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 반달문고 33
김려령 지음, 조승연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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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두 편의 판타지 동화가 실려 있다.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

산타랑 만나는 순주와 진주!

자린고비와 만나는 순주와 유동이!

판타지로 통하는 문은 전자는 굴뚝이고, 후자는 고장난 시계다.

 

굴뚝이란 자고로 산타 할아버지가 드나드는 통로가 아닌가?

순주네가 이사가게 될지도 모르는, 예전에 누군가의 별장이었던 그곳에는 벽난로가 있다.

한여름이지만 근사한 벽난로에서 불을 피워보고 싶었던 순주는

불이 잘 안 피워지자 굴뚝이 막혔나 싶어서 벽난로 안으로 들어가 본다.

따로 들어온 진주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는 내려오지 않자 순주도 따라가 보는데...

그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아~ 아이들에게서 산타 할아버지의 꿈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 옳았을까?

아이들이 물었다.

친구들이 산타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라고 하는데, 진짜 그런 거냐고?

아니라고 말하기엔 우리 아이들이 많이 큰 것 같아서 "응!"하고 가볍게 말했는데...

그러고 나니 크리스마스 선물이 신경쓰이지 않는다.

아이들 몰래 어떤 선물을 해 줄까 하는 고민도 사라졌다.

선물 자체를 잊고 있는 내게

크리스마슨데 선물도 없고... 하는 아이를 보고서야,

아, 그렇구나! 무언가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할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아이들의 동심을 조금이라도 지켜주고 싶었을까?

순주와 진주를 따라 산타 할아버지를 만난 아이들이 또 다시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꿈을 꿔 보기 바란다.

 

탄탄동에 살았던 순주와 유동이는 이사를 가야 한다. 새로 지어질 건물 때문이다.

먼저 이사 간 어린이집에 둘이 놀러 갔다가 이상하게 우는 벽시계를 발견한다.

10분 빨리 울리는 시계.

시계 바늘을 돌려 11시 50분으로 맞추니 시계가 정신없이 울어댄다.

댕댕댕댕댕댕댕댕~~~~

놀라서 그곳을 벗어나니 새로운 세상이 열려 있다.

이야기로만 듣던 자린고비와 두 소년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자린고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던 아이들이

꽁꽁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주었고,

그래서 자린고비가 곳간 열쇠를 내 주게 되었을까?

자린고비네 마을 잔치에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시작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탄탄동 사거리 만복 전파사의 오래된 간판이 내려지는 일은 쓸쓸하지만,

그래도 순주가 새로운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밀을 간직하게 된 순주에게

만복 전파사의 간판이 내려지는 순간이 슬픔이 아닌 또 다른 세계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하나의 사건이 되길 바란다.

 

앗! 김려령 작가의 새 책이다! 하며 반겼던 이들이라면

지나친 기대감에 살짝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저학년 아이들이 읽을 책이어서 갈등의 구조가 복잡하지 않다.

작가의 글솜씨는 여전히 뛰어났고, 이야기의 흐름은 매끄러우니, 저학년 아이들의 사랑을 받을 책이다.

 

어른들은 갈 수 없을까? 순주가 갔던 그런 곳에 말이다.

상상 속에서 이루어져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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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1-2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기대가 커서 실망도 했어요. 안맞는 시계 설정이 톰의 정원을 떠올리게 하네요. 지금 읽는중이에요. ^^

희망찬샘 2015-01-24 13:30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유부만두님의 글을 읽은 덕에 마음을 살짝 내려놓고 읽을 수 있었어요. 원래 기대하면 기대한만큼 감동 수치는 위험해 지더라고요. 톰의 정원... 다 읽으시면 어떤 느낌이었는지 꼭 들려 주세요. 좋아하는 책을 다른 이들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참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