야기 하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은 멀리 부산을 찾은 김남중 선생님과 만나면서 삶과 여행과 역사라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듣고, 느꼈다.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들이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살면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어려운 순간에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