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경영의 첫 단추, 아침독서로 채워요>

대청초 교사 김서영

 

새학년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는 새로운 시작의 설렘을 시기라도 하듯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담임을 맡은 선생님들은 더욱 긴장을 해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한 해 아이들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우리 교사에게 3월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달이기 때문입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아이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일을 도와 줄 참 좋은 동무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이 동무는 선생님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도와 줄 것이고,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을 심어 줄 것이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 제 동무를 소개합니다.

 

   이름 : 아침독서 10분

   나이 : 10살(초등학교 3학년이네요. ^^)

   특징 : 친구를 가려 사귀지 않습니다. 친구가 되면 어제와 다른 내가 되게 도와줍니다.

 

침 독서를 만나고 얻은 기쁨 중 가장 큰 기쁨은 해마다 최고의 아이들을 만났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한 해 아이들이 순하면 한 해 아이들은 엄청 별나서 저를 무척 힘들게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침독서를 하고 나서는 제가 만나는 모든 아이들은 착하고, 친구를 배려하고, 도와주는 정말 괜찮은 아이들이었습니다. 10년 동안 모든 아이들이 한결같이 그랬습니다.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침독서를 아이들과 하는 동안 제 마음이 아이들을 향해 더욱 열려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이 땅의 많은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독서라는 말은 이제 학교 현장에서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닙니다. 학교 단위로 아침독서를 실시하고 있는 곳들도 아주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의 독서력 또한 놀랄만큼 변했습니다. 10년 전에는 제가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 해 주면 그 책을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최신간 도서가 아니면 제가 소개해 주는 책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의 책읽기를 격려하는 어른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가능했겠지요?

아침독서 시간에 단순히 책을 읽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넘어서서 조금 더 질높은 책을 만나게 해 주기 위한 노력이 함께 한다면 아이들의 독서 수준을 한껏 올려 줄 수 있고, 요즘 아이들에게 무척 부족한 공감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아침 독서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단단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 지면을 빌어 저학년 교실에서의 아침독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책읽기를 그들이 도달해야 할 고지가 아닌 일상으로 느낀다는 점이 무척 반갑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따지지도 않습니다. 책은 옆에 있고, 자기들은 그 책을 읽을 뿐이지요. 그들에게는 ‘나는 책을 좋아한다, 싫어한다’라는 식의 자기 최면은 없는 듯합니다. 그들에게 책읽기는 생활입니다. 단, 아침독서를 꾸준히 실천하는 선생님과 함께할 때 그렇습니다.

아침 독서의 성공을 위한 준비물 중 그 으뜸은 책입니다. 아침 독서 시간에 아이들 손에 책이 자연스럽게 쥐어지려면 아이들 손이 닿는 곳에 좋은 책으로 구성된 학급문고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담임을 맡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그들의 수준에 맞는 학급문고를 구성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아야겠습니다. 이 일은 일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완성되지는 않겠지만, 3년, 5년, 10년을 거치면서 점점 구체적인 꼴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학급문고가 갖추어 졌다면 그 다음 준비물은 아이들과 늘 함께 책을 읽는 선생님이 되어주는 겁니다. 그들의 책을 함께 읽고 좋은 책을 소개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아이들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좋은 책을 골라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선생님이 되어주신다면 우리 반 아침 독서는 성공, 대성공입니다.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공부시간과는 달리 긴장의 끈을 많이 늦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학년 선생님께서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라는 책을 읽어줄 때 반 아이 하나가 “나도 칭찬 들으면 잘 할 수 있는데...”라는 말을 혼자 내뱉는 것을 듣고 ‘내가 그렇게 칭찬에 약한 교사였나?’ 하고 크게 반성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교사인 우리를 가르치기도 한답니다. 그것은 우리의 교직 생활에 큰 선물이 된다는 사실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아침독서 시간, 아이들을 쳐다보니 그들의 손에 들린 대부분의 책이 제가 읽어주고 소개해 준 책이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과 책과의 인연을 연결해주는 ‘커플 매니저’가 되어 그들의 생각의 키를 키우고,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기 위해 함께 모여 공부한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좋은 책이 어떤 것인지 우리가 먼저 찾아보고 그 책을 사기도 했고, 도서관에서 빌리기도 했고, 서로서로 좋은 책을 돌려 보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나눈 각 반의 이야기는 혼자서 할 때 보다는 여럿이 함께 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좋은 책을 발견하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시고, 옆 반 선생님께도 추천해 주시면 더더 좋을 것 같습니다.

1학년을 가르칠 때 2학기에 접어들면서 그림책 위주의 책읽기에서 글밥이 많은 글책으로 아이들의 읽기 수준을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조금 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제 책상 주위를 맴돌면서 왜 <<만복이네 떡집>>을 더 읽어주지 않느냐고 조바심 내는 아이를 보며 읽어주기의 힘을 느꼈습니다. 2학년 교실에서 읽어주었던 <<티키티키템보>>의 주인공 이름인 ‘티키 티키 템보-노 사 렘보-차리 바리 루치-핍 페리 펨보’를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큰 소리로 외우거나, 퇴근길 동네의 길모퉁이를 돌면서 이 이름을 외우는 아이들을 보며 읽어주기의 힘을 다시 느꼈습니다. 공부시간에 수업 내용과 관련 된 책들의 제목을 소개 해 주면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을 찾아오는 3학년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성장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함께 읽기, 책읽어주기, 책 소개해 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을 책 잘 읽고, 책 좋아하는 아이들로 만들어 고학년 선생님께 바톤 터치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침독서 성공의 으뜸 공로자는 책이 아니라 바로 선생님이군요. 선생님이 우리 교육의 희망이라는 사실 잊지 마시고, 또 다른 아침독서 10년의 그림을 함께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책읽는 아이가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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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4-03-0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희망찬샘님 글을 보고 "만복이네 떡집"을 구입했어요. 이제 초2되는 아이에게 읽어주었는데 아주 좋아하네요.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희망찬샘 2014-03-01 15:55   좋아요 0 | URL
네, 아이가 좋아했다니 제 일처럼 기쁘네요. 감사합니다.