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체계적인 동시를 지도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을 해 왔는데, 아는 것이 없어서 도전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마다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 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 아이들과 함께 시를 공부해 보기로 했다.

창작에 앞서서 읽기가 먼저여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지금까지 리뷰를 써 두었던 동시집에서 맘에 담아 두었던 동시들을 가려서 미니북을 만들어 선생님의 시 선물이라고 주고는 날마다 한 편씩 읽어주고 있다.

느낌 나누기와 함께 말이다. 

마침 도덕에서 '공감'에 대해 나와서 시의 내용에 공감해 보자고 강조하면서.

가장 먼저 나오는 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이 시와 얽힌 이야기도 해 주었다.

               가지 않는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다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없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거지천사 

신형건

누덕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 있니? 

그보다도, 거지천사 이야길 아니? 

하늘나라 천사들은 모두 이음새가 없는 옷을 입고 있는데, 그 옷을 만드는 천사 이름이 

누덕이야. 아니아니, 누더기가 아니라 누덕! 

누덕이 어떻게 기운 자국 하나 없이 매끈한  

옷을 짓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것 하나는  

모든 천사들이 다 알고 있지. 바로 

누덕이 입고 있는 옷은 누더기라는 것! 

아무리 재주가 빼어나다지만 누덕이도  

옷을 다 만들고 나면 자투리가 남지. 

누덕은 그걸 버리지 않고 모아 뒀다가 

누덕누덕 기워 옷을 만들어 입는 거란다. 

그래서 거지천사라는 별명이 붙었지.  

천사들의 옷을 다 지어 놓고 나면 누덕은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내려온단다.  

사람들의 헤진 마음을 기워 주기 위해서야.  

하지만, 거지처럼 누더기옷을 입고 다녀서 

우리는 잘 알아보지 못하지. 더욱이 

마음이 누덕누덕 누더기인 사람은!

 

 

 

                          엄마의 런닝구 

배한권

 

작은 누나가 엄마보고

"엄마, 런닝구 다 떨어졌다

한개사라" 한다

엄마는 옷 입으마 안보인다고

떨어졌는 걸 그대로 입는다

 

런닝구 구멍이 콩만하게

뚫어져있는 줄 알았는데

대비지만하게 뚫어져 있다

아버지는 그걸 보고

런닝구를 쭉쭉 쨌다

 

엄마는 와이카노,

너무 째마 걸레도 못한다 한다

엄마는 새걸로 갈아입고

째진 런닝구를 보시더니

두번 더 입을 수 있을낀데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김미희


여름

가을은 물론

겨울에도 피는 꽃


아침은 물론

밤에도 피는 꽃


운동장에

거리에

어디서나 피는 꽃


여럿이 피우면

더 재미나는 꽃 


보면 절로

즐거워지는 꽃 


사람향기가

나는 꽃


내가 제일 좋아하는


(           )꽃

                                  참새

윤동주


가을 지난 마당은 하이얀 종이

참새들이 글씨를 공부하지요.


째액재액 입으론 받아 읽으며

두 발로는 글씨를 연습하지요.


하루종일 글씨를 공부하여도

짹 자 한 자밖에 못 쓰는걸.

 

                할아버지

윤동주

왜 떡이 쓴데도

자꾸 달다고 해요


                 아기 안고 춤추는 엄마

신현득 

아기를 안고
춤을 추다니? 

그런 
엄마들이 있다. 

산골짝 비탈밭에서
초록빛 소맷자락 흔들며,
길다란 소맷자락 흔들며
줄을 서서 춤추는 엄마들이 있다. 

아기 두셋씩을 업고 안고 있다.
그러니까 엄마다.
머리털이 노란 아기들. 

산마루 높은 바람
골짜기 깊은 바람이
춤으로 어우러졌다. 

산새들 노래가 
어우러졌다.
얼씨구절씨구
너울너울 

춤추는 동안에
아기가 큰다.
엄마가 춤을 춰야
아기가 잘 큰다. 

아기 안고 춤추는 엄마는 누구~게? 


              몽돌

이정환

매끌매끌 동글동글
누가 다듬었을까요? 

이리 봐도 동글동글 
저리 봐도 매끌매끌 

어떻게 
살아왔냐고요?
말 안 해도 알겠죠? 

