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갑자기 철든 날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31
이수경 지음, 정가애 그림 / 사계절 / 2014년 6월
평점 :
아이들과 시집을 함께 읽어보니,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시들을 잘들 찾아낸다.
자신의 생활과 관련한 내용이라면 그들의 공감을 끌어내기가 훨씬 쉬운 듯하다.
이 시집의 시들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내 마음에 드는 시들이 많아야 아이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기 쉽겠다 싶어서 마음에 드는 시를 꼽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전반부를 읽으면서 살짝 거리감을 느꼈다.
시인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산 경험이 있나 보다.
'철든 봄, 철든 여름, 철들 가을, 철든 겨울, 철든 우리'라는 다섯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 시들은
자연을 이야기 하려다 보니 그런가 시골에서 산 이들이라면 더 많이 공감했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들이었다.
달리 말하면 도시에서만 살았던 내게는 조금 낯설고 재미없었다.
아이들 또한 자신들의 삶을 노래하지 않은 이 시들에 마음을 빼앗기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뒤로 넘어가면서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시들을 만났다.
시집을 읽으면서 좋은 시 하나를 만나도 성공인데, 여러 편이 나오니 읽는 마음이 화창하게 개인다.
몇 편만 옮겨 본다.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생각으로 각자의 시들과 만나 보시기를!
내 자식인가 해서
명절날만 되면
마을 할무이들
차 소리만 나도
다 나와 보고
발짝 소리만 들려도
우 나와 보고
본 척도 못한 가을
중간고사 준비하는 동안
쑥부쟁이 지나갔습니다.
꽃향유도 지나갔습니다.
개여뀌도 지나갔습니다.
문제집 푸느라 바빠
공부방 가느라 바빠
본 척도 못했습니다.
가을이 지나갔습니다.
아무도 신경 안 써
내 손목 흉터가 싫어
옷으로 가리고
시계로 가리고
누가 보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어느 날
어쩜 좋아
짝꿍이 봤다.
깜짝 놀라
"봤어?"했더니
"뭐?" 그런다.
다시 보여 줬더니
"그게 뭐?" 그런다.
"그래서 뭐?"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