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랑 꼬랑 꼬랑내 시 읽는 어린이 50
구옥순 지음, 양후형 그림 / 청개구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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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시를 읽으면서 나도 여러 시집을 다시 펴들어 보았다.

그 중에서 이 시집은 이번 수업에서 특별히 활용될 시집이다.

 

올 3월에 새로 부임하신 우리 교감 선생님은 시인이시다.

어떤 책이 있나 하고 검색해 보니 2권의 시집이 나왔다.

한 권은 절판이고, 한 권은 따뜻한 신간이다.

방송 훈화를 하실 때면 아이들에게 시 한편과 함께 시와 얽힌 사연을 들려 주신다.

 

3학년 2학기 읽기 교과서에 실렸던 시도 있다.

 

 

내짝이 벌을 선다

운동장 열 바퀴다.

 

"선생님, 제가 다섯 바퀴

돌아줘도 됩니까?"

 

고개 끄덕이는 선생님을 보며

둘은 사이좋게 운동장 트랙을 돈다.

 

항상 약속을 어기는 아이가 있어서 또 다시 어기면 어떻게 할 건가 물으니 운동장 10바퀴를 돌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법! 아이는 다시 약속을 어겼고, 약속대로 운동장을 10바퀴 돌아야 했다.

교감 선생님께서는 10바퀴를 돌면 힘들텐데...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고됐는데

그 순간, 한 친구가 자기가 대신 5바퀴를 돌아주고 싶다고 말해 주어 안심을 했다고 이야기 하셨다.

 

며칠 전 훈화에서는 김장독이라는 동시를 들려 주셨다.

 

김장독

 

배추야,

뻣뻣하다고 소금이 툴툴댔지?

싱겁다고 젓갈이 약 올렸지?

허옇다고 고추가 벌컥 화냈지?
덜렁댄다고 마늘이 톡 쏘았지?

 

널 키운

햇살도 바람도 걱정인가 봐.

서로서로 어우러져야

맛있는 김치 되는 걸.

내 품에 안겨 푹 쉬렴.

 

치유가 필요한 아이들을 모아서 시를 가지고 동아리 활동을 하고 계신 교감 선생님께서

이 시를 가지고 아이들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신 것을 개인적으로 들려 주셨는데,

아이들이 자신의 생활과 관련하여 시에 깊이 공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시 그 이야기들을 모으면 좋은 글이 하나 탄생할 것 같다며 소녀같은 미소를 지으셨다.

 

이 시집에는 이런 가슴 따뜻한 시들이 가득하다.

여러 편의 시 중에서 한 편을 골라서 나는 이번에 아이들과 '시 바꾸어 쓰기' 수업을 하려 한다.

 

좋은 제재시가 수업을 잘 이끌 수 있어서 이런 저런 시를 찾아 헤매다가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만난 시다.

아이들이 쉽게 다른 시로 바꾸어 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해 보면서 고른 시는 바느질이다.

 

바느질

 

"고마워.

항상 날 기다려 줘서."

실이 바늘귀에

쏘옥 들어가며 속삭였습니다.

 

"아니야,

너 없으면 헛수고인 걸."

바늘이 조심스레 실을 당기며

대답하였습니다.

 

오늘 솜씨 좋은 후배를 만나 수업 지원에 대해 부탁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도 이 시집을 하나 사야겠다고 이야기 하길래,

내가 사서 작가 사인을 받아 주겠다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따뜻한 가슴 속에서 곱게 피어난 시들이 우리 아이들의 가슴 속에서도 새로운 꽃으로 피어나면 좋겠다.

 

***시집을 얼른 사서 교감 선생님 사인을 받아야지 했는데, 어느 날 나를 부르신 교감 선생님께서 따뜻한 메모와 함께 시집을 먼저 선물해 주셨다. 도서관 관련 계획서 10장을 쓸 일이 있어서 그걸 보여 드렸더니 수고했다며 선물을 주시는 거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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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6-0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 교감샘이군요~
시인은 사물을 보고 느끼는 깊이가 다른 거 같아요.^^

희망찬샘 2014-06-03 10:17   좋아요 0 | URL
감수성이 아주 풍부하시더라고요. 공감 능력도 뛰어나시고.
좋은 점을 몸으로 많이 가르쳐 주셔요.

수퍼남매맘 2014-06-0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 교감샘이라! 전에 함께 일한 교감님도 시를 쓰신다 하셨는데 음~~ 별로였던 기억이 있네요.
이 분은 훈화 때 시를 낭송하신다고 하니 좀 달라보이네요.

희망찬샘 2014-06-03 10:16   좋아요 0 | URL
따뜻한 가슴이 삶의 모습 곳곳에서 느껴지는 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