     

            길도 잠잔단다

이정환


어어, 엄마!
길이 하나도 안 보여요. 

그래, 길도 밤엔 어둠에 안겨 잠잔단다. 

해님이  
내려올 때까지
곤한 잠을 잔단다. 

 

 

 

우리 엄마 

이정환

 

우리에게 큰 소리로 마구 야단치다가도
전화 오면 엄마 목소리 금방 상냥해져요. 

그 소리
참 듣기 좋은 걸
엄만 언제쯤 아실까? 


              웃다 보니

 
한상순


부처님!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모습으로  
빙그레  
웃고 계신 것은 
늘 기뻐 웃는 게 아니지요? 
웃다 보니 기뻐진 거죠? 
그렇죠?




                            세탁기

 
김용삼 

엄마는  
기분이 울적할 때면  
퍽퍽 
빨래를 한다.  


오늘도 엄마는 
아빠와 말다툼을 하고 
쌩쌩  
세탁기를 돌렸다. 


아빠 옷과 엄마 옷은 
돌돌 
껴안은 채 
세탁기에서 나왔다

 

              내 동생

주동민

내 동생은 2학년

구구단을 못 외워서

내가 2학년 교실에 끌려갔다.

2학년 아이들이 보는데

내 동생 선생님이

"야,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

나는 쥐구멍에 들어갈 듯

고개를 숙였다.

2학년 교실을 나와

동생에게 

"야, 집에 가서 모르는 거 있으면 좀 물어 봐."

동생은 한숨을 푸우 쉬고

교실에 들어갔다.

집에 가니 밖에서

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밥 먹고 자길래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나는 구구단이 밉다.

 

 

이 시들을 미니북으로 만들어 주었고,

아침마다 한 편씩 읽어주고 느낌 나누기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있다.

앞 표지는 각자 꾸며보자고 했는데,

한 아이의 작품이 눈에 쏙 들어온다.

펼쳐보고 싶은 책 표지를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었다.

 

 

 

 

 

 

 

 

아이들이 참 안 읽는 책 중의 하나가 시집인 듯하다.
오늘부터는 선생님이 이렇게 좋은 시를 가려서 시집을 만들었듯이

너희들도 동시집을 하나 읽고 나만의 시집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 했다.

아이들과 함께 고무줄 미니북을 만들어서 표지 꾸미기를 했는데, 재미있는 제목들이 보인다.

누군가에게 선물할 책을 만드는 거라고 이야기 해 주었더니 정성을 들인다.

동시를 읽으면서 선생님이 읽어준 시가 여기 나온다며 좋아한다.

동시집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감성이 순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시집을 하나 골라서 읽고 마음에 꼭 드는 동시 한 편을 옮겨 적어 보았다. 

 

 

 

오후에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가 찾아와서 내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뭘까??? 하고 보니, 학급문고에 있던 동시집을 읽고 작년에 공책에다 옮겨 적고 그림을 그렸더란다. 

그렇게 시를 먹으며 자라고 있었다. 

언니, 오빠들에게 보여주게 두고 가라고 하니 함박웃음을 짓는다. 

  

도서관에서 동시와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대출해 왔다. 

먼저, 동시 그림책부터!

 

 

 

 

 

그리고 이런저런 동시집을 빌려 왔다.

 

 

 

 

 

 

 

 

 

 

 

 

 

 

 

 

 

 

 

 

 

 

 

 마지막 세 권인 백창우 노래 상자는 딸림자료로 각각 CD가 두 장씩이다.

이걸 이용해서 동기유발 자료를 만들어 볼 수 없을까 생각 중이다.

 

 

 

이 수업은 시를 잘 모르는 선생님에게도 도전이 될 것이며

너희에게도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수업이 될 거라고 이야기 해 주면서 시를 읽고 있는데,

아이들이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 한다.

오늘까지 지도안을 완성해야지 되니까 열심히 마무리를 해 보아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퍼남매맘 2014-05-1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시로 공개수업을 준비하고 계시는군요.
새로운 도전, 응원합니다. 아이들도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겠네요.
저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시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교과서에서 시가 나올 때마다 도서실 가서 시집 빌려오는 미션을 주곤 하는데 그걸로 부족하죠.
책을 읽어줘야 책과 친해지듯이 동시도 자주 들려줘야 친해질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