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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여우 할아버지 - 2011년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숲 새싹 도서관 22
마르틴 발트샤이트 글.그림, 박성원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들과 함께 <<오른발 왼발>>을 공부하기 전, 이 책을 읽어주어야겠다고 맘 먹었다.
멋지게 생겼던 여우는 동작도 빨라 사냥도 잘했고, 꼬마 여우들에게 요리도 해 주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여우라면 하루에 아기 염소를 일곱 마리는 잡을 줄 알아야 해."라며
사냥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꼬마 여우들은 넋을 놓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흐르니 여우가 늙어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그것도 기억을 잃어버린 할아버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웃었다.
멍청한(?) 여우의 행동이 그저 우습지만은 않은 것은 내가 나이 들었기 때문일까?
급격히 나빠진 나의 기억력과 관련하여 묘한 안도감도 느껴 보면서,
치매로 고생하셨던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외할머니와 함께 "나는 너희들 고생 안 시켜야 할텐데..."하고 늘 걱정하시던 엄마도 떠올랐다.
입버릇처럼 우리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시던 엄마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우리 얼굴도 보지 못하시고 하늘 나라로 가셔서 그리움이 사무치게 하셨다.
세대간의 단절이 무서운 요즘, 아이들은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되었다.
이 책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드러내지 않지만, 웃음 속에 슬픔을 적절하게 담아 두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교과서의 본문 글인 <<오른발,왼발>>을 깊이있게 이해했다.
읽어주길 정말 잘했다.
여운을 남겨주는 마지막 페이지를 옮겨 본다.
옛날에 기억을 잃어버린 여우 할아버지가 살았습니다.
여우 할아버지는 아무 것도 몰랐지만, 느낄 수는 있었어요.
꼬마 여우들이 상처를 핥아 주면 기분이 좋아졌어요.
꼬마 여우들이 가져다준 먹이를 먹으면 배가 불렀지요.
꼬마 여우들이 사냥 이야기를 들려주면 재미있었어요.
특히 빨대 하나로 사냥개를 속이는 영리한 여우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엉.
여우 할아버지에게는 힘든 일도 몇 가지 있었어요.
혼자서는 동물들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혼자서는 집으로 가는 길도 찾지 못했어요.
혼자서는 잠이 들 수도 없었어요.
하지만 여우 할아버지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꼬마 여우들이 늘 곁에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